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메디톡스·휴젤 등 국내 톡신 기업 매출 급성장…3년새 3배까지
치료 적응증 확보·신제품 출시 등 전략으로 美 포함 글로벌 시장 공략

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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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약진하며 매출을 크게 키우고 있다.

기업들은 적응증 확대 및 신제품 개발, 해외 품목 허가 등 다양한 전략을 토대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역대 최고치인 753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504억원이었던 나보타 매출은 2021년 796억원, 2022년 1420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매출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나온 것으로, 지난해 매출 중 해외 매출이 1099억원으로 80%를 차지했다. 

나보타는 지난 2019년 아시아 국가 보툴리눔 톡신 제제 중 최초로 FDA 승인을 받았다. 이후 빠르게 영향력을 넓히며 3년 만인 2022년에 미국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했다.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도 '누시바'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출시했으며 올해 중 중국 및 호주 발매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까지 국산 톡신 중 매출 1위였던 휴젤 '보툴렉스'도 올해 상반기 74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8.8% 증가한 금액이다. 나보타에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으나 보툴렉스 역시 2020년 1095억원, 2021년 1246억원, 2022년 1607억원 등 꾸준한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보툴렉스는 아시아와 유럽 등 전 세계 43개국에 진출을 완료했다. 특히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중국 시장에 진출해 점유율을 높이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 매출을 기반으로 수출액을 늘려가고 있다. 휴젤의 지난해 태국 보툴리눔톡신 시장 점유율은 50.3%로 업계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디톡스 역시 상반기 보툴리눔 톡신으로만 445억원의 매출을 냈다. 회사의 올해 2분기 보툴리눔 톡신 제제 매출은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198%, 11% 증가했다. 주력 품목인 '코어톡스'의 매출 역시 국내외에서 모두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적응증 확대, 제품군 확대 등 전략 다변화

대웅제약 '나보타'
대웅제약 '나보타'

업체들은 저마다의 전략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적응증 확대 및 신제품 개발, 해외 시장 허가 도전 등을 통해 끊임 없는 영역 확장을 꾀하는 중이다.

이중 대웅제약은 치료 적응증 확보를 통해 나보타의 영역을 반쪽짜리가 아닌 전체 보툴리눔 톡신 시장까지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은 미용과 치료 두 가지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현재 65억 달러(한화 약 8조 3000억원)에 달하는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53%가 치료 목적에 해당한다.  

이에 지난달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이온바이오파마는 미국 특허상표청(USPTO)으로부터  '편두통 치료용 신경독소 조성물' 특허를 획득했다. 기존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비해 투여 횟수를 줄이고 투여 위치를 변경해 편의성을 개선하고 부작용을 줄인 점을 인정 받았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나보타의 삽화성 편두통, 만성 편두통에 대한 임상시험을 이어갈 예정이다. 더불어 경부 근긴장이상, 위 마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 다양한 적응증 확보를 꾀하고 있다. 

휴젤도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휴젤은 지난 8월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레티보 품목 허가를 재신청했다. 회사는 작년 10월에도 레티보 허가에 도전했으나 올해 4월 FDA로부터 보완요구서한(CRL)을 수령한 바 있다.

이번 재신청에서는 CRL 내용에 따라 공장 설비 및 일부 데이터·문헌에 대한 보완 작업을 진행했으며, 회사 측은 내년 1분기 중 레티보 미국 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제품 라인업 확대를 통해 시장 확장을 노리고 있다. 메디톡스 자회사 뉴메코는 지난달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 '뉴럭스'를 출시하면서 메디톡신, 코어톡스, 이노톡스에 이은 네번째 제품을 선보였다.

회사 측에 따르면 뉴럭스는 원액 생산 과정에서 동물유래성분을 배제해 안전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비화학적 처리 공정을 통해 유효 신경독소 단백질의 변성을 최소화하고 최신 제조공정을 적용해 생산 수율과 품질을 향상시켰다.

메디톡스는 액상형 톡신 제제 'MT10109L'의 미국 허가 신청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미국 시장 진출에 본격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올해 내 MT10109L의 미국식품의약국(FDA) BLA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계는 영업익 갉아먹는 끝없는 소송전

이처럼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이 해외 시장 공략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지난 몇년간 난무한 소송전은 이들의 발목을 잡아왔다. 

기업 간 균주 도용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가 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업체들의 간접수출에 문제를 제기하며 판매중지 및 품목허가 취소 등 영업에 제동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법무 대리인 선임 비용으로 지출하는 금액이 적지 않은 만큼 소송전이 길어질수록 업계는 출혈을 피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간접수출 문제를 둘러싼 식약처와의 소송전에서 법원은 기업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지난 7월 대전지방법원 제3행정부는 메디톡스가 자사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내려진 제조 판매 중지 및 허가 취소 등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식약처를 상대로 제기한 2건의 행정소송에서 모두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항소를 통해 기업들과 다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와 휴젤의 미국 행정소송에서는 주요 쟁점에서 균주 문제가 제외될 것으로 전망돼 소송전 흐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앞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소송전에서 메디톡스의 균주에 영업비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디톡스는 휴젤과 진행 중인 소송의 ITC 증거조사 과정에서 균주 관련 이슈를 쟁점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소송의 핵심 쟁점이었던 균주 문제가 제외될 경우 향후 국내 소송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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