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성 신체증상과 우울증의 관리
통증성 신체증상과 우울증의 관리
  • 박선재 기자
  • 승인 2020.09.11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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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

통증은 다차원의 주관적 경험으로 고통스런 감각요소 뿐 아니라 정서적, 인지적, 행동적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주로 두통, 요통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만성 통증은 성인 인구의 20%가량이 경험하는 매우 흔한 증상이며, 특히 노령화가 진행된 산업화 국가에서 통증이 동반된 신체증상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통증이 동반된 신체증상은 신체-정신-사회적인 부분을 모두 포괄하는 복합적 모델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통증에 정신적 요인이 관여하는 경우 실제보다 신체증상을 과도하게 호소하거나 사회적으로 심한 기능손상이 발생하면서 이로 인해 과잉 치료를 하게 될 위험이 커질 수 있고, 정신적 요인이 통증의 평가에서 간과되거나 치료되지 않을 경우 각종 치료프로그램의 실패율이 높아지게 되므로 신체질환에서 통증이 있는 경우 이에 관여하는 정신적 요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통증성 신체증상 환자에서 우울증의 진단

통증은 1차 진료에서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로, 심한 건강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반영하는 신호일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 집중하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 그러므로 진료 현장에서 통증의 적절한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리뷰(review) 연구에 의하면 우울증 환자의 평균 65%에서 통증성 신체증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하며 이는 일반인구에 비해 2~4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통증성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서 우울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축적된 경험 이외에도 이를 적절히 의심하고 평가하는 태도가 더욱 중요하다.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서 여러 가지 검사상 신체질환의 증거가 없는데도 환자가 오히려 이를 믿지 않거나 저항하는 경우, 통증이 여러 곳으로 이동하거나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경우, 증상에 비해 심한 일상기능 저하가 있는 경우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 

다음으로 우울증의 진단기준에 해당하는 주요 증상을 평가할 필요가 있는데, 첫째는 우울감으로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느껴지는지?”, 둘째는 의욕저하로 “평소 하던 일에 대한 흥미가 없어지거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는지?”를 물어보고 둘 중 한 가지 이상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 추가적으로 불면이나 과다수면, 식욕의 변화, 피로감이나 기력 저하 등을 물어 본다. 전세계적으로는 우울증선별도구인 PHQ-9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우울증에서 통증성 신체증상은 여성, 고령, 낮은 학력, 무직에서 흔하며, 우울 증상이 심한 경우, 신체 질환의 개수가 많을수록 더 심하고, 통증의 위치는 팔다리, 관절, 허리, 위장, 두통 등 일반적으로 실제 흔하게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통증성 신체증상과 우울증을 보이는 환자의 치료

통증성 신체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내원하면 문진 및 다양한 신체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증상에 대한 원인 분석을 통해 치료 계획을 수립하게 되는데, 정신질환에 의해 통증이 생겼다고 판단이 되는 경우에 이를 환자에게 적절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환자에게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을 암시할 경우 환자가 화를 내거나 불쾌해 하는 경우를 두려워하는 의사들이 흔히 ‘ 특별한 병이 없습니다’, ‘검사에는 이상이 없네요’, ‘신경성, 스트레스성이니 신경쓰지 마세요’라며 회피하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 국민도 우울증에 따른 신체 증상 이해도가 높아진 만큼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한 적절한 대화기술을 익힐 필요가 있다. ‘의학적으로 우울하고 불안한 증상이 있을 때 보이는 양상입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계신가요?’, ‘진찰과 검사를 종합해보니 우울증에 합당한 소견입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호전될 수 있는 우울증상으로 보이니 같이 치료해보시죠’ 등과 같은 표현을 통해 환자 본인이 정신질환에 대한 인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치료에 적극 참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추가적으로 환자에게 ‘우울증은 질병의 한가지로 의지 박약이나 꾀병하고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며, 우울증이 있는 경우 뇌척수를 통해 뇌로 통증 신호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하게 되면 통증이 과도하게 증폭되어 나타날 수 있다’ 는 생물학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통증성 신체증상과 함께 우울증상이 있는 환자에서 불면증이 동반되는 경우 자살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통증이 심할 때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라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통하여 자살 위험성을 평가하고 위험성이 높아 보이면 정신건강의학과에 전문적인 자문을 구해야 한다.

통증성 신체증상이 동반된 우울증 환자에서 항우울제의 치료 

항우울제는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 환자에서 위약 대비 효과가 뚜렷하며, 통증성 신체증상을 보이는 우울증 환자는 대부분 중등도 이상의 심한 단계에 있으므로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항우울제는 전통적인 삼환계 항우울제, 세로토닌 재흡수만 차단하는 SSRI 계열,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를 차단하는 SNRI계열, 기타 항우울제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런 항우울제들의 항우울효과는 평균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고 부작용면에서만 차이가 부각되지만 통증성 신체증상이 있는 우울증 치료에 있어서는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에 모두 작용하는 SNRI 계열과 삼환계 항우울제가 우월한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아미트립틸린이나 이미프라민 같은 삼환계 항우울제는 적정용량에서도 변비, 입마름, 배뇨장애 등이 흔해 3차 약제로 사용이 되는 만큼 우선적으로 SNRI 계열 항우울제를 권장하고 있다. 

둘록세틴은 60mg 단일용량이 사용되므로 용량조절 부담이 적고, 혈압에 대한 영향이 없으며, 통증성 우울증 뿐 아니라 허리통증, 당뇨병성 신경병증, 섬유근육통 등 다양한 통증성 질환에서 효과성이 입증되었다는 장점이 있다. 불안도가 높거나, 위장증상이 있는 노인에서는 30mg으로 시작해야 초기 구토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벤라팍신은 75mg으로 시작해 적어도 150mg 이상 사용해야 SNRI효과가 나타난다. 우울증의 신체증상이나 동반되기 쉬운 불안증상에도 효과적이지만 혈압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통증성 질환에 대한 효과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당뇨병성 신경병증 대상 임상시험에서 150mg 사용해도 통증효과가 유의하지 못했다. 

밀라시프란은 50mg씩 두 차례 복용하는 것이 권장되며 노인이나 불안도가 높은 환자에서는 25mg 한 번이나 두 번 복용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밀라시프란은 효과적인 항우울제임에도 섬유근육통 적응증으로 주로 사용하는 나라도 있다. 특이하게 간대사보다는 신장배출되는 약이므로 간질환 환자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항우울제는 투약 후 2~3일간 부작용이 나타나고 효과성은 2~3주 지나야 나타나므로 환자들이 초기에 불편감을 견디고 꾸준히 3주 이상을 유지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통증성 신체증상은 복용 초기에 바로 효과를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2~3주 지나야 점진적으로 호전되는 경과를 보인다.

통증성 신체증상을 보이는 우울증 환자의 경우 일반 우울증 환자처럼 호전 후 6개월 가량 유지하여야 하며 재발 성향이나 잔류증상을 보이면 1년 이상 장기간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SNRI계 약물의 경우 중단 시 서서히 감량해야 중단 후 48시간경에 나타나는 어지럼, 미식거림, 손발 저림 등 중단증상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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