상·하부 위장관질환 업데이트 : IBS

 

IBS는 기능성위장장애(FGID)의 질환 범주에서 주요 위치를 점한다. 가장 흔한 발병이 보고되는 위장관계 질환 중 하나지만 특정 바이오마커의 부재로 병태생리 기전에 대한 전문가 의견조차 분분한 상황이다. 2006년 개정된 로마기준 Ⅲ의 정의에 따르면 IBS는 배변형태에 따라 아형이 변비형 과민성대장증후군(IBS-C), 설사형 과민성대장증후군(IBS-D), 혼합형 과민성대장증후군(IBS-M), 분류 불능형 과민성대장증후군(IBS-U)으로 분류된다. 최근 10여년간 꾸준히 개선되며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로마기준은 현재 Ⅳ차 분류가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사용되는 여러 진단기준 평가 결과 1978년 발표돼 주요 특징을 6개 항목으로 구분한 매닝기준(Manning criteria)은 유효성과 정확성이 높은 반면, 로마기준 Ⅲ는 특히 임상시험에서 유효성이 떨어져 적용이 어렵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한편 IBS는 기질적 질환 없이 복통 혹은 복부 불편감이 배변습관의 변화를 동반해 발생한다. 명확한 단일 원인에 의한 것이 아닌 여러 원인인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질환이 유발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원인인자로 소화관 운동의 변화, 내장 과민성, 유전적 요인, 장내 세균총의 변화, 뇌-장관 상호 연관성, 스트레스에 대한 이상반응, 영유아기의 학대 등 다양한 요인들이 연관성을 가지며 증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에 건국의대 성인경 교수(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는 “IBS의 치료목표는 다양한 병태생리를 고려해 가장 불편한 증상을 완화시켜 삶의 질을 끌어 올리는 것”이라며 “이때 ‘경고 증상’의 유무를 살펴야 하는데 체중감소, 직장 항문 출혈, 대장암이나 난소암의 가족력, 배변습관의 변화가 60세 이후에 발생해 6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빈혈, 복부와 직장 종괴 등이 의심돼 기질적 질환을 찾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염증성 장질환 따로 봐선 안돼

전통적으로 IBS와 염증성 장질환(IBD)을 별개 질환으로 구분하려는 경향이 있다. IBD는 전형적인 기질적 질병으로, IBS는 기분에 의한 장관계의 기능장애로 간주하는 것.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두 질환이 일부 원인인자를 공유한다는 사실이 포착되고 있다. 이는 IBD와 IBS 모두에서 유전적, 미생물학적, 면역학적, 상피성 요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두 질환은 상당 부분 접점을 갖는다. 이를테면 기질적인 IBD에서 ‘뇌-장관 축(Brain-Gut axis)’에 영향을 받는 기능장애가 나타나고, IBS는 TNFSF 유전자의 변이와 비정상적인 미생물군 분포 및 낮은 수준의 염증반응 등 기질적 문제가 관찰된다. 더욱이  IBD가 관해된 환자에서 IBS의 증상이 진전되는 경우를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결국 의료진이 환자 진료에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IBD의 특정 징후에 기능적인 접근이 고려돼야 하고, IBS 환자에서는 장기(organ) 이상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연구자들은 중추신경계(CNS)와 장관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장내미생물군의 조성 변화(실제 살모넬라균 감염 환자에서 IBS 위험도 8배 증가), 염증유발사이토카인(IL-10, 12, Th1 편향화)과 점막의 T림프구 및 비만(mast)세포의 증가에 따른 면역 활성화 기전 연구 등에 주목하고 있다.

