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심장학계 전문가 'PCI 받은 ACS 환자의 DAPT 감량요법' 합의문 발표
DAPT 기간 줄이거나 치료 강도 감량…허혈 사건 막고 출혈 위험 낮춰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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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급성 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의 출혈 위험을 낮추면서 허혈 사건을 막을 수 있는 항혈소판요법이 정리됐다. 

국내외 심장학계 전문가들은 'PCI를 받은 ACS 환자의 이중항혈소판요법(DAPT) 기간 또는 치료 강도 단계적 감량요법'에 대한 합의문을 Nature Reviews Cardiology 7월 20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발표했다.

PCI를 받은 ACS 환자의 DAPT 표준요법 기간은 12개월이다. 병용하는 항혈소판제는 아스피린과 강력한(potent) P2Y12 억제제인 프라수그렐, 티카그렐러다. 출혈 위험이 높은 ACS 환자는 이 같은 치료전략을 통해 허혈 사건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반대로 출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DAPT 감량요법은 DAPT에 따른 출혈 위험을 낮추면서 허혈 사건 위험을 높이지 않는 항혈소판요법이다. 그동안 국내외 심장학계에서는 출혈 고위험 ACS 환자의 최적 DAPT 감량요법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여러 근거가 쌓였음에도 불구하고 진료현장에 활용할 수 있는 DAPT 감량요법을 정리한 가이드라인 또는 합의문은 없었다.

합의문 개발에 참여한 중앙대 광명병원 정영훈 교수(순환기내과)는 "그동안 DAPT 감량요법은 어떤 환자에게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정리 되지 않았다"며 "이번 합의문은 그동안 발표된 출혈 고위험 ACS 환자를 대상으로 한 DAPT 감량요법 연구를 근거로 국내외 전문가들이 뜻을 모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허혈·출혈 위험 계층화…위험인자·점수 활용

합의문에서는 먼저 PCI를 받은 ACS 환자의 허혈 사건 및 출혈 위험을 개별적으로 계층화하도록 했다. 허혈 사건 위험은 ACS 사건 발생 이후 첫 30일 이내가 가장 높다고 명시했다. 출혈 위험은 첫날, 특히 PCI 시행 전후 가장 높은 이후 감소하고 DAPT를 지속하는 동안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정리했다.

출혈 위험인자는 나이, 만성 콩팥병, 빈혈, 혈소판 감소증, 자연출혈 병력, 최근 수술 시행, 활동성 종양 등이 있다. 허혈 사건 위험인자에는 나이, 당뇨병, 최적이 아닌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관리, 다혈관질환, 복합 관상동맥질환, 완전하지 않은 혈관재생술, 만성 콩팥병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긴 병변 길이, 이식한 많은 스텐트 수, 두 분지에 두 개의 스텐트 삽입 또는 만성 완전폐쇄병변 스텐트 이식 등을 포함한 PCI 기술적 측면이 시술 이후 혈전 위험을 높인다고 명시했다. 

환자의 출혈 위험 계층화에 도움 될 수 있는 도구는 PRECISE-DAPT 점수와 ARC-HBR 점수를, 재발성 허혈 사건 위험 계층화에는 DAPT 점수를 제시했다.

기간 단축: 3~6개월 후 아스피린 단독·1~3개월 후 P2Y12 억제제
강도 감량: PFT·유전자형 분석에 따라 일주일 이내 시작 가능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DAPT 감량요법은 병용 기간을 줄이는 전략과 치료 강도를 낮추는 전략 등 두 가지가 있다. 이를 통해 허혈 사건 위험 증가 없이 출혈 위험을 낮출 수 있다.

DAPT 강도 감량요법은 혈소판 기능 선별검사(PFT) 또는 유전자형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전략(guided)과 검사 여부와 관계 없이 시기에 맞춰 치료 강도에 변화를 주는 전략(unguided)이 있다.

합의문에서는 DAPT 감량요법의 대다수 연구가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비동아시아인은 2개의 소규모 연구에서만 평가됐다고 명시했다. 비동아시아인 연구에서 확인한 DAPT 강도 감량요법은 강력한 P2Y12 억제제인 프라수그렐 또는 티카그렐러에서 클로피도그렐로 변경한 치료전략이다. 이 중 하나는 치료강도를 낮추기 위해 PFT를 활용했다.

PCI 이후 일주일 이내에 시작할 수 있는 PFT 또는 유전자형 분석에 따른 DAPT 강도 감량요법은 혈전성 사건 위험 증가 없이 출혈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명시했다. 특히 장기간 허혈 사건 위험이 높지 않은 환자가 이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정리했다.

DAPT 기간을 줄이는 전략은 출혈 고위험 환자에서 허혈 사건 위험 증가 없이 출혈 위험을 줄일 수 있으며, 특히 장기간 허혈 사건 위험이 높지 않은 환자에게 적용된다고 의견이 모였다. 

이에 따른 DAPT 기간은 출혈 고위험 또는 출혈 위험인자가 없으면서 장기간 허혈 사건 위험도 높지 않은 ACS 환자의 경우 증상 발생 이후 1~3개월로 줄이고 P2Y12 억제제 단독요법을 지속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또 ACS 발생 이후 3~6개월간 DAPT를 진행한 뒤 아스피린 단독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출혈 고위험에게만 가장 이상적이라는 게 학계 설명이다.

▲급성 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의 출혈 위험을 낮추기 위한 DAPT 전략. Nature Reviews Cardiology 7월 20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합의문 재구성.
▲급성 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의 출혈 위험을 낮추기 위한 DAPT 전략. Nature Reviews Cardiology 7월 20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합의문 재구성.

아울러 동아시아인에서 급성기 이후 DAPT 기간 또는 강도 감량요법은 출혈 고위험이거나 장기간 허혈 사건 위험이 낮은 환자의 허혈 사건 위험 증가 없이 출혈 위험을 낮추는 안전한 치료전략이라고 정리했다. 

국내 연구 근거로 활용…"출혈 위험 막는 보호장치 될 것"

이번 합의문은 국내 연구들이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프라수그렐 용량을 줄이는 DAPT 강도 감량요법 연구 HOST-REDUCE-POLYTECH-ACS, 급성기에 티카그렐러 사용 이후 안정기에 클로피도그렐로 변경하는 강도 감량요법 연구 TALOS-AMI, 아스피린을 조기 중단하는 기간 감량요법 연구 TICO 등이 대표적이다. 

정 교수는 "DAPT 감량요법이 서양인에게도 어느 정도 혜택이 있지만 아시아인에서 데이터가 좋게 도출된다. 아시아에서 이뤄진 연구 대다수가 국내에서 진행됐다"며 "이번 합의문 근거가 된 연구 중 국내 연구가 20여 개다. K-DAPT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합의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합의문은 임상에서 출혈 위험을 막는 보호장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합의문이기에 표준 가이드라인을 바꾸기엔 한계가 있지만 앞으로의 치료전략을 개선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라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를 치료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 이번 합의문은 이를 막는 보호장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같은 항혈소판요법이라도 동아시아인은 서양인보다 출혈 위험이 높고 허혈 사건 위험이 낮다. 한국인은 출혈 위험이 높으므로, 출혈 고위험군보단 혈전 등 허혈 사건 고위험군만을 대상으로 DAPT 치료전략을 바꿔가야 할 것으로 본다"며 "예로 복잡한(complex) PCI를 받았거나 심근경색 등이 있는 ACS 환자에서 혈전 위험이 높은 경우에만 DAPT 표준요법을 시행하고 그 외에는 감량요법을 시행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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