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부전학회 이찬주 팩트시트 준비위원장
2020년 심부전 전체 의료 비용, 비급여 항목 포함 안 됐지만 3.2조원으로 높아
"심부전 환자 늘면서 사회경제적 부담 큰 상황 계속될 것"

▲대한심부전학회 이찬주 팩트시트 준비위원장(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대한심부전학회 이찬주 팩트시트 준비위원장(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심부전 유병률이 증가세를 보일 뿐만 아니라 입원율과 사망률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돼 심부전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한심부전학회는 2002년부터 2020년까지 심부전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분석, 국내 심부전 현황 데이터를 정리한 '심부전 팩트시트 2022'를 21~23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대한심부전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배포했다. 

팩트시트에서는 국내 심부전 유병률, 발생률, 입원율, 사망률, 생존율, 동반질환, 치료 약물 패턴 변화를 비롯해 심장이식, 심장재동기화 치료,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 등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를 정리했다.

이번 팩트시트는 정부기관과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심부전 예방 및 관리대책을 수립하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학회 설명이다.

본지는 학술대회에서 대한심부전학회 이찬주 팩트시트 준비위원장(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을 만나 이번 팩트시트가 갖는 의미에 대해 물었다.

<1> 국내 심부전 관리 빨간불…유병률·사망률 늘었다

<2> "심부전 유병률 증가세…초고령사회 진입하면 더 커질 것"

- 심부전 유병률·입원율·사망률 등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가 갖는 의미는?

국내 심부전 유병률, 발생률,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심부전 관리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유병률이 증가한 이유는 심부전으로 진료 본 환자가 늘면서 진단받은 환자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발생률은 크게 차이가 없고 80세 이상에서도 증가하다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 생존율은 조금씩 향상되고 있지만 심부전 환자 자체가 늘고 있어 사망률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인구 구조를 고려하면 80세 이상의 심부전 환자가 엄청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심부전 발생률은 큰 변화가 없을지라도 유병률은 80세 이상에서 높아 전체 유병률이 높아지게 된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심부전 유병률도 증가한 것으로, 이 같은 증가세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 심부전 약제 사용률이 70%에 미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 분석하나?

먼저 건보공단 자료를 활용하면서 나타나는 한계다. 국내 심부전 입원 환자 대상의 KorAHF 등록사업 결과와 비교하면 이번 팩트시트 결과가 확연히 낮다. 팩트시트는 건보공단 자료를 분석했기에, 상병코드가 해당된 환자가 모두 대상이 되면서 개원가를 찾는 환자 데이터가 이번 팩트시트에 많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진료지침에서 권고하는 심부전 약제가 사용되지 않았을 수 있다. 

또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환자는 SGLT-2 억제제를 제외하고 아직 명확한 약제가 없어, 이로 인해 약제 사용률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 SGLT-2 억제제 사용률은 향후 급여가 적용돼야 팩트시트에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 최근 가이드라인에서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환자에게 4개 기둥(4-pillars)이라 하는 네 가지 약제를 가능한 빨리 함께 시작하도록 권고한다. 이에 따라 약제 사용률이 늘어날지?

HFrEF 환자에게 네 가지 약제 사용이 강력하게 권고될지라도 HFpEF 환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약하게 권고되기에 약제 사용률 변화는 지켜봐야 한다. 단, 최근 네 가지 약제 사용이 박출률 경계 심부전(HFmrEF)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돼 향후 약제 사용률이 조금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 약제 사용률이 증가한다면 생존율도 개선될까?

심부전을 처음 진단받은 외래 환자의 1년 생존율은 이전에도 높은 수준이었지만, 심부전 입원 환자는 확연히 낮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심부전 입원 환자의 1년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심부전으로 한 번이라도 입원한 환자의 경우 최근에 진단받을수록 생존율 커브가 위로 올라갔다. 아마도 네 가지 심부전 약제 사용으로 심부전 환자 예후가 개선된 것으로 생각되기에, 약제 사용률이 증가한다면 생존율도 개선될 가능성은 있다.

- 팩트시트에서 확인한 심부전의 사회경제적 부담은?

이번 팩트시트에는 그동안 포함되지 않았던 심부전 환자의 1인당 의료 비용 변화를 담았다. 2020년 기준 심부전 외래 비용은 126만원, 입원 비용은 853만원, 전체 심부전 치료 비용은 3.2조원이 소요됐다. 여기에는 심부전 약제로 허가받은 SGLT-2 억제제와 심부전 환자의 철 결핍을 보충하는 철분제 등 비급여 항목은 포함되지 않았다.

비용 변화를 보면 심부전 치료에 사용되는 비용이 확실하게 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심부전의 사회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심부전 환자가 늘고 있고 이들을 위한 좋은 약제가 개발돼 임상에 도입된 만큼, 급여 영역 바깥에 있는 치료제를 급여권으로 가져온다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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