질병 기전 통합한 ‘생체심리사회적 모델’로 접근해야
최근 IBS의 병인과 관련해 생물학적, 정신의학적, 사회적 인자를 아우르는 모델이 제시되면서 점진적 발전을 보이고 있다. 생체심리사회적 모델(biopsychosocial model)은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역할에 더해 신체적·심리적 요인들을 강조한다. 모든 질병은 정신-신체적 증상인 동시에 신체-정신적 증상으로 볼 수 있으며 이들이 복잡한 상호반응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대만보훈병원 소화기내과 Full Young Chang 교수는 국제소화기학저널(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 에 게재한 논문에서 ‘생체심리사회적 기능장애 모델(biopsychosocial dysfunctional model)’은 IBS를 이해하는 데 그간 언급된 기전을 통합하는 하나의 시도라고 평했다. 특히 IBS의 병태생리는 생물학, 화학, 물리, 환경, 경제, 문화, 도덕, 정신적 결함들이 한데 얽혀 해당 질환으로 이행된다는 관점으로 이를 크게 생물학적 결함, 정신 및 사회적 영향의 3가지로 구분짓는다.

 

그림을 보면 삶의 초기 또는 청소년기부터 생체심리사회적 상호작용으로 IBS 증상이 시작될 수 있고 위장관의 운동성, 소화, 감각, 내분비계, 면역기능과 신경조절 및 조정작용에서 유전적 혹은 환경적 요인에 따른 생물학적 결함으로 증상이 유발될 수도 있다.  더불어 초기 남용, 스트레스, 사회적 학력 수준, 모방행동 등 다양한 사회적 영향과 밀접한 정신적인 문제는 뇌-장관 축을 통해 신경면역반응을 촉발시켜 증상을 악화시킨다.

중요한 사실은 생체심리사회적 모델은 ‘양방향성 인과관계’와 피드백의 특징을 갖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청소년기에 위 3가지 요인의 결함을 수정 및 보완한다면 성인기에 발병하는 IBS의 증상과 질병작용 및 예후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접근법이 IBS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보고되는 다양한 공존질환까지 아우르고 있어 편두통 및 긴장성 두통, 만성피로증후군, 섬유근육통 등 다양한 통증관련 장애에도 적용될 수 있다.

 

다양한 병인을 가진 과민성대장증후군(IBS)의 특성상 임상시험에서 위약군의 효과를 월등히 뛰어넘는 활성약물 개발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해당 시험약물이 위약 대비 효과를 40~50% 정도밖에 높이지 못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표는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IBS 치료 옵션 목록이다. 우선 위장관의 평활근 세포에 존재하는 무스카린성 수용체와 칼슘채널을 차단하는 진경제는 지난 10여 년간 IBS를 치료하는 가장 오래된 약물로, 빈번히 관찰되는 장관의 운동성과 복통 개선에 효과를 나타냈다.

하이오신 부틸브로마이드(hyoscine butylbromide)는 진경제로 메타분석 결과 복통을 호소하는 IBS 환자에는 치료적 혜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진경제는 유효성과 권고근거에 있어 IBS의 정의, 제한된 환자 케이스 수, 적합치 않은 연구의 종료점 및 평가법, 투약의 용량·기간·부작용 기록 등 임상시험에서 드러난 결점으로 인해 비교적 합당치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장기간 시장판매로 형성된 인지도와 IBS에 1차 치료제로 이용되는 진경제에 대해 의료진은 항콜린제의 부작용을 인지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사제 가운데 로페라마이드는 초기 임상시험에서 이미 위약 대비 대변의 묽기 및 절박감, 복명, 복통에서 효과를 보여 급·만성 IBS-D(설사형 IBS) 치료에 유일하게 추천되고 있다. 하지만 메타분석 결과 이 제제가 설사는 경감시키지만 복통을 줄이지는 못했다.

