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 13~15일 개최
SPRINT·HYVET 연구, 80세 이상 포함됐으나 모든 환자 적용 한계 있어
신진호 교수 "표적장기손상·삶의 질·이상반응 고려해 치료 신중해야"

▲한양대병원 신진호 교수(심장내과)는 13~15일 그랜드 워커힐에서 열린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Is There Benefit of Newly Diagnosed HTN in Octogenarian?'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양대병원 신진호 교수(심장내과)는 13~15일 그랜드 워커힐에서 열린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Is There Benefit of Newly Diagnosed HTN in Octogenarian?'을 주제로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80세 이상 초고령이 고혈압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 항고혈압제 치료를 진행해야 하는지를 두고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초고령 고혈압 환자가 모집된 대규모 연구가 있으나 결과를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어, 기대수명과 치료에 따른 위험 등을 고려해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양대병원 신진호 교수(심장내과)는 13~15일 그랜드 워커힐에서 열린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Is There Benefit of Newly Diagnosed HTN in Octogenarian?'을 주제로 발표했다.

신 교수는 "2016년 유럽고혈압학회(ESH) 성명에는 80세 이하이고 항고혈압제를 복용하며 혈압이 잘 조절되는 환자가 80세 이상이 돼 혈압이 높아지면 140mmHg 미만으로 계속 낮추는 게 좋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그러나 80대에 처음 고혈압을 진단받은 환자는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궁금증이 있다. 또 이들의 수축기혈압이 160mmHg 이상이면 항고혈압제가 도움이 되지만, 140~160mmHg도 약제를 복용해야 하는지 의문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성명에서는 노쇠가 문제 되지 않는 80세 이상의 고령 환자는 진료실혈압이 160mmHg 이상으로 올라가면 이뇨제와 칼슘차단제를 처방해 140~150mmHg로 조절하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노쇠가 문제 되지 않는다면 140~160mmHg인 1기 고혈압 환자에게 약물치료 그리고 비약물치료가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또 노쇠가 문제되지 않는 동반질환 환자에서 1기 고혈압이 있을 때 약물치료가 도움이 되는지도 물음표다.

SPRINT, 인지장애 동반 여부 따라 치료 효과 달라져
HYVET, 항고혈압제 복용력 없는 환자 35% 불과

▲한양대병원 신진호 교수(심장내과).
▲한양대병원 신진호 교수(심장내과).

80세 이상 고혈압 환자에게 항고혈압제 치료를 해야 하는지 확인하고자 학계에서는 대규모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대표 연구가 SPRINT로, 80세 이상 고혈압 환자도 모집해 고령층 혈압조절 강도에 대한 임상 혜택을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80세 이상 고혈압 환자들을 적극적 혈압조절군(목표혈압 120mmHg 미만)과 표준 혈압조절군(140mmHg 미만)으로 분류해 비교했다.

결과에 따르면, 적극적 혈압조절군의 혈압은 123.9mmHg로, 표준 혈압조절군은 135.3mmHg로 낮아졌다.

그러나 SPRINT 결과를 80세 이상에 처음 고혈압을 진단받은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먼저 적극적 혈압조절에 따른 혈압 강하 효과는 인지장애 동반 여부에 따라 달라졌다. 몬트리올 인지평가(MoCA) 점수가 18점 미만인 인지장애 동반 환자에게서는 고혈압 치료 효과가 없으며 이상반응도 더 많이 나타난 것. 

이와 함께 항고혈압제 복용력이 없고 새롭게 고혈압을 진단받은 환자는 10%에 불과하다. 

고령 고혈압 환자가 모집된 또 다른 대표 연구가 HYVET이다. HYVET은 80세 이상 연령대의 고혈압 신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로 통용된다. 하지만 실제 항고혈압제 복용력이 없는 환자는 35%에 그친다. 이들을 분석한 하위분석 데이터도 없다. 

또 HYVET 환자 등록 당시 평균 24시간 활동혈압 모니터링(ABPM) 수축기혈압은 134mmHg였고, 진료실혈압과 ABPM 차이는 40mmHg로 백의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백의효과를 고려하면 HYVET 환자군은 실제 1기 고혈압에 해당한다.

즉 HYVET은 80세 이상으로 항고혈압제 치료를 정당할 수 있는 백의고혈압은 진료실혈압 160mmHg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신 교수는 "80세 이상 고령은 백의효과에 따른 혈압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며 "이 때문에 HYVET을 근거로 80세 이상 환자의 치료를 결정할 때 ABPM 134~135mmHg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혈압 치료 효과 있을 것으로 추측하지만 근거 불충분

결과적으로, 80세 이상 나이가 항고혈압제 치료 결정에 중요한 요인인지는 근거가 필요하다. 현재 가이드라인은 나이가 항고혈압제 치료 장애가 되면 안 된다고 정리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부족하다. 

그는 "ESH 가이드라인에서는 수축기혈압 160mmHg 이상인 80세 이상 고혈압 환자의 진료실혈압을 140~150mmHg로 조절하도록 I/A 수준으로 명확하게 권고한다"며 "수축기혈압 150mmHg 이상이고 80세 이상에 고혈압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의 항고혈압제 치료는 전문가 합의에 따르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HYVET과 SPRINT에 항고혈압제 복용력이 없는 환자가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구 결과를 80세 이상에 새롭게 고혈압을 진단받은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면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지만 근거가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80세 이상에 처음 고혈압을 진단받은 환자는 여러 요인을 고려해 치료에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평생 문제없이 지내다 80세 이상에 처음 고혈압을 진단받은 환자의 경우, 기대수명을 20년이라 봤을 때 항고혈압제로 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낮춰야 하는지 의문이다. 표적장기손상, 삶의 질, 이상반응 등을 고려해 치료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면서 "동반질환이 있는 80세 이상 고혈압 환자는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르는 치료를 어느 정도 시행할지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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