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삶의 질 위협하는 만성두드러기 치료 접근성 개선 촉구
"좋은 생물학적 제제 있지만 비용 부담 높아…잘못된 질병 분류 체계도 문제"

아주대병원 예영민 교수(알레르기내과)는 중증도가 높은 만성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을 분석한 결과,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와 비슷한 0.7점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아주대병원 예영민 교수(알레르기내과)는 중증도가 높은 만성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을 분석한 결과,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와 비슷한 0.7점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만성 두드러기는 중증 건선, 중증 아토피피부염과 마찬가지로 삶의 질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 부족과 치료 환경미비로 환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학계는 질환 인지도 개선과 함께 생물학적 제제 급여 적용, 중증도에 따른 질병코드 분류로 만성 두드러기 치료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는 지난 5일 세계 두드러기의 날을 맞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국내 만성 두드러기 치료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만성 두드러기는 1주일이면 치료가 가능한 급성 두드러기와는 달리 평균적으로 3~5년 동안 지속되며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매우 큰 질환이다. 

국내에서는 약 150만명 환자가 만성두드러기로 고통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만성두드러기는 전 세계 인구의 약 1%에서 발생하는데, 한국의 유병률은 3% 내외로 유럽 및 북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며 지속 증가하고 있다.

환자는 "죽고 싶다" 말하지만…질환 잘 몰라 무시 당하기도

이날 아주대병원 예영민 교수(알레르기내과)는 "만성 두드러기는 죽고 사는 병은 아니지만 환자들은 죽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며 "모기를 100~200방 물린 것과 같은 가려움과 팽진이 나타나고 눈꺼풀, 입술, 위장관과 인후 점막 등에 혈관 부종 현상을 동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심할수록 병을 앓는 기간은 더 길다. 아주대병원에서 만성 두드러기 환자 4552명의 진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증상이 심할수록 병이 오랜 기간 지속돼 최대 10년까지 지속되기도 했다. 

환자들은 수면장애을 겪거나 우울감 또는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일반인보다 2배 많고, 건선 또는 아토피 피부염 환자보다도 삶의 질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난치성 만성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을 혈액투석, 당뇨,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와 비교했을 때 신체적 고통과 전반적인 건강 상태 등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만성 두드러기는 이처럼 개인 및 가족, 사회의 부담이 큰 질환임에도 사회적 인지도가 매우 낮아 문제가 되고 있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 만성 두드러기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제대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최정희 교수(알레르기내과)는 "환자들이 이야기하는 불편사항을 1차 의료진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어 무시 당하는 경우도 많다"며 "질환이 왜 생기는지, 예후가 어떤지 등을 알려주지 않고 항히스타민제만 주거나 스테로이드를 저용량으로 계속 써 부신 기능이 저하되서 오는 환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생물학적 제제 급여 적용, 중증도에 따른 질병 분류 시급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장윤석 총무이사(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는 만성 두드러기에 대한 생물학적 제제 급여 적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장윤석 총무이사(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는 만성 두드러기에 대한 생물학적 제제 급여 적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만성두드러기는 중증도에 따른 치료제 투여가 필수적이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 중 항히스타민제 표준 용량 사용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환자는 62%에 달하며, 항히스타민제를 가이드라인에 따라 2~4배까지 증량해도 37%의 환자가 치료에 불응한다. 

이러한 중증 환자의 경우 과거에는 사이클로스포린 등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수밖에 없지만, 최근에는 만성 두드러기 적응증을 허가 받은 생물학적 제제가 등장하면서 효과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문제는 아직 생물학적 제제에 보험 급여가 적용 되지 않아 환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학회 장윤석 총무이사(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는 "처음에는 가격이 50만원이었던 생물학적 제제 '졸레어(성분명 오말리주맙)' 가격이 최근에는 27~3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이라며 "보험이 되지 않아 문제"라고 말했다. 4주 간격으로 졸레어 1바이알을 투여하는 환자의 1년 치료 비용은 360만원, 2바이알을 투여할 경우 720만원에 달한다.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은 효과가 떨어지는 치료제를 계속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2022년 발표된 국내 리얼 월드(real-world) 연구에 따르면 6개월 이상 항히스타민제 치료로 조절되지 않는 중등도 및 중증 두드러기 환자 중 55.8%가 항히스타민제 치료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정희 교수는 "임상에서 제약이 너무 많다. 항히스타민제도 허가된 용량은 4배까지이지만 1알만 보험 급여가 돼 가이드라인 대로 이를 증량해 처방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또 "노인과 소아에게는 면역억제제를 쓰기가 어렵다"며 "오말리주맙이라는 좋은 약이 있음에도 모든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없어 안타깝다. 돈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삶의 질이 좋아지거나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잘못된 질병 분류 체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상급 종합병원에서 치료 받아야 할 중증 두드러기 환자들이 경증 질환으로 분류돼 높은 비용 부담을 겪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만성 두드러기는 다행히 2022년에 경증질환에서 제외됐으나 만성 두드러기 이외에 모든 두드러기는 여전히 경증질환으로 분류돼있다. 중증 만성 두드러기에 대한 별도의 질병 코드 신설도 필요한 상황이다. 

장윤석 총무이사는 "만성 두드러기는 중증 건선이나 중증 아토피 피부염처럼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적인 질환인 만큼 별도의 질병코드를 신설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중증 질환으로 분류해 환자의 경제적인 부담을 경감해주는 제도를 통해 적절한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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