삼투성하제는 IBS-C(변비형 IBS) 환자의 변비를 치료하는 데 권고돼 왔지만 놀랍게도 관련 환자에서 유효성 평가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기능성 변비 치료에서의 임상경험이 그대로 IBS 치료까지 이어져 온 것으로 풀이된다. 단지 소규모 임상연구에서 폴리에틸렌글리콜이 위약 대비 배변 빈도를 개선했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이 또한 IBS-C 환자에서 복통을 개선하지 못했다. 이에 최근까지 해당 환자에서 삼투성하제의 권고근거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한편 지난 세기말부터 IBS 치료에 약물학적인 효과를 입증한 수용체 타깃의 신약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5-HT 수용체 효현제와 길항제 등의 약물은 대조군시험에서 위약을 뛰어넘는 효과를 입증하며 승인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상반응이다. 일례로 IBS-D 치료에 처방되는 알로세트론(alosetron)과 실란세트론(cilansetron)은 여성에서 효과가 명확히 확인됐지만 중증 변비와 허혈성 대장염 등 심각한 부작용 유발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 라모세트론(ramosetron)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시행된 임상연구 결과 여성과 남성 IBS-D 환자 모두에서 복통과 복부 불편감, 배변습관에 혜택이 확인됐지만 부작용으로 딱딱한 변이 보고된 바 있다.

IBS-C 치료제는 테가세로드(tegaserod)와 프루카로프라이드(prucalopride)가 있다. 테가세로드는 심각한 심혈관 이상반응으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된 후 2007년 미국에서 55세 이하의 여성 및 심혈관 위험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제한적 사용이 허가됐다.

이와 달리 프루카로프라이드와 나로나프라이드(naronapride)가 심혈관 안전성 확보로 기대를 모은 상황에서, 프루카로프라이드의 경우 기능성 변비 환자에 효과가 확인됐다고는 해도 IBS-C 치료 적응증까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렌자프라이드(renzapride)는 IBS-C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3상임상에서 제한된 효과를 보여 중단됐다. 이와 함께 루비프로스톤(lubiprostone)은 IBS 환자를 포함 변비를 적응증으로 미국 및 영국, 일본에서 새로이 승인된 신약이다. 이 제제는 변비 치료에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았지만 구토를 시작으로 설사, 복통, 복부팽만이 일부 보고됐고 드물게 호흡곤란과 허혈성 대장염이 관찰됐다.

반면 리나클로타이드(linaclotide)는 2012년 IBS 및 중증 변비 환자 치료목적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장세포 내강 표면에 GC-C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첫 약물로 내장통증을 감소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에서 리나클로타이드는 IBS-C 환자에서 복통, 복부 불편감 및 팽만, 배변 증상과 묽기를 개선시켰다.

한편, 항생제는 장내 미생물군의 불균형을 치료하는 또 다른 치료 전략을 제시한다. 리팍시민(rifaximin)은 일부 비설사성 IBS 환자 대조군시험에서 전반적인 증상 및 복통과 배변 기능장애, 복부팽만의 개선을 보였다. 또 IBS-C 환자에서 네오마이신(neomycin)은 일반적인 증상과 변비의 개선을 확인했지만, IBS가 만성적이고 재발성향이 강해 항생제의 장기간 혹은 반복적인 투약에 대한 유효성과 안전성 문제는 미결 과제이다.

치료제 안전성 비교 결과
앞서 언급한 IBS 치료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 평가하는 것은 약물개발 과정에서 중요하다. 이에 기승인됐거나 허가 절차를 밟는 약물을 메타분석한 연구를 정리했다(Expert Opin Drug Saf. 2014 May;13(5):625-38). 결과에 따르면 보고된 이상반응은 가볍거나 중등증 수준의 장관 관련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설사는 리나클로타이드와 렌자프라이드를 사용한 그룹에서 위약 대비 유의하게 높았다. 변비는 라모세트론을 사용한 환자에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또 낮은 생체이용률을 가진 루비프로스톤, 리나클로타이드, 리팍시민은 보다 적은 이상반응을 나타내 환자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왔다. 아시마돌린은 카파-아편수용체에 말초적으로만 작용해 CNS의 부작용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비프로스톤과 리나클로타이드는 용량 의존적 이상반응을 야기시켜 치료 시작 시 최소 유효용량이 권고됐고, 라모세트론은 IBS-D에서 안전성과 내약성, 유효성 평가가 진행 중이다. 더불어 리팍시민, 아시마돌린, 렌자프라이드는 여전히 안전성과 관련해 장기간 임상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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