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도 병이다”...병으로 결석-결근 10년 새 2.5배 증가
대한편두통학회, ‘편두통 예방 치료 진료지침’ 최초 공개
보톡스, 토피라메이트, 아미트립틸린 등 처방 권고

대한두통학회 김병건 회장(가운데)는 대한두통학회 창립 2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질의응답 시간에 편두통 진료지침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대한두통학회 김병건 회장(가운데)는 대한두통학회 창립 2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질의응답 시간에 편두통 진료지침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대한편두통학회가 19일 ‘편두통 예방 치료 진리지침’을 최초 공개하면서 “예방 치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편두통은 4~72시간 동안 머리가 지끈거리는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가리킨다. 구역, 구토 등 소화기 문제가 동반되는 특징을 보인다. 일부 환자는 빛이나 소리에 의해 편두통이 더욱 심해지는 빛 공포증이나 소리 공포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대한두통학회 김병건 회장은 1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창립 20주년 기념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서 “과거에는 두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두통을 꾀병이라 치부해 버리는 인식이 만연했던 탓에 통증이 심한 편두통 환자들도 고통을 숨기는 경향이 있었다”며 “학회는 2015년부터 두통의 심각성과 전문 치료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두통도 병이다’라는 인식개선 캠페인을 전개했다”고 밝혔다.

실제 국내 설문조사를 따르면 830만명이 편두통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2018년 국내 성인으로 실시한 ‘편두통 유병 현황과 장애도’ 조사에 의하면 전체 편두통 환자 중 편두통으로 인해 결근이나 결석 하는 환자가 과거 12.1%에서 31.2%로 증가했다. 과거 대비 2.5배 증가한 것이다. 학업이나 직장 업무, 가사에서 능률저하를 느꼈다는 응답도 44.8%로 2009년 26.4% 대비 1.7배 증가했다.

두통학회 주민경 부회장(세브란스병원 신경과)은 “강도 높은 통증이 반복,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구역과 구토 등이 동반되는 편두통은 WHO에서 선정한 질병 부담 2위의 질환이었다"며 “국내 역시 편두통 환자의 사회적 제약이 심각하고, 그 부담이 과거 대비 증가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부담은 증가했지만 치료는 그만큼 안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조사에 따르면 두통 치료를 위해 병의원을 방문한 사람은 10%에 불과했다. 일부 두통 환자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약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두통을 겪는데도 전혀 치료하지 않은 사람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 대부분 본인이 겪는 두통을 신경성 두통과 스트레스 두통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

편두통을 자주 경험하는 환자는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을 통해 본인의 두통에 맞는 처방을 받는게 중요하다. 진통제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심해졌을 때가 아닌, 두통 발작이 시작되는 초기에 복용해 통증이 심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편두통의 올바른 치료법은?

대한두통학회는 이날 ‘편두통 예방 치료 진료지침’을 발표하면서 편두통을 치료하기 위해 급성기 치료, 예방 치료 및 생활습관 개선에 주목했다. 

급성기 치료는 두통이 시작된 후 가능한 빨리 통증을 감소시켜 통증으로 인한 장애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로 했다. 증상의 빈도와 부담에 따라 급성기 치료에 어떤 약물을 사용할지, 예방 치료를 병행할 것인지 결정하도록 했다.

경도의 편두통 환자에게는 단순진통제나 복합진통제 처방을 권고했다.

중등도 혹은 심도의 편두통 환자나 일차약물에 반응이 떨어지는 환자에게는 트립탄, 에르고트제 등 편두통 특이약물 처방을 권고했다. 약물과용을 방지하기 위해 복용횟수가 1주에 2회를 넘지 않도록 했다.

약물과용도 정의했다. 단순진통제는 한 달에 15일 이상, 복합진통제나 편두통 특이약물은 한달에 10일 이상, 3일 이상 복용하는 것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1년에 5회 미만의 편두통은 급성기 치료로 충분하지만,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편두통 발작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경우와 중등도 장애를 동반하는 편두통이 한달에 4~5일 이상일 경우에는 예방 치료가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예방치료의 목적은 ▲ 편두통 발작 빈도, 강도, 지속시간 감소 ▲ 급성기 약물 효과 상승 ▲두통으로 인한 장애 정도 감소 ▲ 진통제 과용 금지를 통한 만성 두통으로의 변형 방지 ▲ 편두통으로 인한 치료 비용 감소 등이다. 

편두통 예방치료제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선택하도록 했다.

과체중이 동반되거나 만성편두통인 경우에는 토피라메이트 사용, 어깨 걸림과 불면이 동반된 경우는 항우울제인 아미트립틸린을 사용하도록 했다.

또 저체중인 경우나 노인은 발프로산을 고려하도록 했고, 프로프라놀롤은 효과가 입증돼 있지만 천식, 심부전, 말초혈관질환, 우울증이 있는 경우는 사용하지 않도록 제시했다.

만성편두통 환자 중 약물치료에 큰 예방 효과를 얻지 못했거나 부작용이 있을 경우 보톡스 주사치료가 권장된다. 보톡스는 FDA가 공인한 유일한 만성편두통 예방치료제로, 머리와 목 근육 31군데에 보톡스를 주입하도록 했다.

예방 치료의 효과는 최소 2개월 이상 지속 후 판단할 수 있다. 효과적인 경우 3개월 이상 지속 후 용량을 감량하거나 중단하는 것을 시도할 수 있다.

학회 조수진 부회장(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은 “편두통은 예방치료가 중요하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은 해외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제작한 기존 진료 지침과 다르게 대한두통학회가 대한신경과학회와 공동 작업한 첫 편두통 예방치료 진료지침으로 선진국의 추세에 맞게 제작한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대한두통학회는 2016년부터 23일을 ‘두통의 날’로 지정해 매년 두통 인식개선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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