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부전학회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 22일 개최
조상호 정책이사 "심부전, 일반 아닌 '중증 질환'으로 분류해야"
강석민 회장 "심부전 환자 급증 대비하기 위해 중증 재분류 시급"

▲대한심부전학회는 22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심부전 중증도 향상의 이유와 타당성을 피력했다. 
▲대한심부전학회는 22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심부전 중증도 향상의 이유와 타당성을 피력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위중한 질환인 심부전을 일반 질환으로 분류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중증으로 재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심부전은 예후가 상당히 나쁜 질환임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환자분류체계에서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돼 심부전 환자의 치료 및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심부전 환자의 환자분류체계를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심부전학회는 22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심부전 중증도 향상의 이유와 타당성을 피력했다. 

10년 새 심부전 환자 사망률 2배 증가해 대비책 필요

▲대한심부전학회 조상호 정책이사(한림대 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대한심부전학회 조상호 정책이사(한림대 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국내 환자들은 진단받은 질병군에 따라 심평원 환자분류체계에서 △A군(전문진료질병군) △B군(일반진료질병군) △C군(단순진료질병군)으로 나뉜다. 이는 4년마다 심사하는 상급종합병원 선정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A군인 환자가 많을수록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중요한 고지를 차지한다.

그러나 심부전은 예후가 좋지 않은 말기 심장병임에도 불구하고 B군으로 분류된다는 게 학회 지적이다. 이 때문에 병원은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돼 정부 지원과 혜택을 받기 위해 B군인 심부전보다 A군인 질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심부전은 적절한 치료로 관리할 수 있고 생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관심과 지원이 부족해 이로 인한 손해는 심부전 환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학회 조상호 정책이사(한림대 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부전은 단일 질환이 아닌 복합적 임상증후군이다. 여러 원인에 의한 심장병의 최종 종착역으로, 말기 신부전, 말기 간경화 등과 유사하다"며 "위중함에도 중증 질환이 아닌 일반으로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피력했다.

심부전 환자 예후를 보면, 10만 명당 사망률은 2010년 기준 7.2명에서 2020년 기준 14.1명으로 10여 년 사이에 96% 증가했다. 이와 비교해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률은 10만 명당 각 26.7명에서 27.4명으로 3% 증가에 그쳤다. 전체 심장 사망률도 10만 명당 각 46.8명에서 63.0명으로 35% 증가했다.

다른 질환과 비교해 심부전 환자의 사망률이 10여 년 새 2배가량 늘어난 결과는 심부전을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학회 설명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면서 심부전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2020년 대한심부전학회가 발표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심부전 유병률은 2002년 0.77%에서 2018년 2.24%로 3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이로 인해 심부전 치료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조 정책이사는 "고령 심부전 환자는 예후가 좋지 않고 치료 비용이 약 3조원 소요되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요양급여비용총액 추이를 보면 2021년 약 2100억원이 소요됐는데, 이 금액은 2017년 이후 점차 증가했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심부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탑다운·바텀업 방식으로 정부와 논의 중…"대응하지 않으면 재앙 될 것"

▲대한심부전학회 강석민 회장(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대한심부전학회 강석민 회장(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학회는 심부전을 A군으로 상향하기 위해 탑다운(하향식)과 바텀업(상향식) 방식으로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 

조 정책이사에 따르면, 학회는 탑다운 방식으로 정책입안에 권한을 가진 국회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자들과 만나 심부전을 A군으로 분류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바텀업 방식으로 심평원 분류체계개발부 등 담당자에게 질환 분류체계를 세분화하거나 심부전을 A군으로 상향시키는 것을 제안했다. 

조 정책이사는 "정책을 다루는 담당자들을 만나 심부전의 환자분류체계를 상향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공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심부전 환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에 지금부터라도 질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중증 질환인 심부전을 A군으로 상향해야 한다. 심부전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10년을 내다보고 대응하지 않으면 큰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회 강석민 회장(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심부전은 입퇴원을 반복하고 의료비 지출이 많은 질병 중 하나"라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대한민국에서 심부전은 앞으로 급격하게 증가할 질환이기에, 이를 대비하기 위해 심부전을 중증 전문진료질환군으로 재분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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