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2C19 유전자형에 따른 클로피도그렐 대사 능력 차이 확인
출혈 관리 위한 PPI도 CYP2C19 상호작용 적은 일라프라졸 등 우선 해야

2021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은 암을 제외하고 여전히 1위의 사인이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1년 통계에서 심장질환 사망률은 10만명당 61.5명, 뇌혈관 사망률은 44.0명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로 꼽히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유병률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사회고령화도 지속되고 있어 심혈관질환 유병률은 앞으로도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주요 심혈관질환인 심근경색증도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주요 치료전략인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시행률은 90% 이상으로 서양과 비교해서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이에 비례해 PCI 후 재발 예방 및 장기적 관리가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인 환자에서 PCI 후 이중항소판요법(DAPT) 등 항혈전요법을 적용할 때 맞춤치료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동아시아인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의 측면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에서 클로피도그렐 대사에 영향을 주는 CYP2C19 효소의 유전자형 보유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또 국내에서 항혈소판제인 클로피도그렐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CYP2C19 유전자형이 클로피도그렐의 대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산하 혈소판-혈전연구회(PTRG) 팀이 발표한 연구(JACC Cardiovascular Intervention. 2023)는 유전자 가이드를 활용한 맞춤치료의 필요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CYP2C19 효소 유전자형 검사를 통해 확인된 클로피도그렐 대사 이상이 궁극적으로 5년 시점 심혈관 임상사건(심혈관 사망, 심근경색증, 스텐트 혈전증) 차이로 이어진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연구를 진행한 중앙의대 정영훈 교수(중앙대광명병원 순환기내과), 성균관의대 송영빈 교수(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전남의대 이승헌 교수(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에게 이번 연구결과의 의미와 국내 항혈전요법의 현주소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국내 항혈전요법의 적용 현황은?

송영빈  항혈전요법은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방세동,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환자에서 폭넓게 적용된다. 이런 가운데 지속적 사회 고령화, 당뇨병·만성신장질환·심부전 등 고전적 위험인자 증가로 인해 국내에서 항혈전요법이 필요한 환자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항혈전요법은 크게 항혈소판요법과 항응고요법으로 구분되는데, 항혈소판요법이 8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승헌  국내 항혈전요법, 특히 항혈소판요법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PCI 후 심혈관사건 예방을 목적으로 적용하는 이중항혈소판요법(DAPT)의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가이드라인에서는 안정형 협심증 환자의 경우 PCI 후 6개월 DAPT를 시행하고, 이후에는 단독항혈소판요법(SAPT)으로 전환하고 유지하도록 권고했다. ACS나 급성 심근경색증의 경우 12개월까지 DAPT를 시행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6개월까지도 DAPT를 시행할 수 있고, 이후 SAPT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정영훈 대표적인 항혈소판요법으로는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이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는 심근경색증이나 안정형 협심증 환자에게 1년 후에도 아스피린과 함께 클로피도그렐도 급여를 인정하고 있어서, 서양보다 클로피도그렐의 사용량이 높다. 게다가 국내 클로피도그렐 사용자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Q. 국내 항혈전요법에서 CYP2C19 유전자형에 대한 논의가 부각되는 이유는?

송영빈  국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클로피도그렐은 체내에서 CYP2C19 효소를 통해 대사된다. 하지만 실제 체내에서 대사되는 클로피도그렐 용량은 15% 수준이다. 게다가 일부 CYP2C19 변이 유전자형(CYP2C19*2 또는 *3)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서는 낮은 클로피도그렐 대사율, 즉 클로피도그렐 저항성이 나타난다. 그리고 국내 환자 중 3분의 2가 클로피도그렐 저항성을 보인다. 즉 클로피도그렐을 복용하는 환자 중 정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는 30% 수준이라는 것이다. 서양은 이와 반대로 클로피도그렐이 정상적으로 대사되는 비율이 70% 수준이다.

이승헌  국내 CYP2C19 유전자형에 대한 논의는 동아시아인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에서 기인한다.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는 서양인에 비해 동아시아인이 낮은 혈전 성향 및 높은 출혈 경향성을 보이고, 항혈전제의 혈중 농도가 높게 나타난다는 학술적 근거를 기반으로 정리됐다. 그리고 인종 간 CYP2C19 유전자형으로 인한 클로피도그렐의 약물농도 차이도 동아시아인 패러독스에 포함돼 있다.

정영훈  동아시아 환자에서 CYP2C19 유전자형으로 인해 클로피도그렐 대사율이 매우 낮은 환자군(poor metabolizer)의 비율은 10% 전후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서양에서는 1~2%에 그친다. 저효율 대사군에서 표준용량의 클로피도그렐을 투여하면 허혈성 사건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인 환자에서 그 위험이 크기 때문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Q. 국내 PCI 시술 환자를 대상으로 CYP2C19 유전자형 가이드 치료전략을 평가한 PTRG-DES 등록사업의 분석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 내용을 정리한다면?

이승헌  이번에 발표된 PTRG-DES 등록사업 분석연구는 ACS나 안정형 협심증으로 PCI 시행 후 클로피도그렐 포함 항혈전요법으로 치료받는 이들 중 유전자 검사를 받은 8163명을 대상으로 했다. 환자들은 클로피도그렐 대사 능력 예측정도에 따라 정상군, 고효율군, 중간효율군, 저효율군으로 분류됐다. 분석결과 전체 환자 중 약 62%가 클로피도그렐에 대해 중간(47.9%) 및 저효율 대사(14.2%)를 보였다.

5년 시점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증, 스텐트 혈전증발생 위험은 정상 및 고효율 대사군보다 중간·저효율 대사군의 위험이 42% 높았다(aHR 1.42, 95% CI 1.01-1.98).

송영빈  이 연구에는 국내 주요 대학병원의 PCI 환자들을 대상으로 해 유전자형 검사를 받은 환자들이 대부분 포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부분이다. 또 PTRG-DES 연구에서 클로피도그렐 대사효과가 낮거나 중간 수준인 비율이 62%로 나타났는데, 예상보다 높게 나타난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추가적으로 중간·저효율군의 1년 시점 심혈관 임상사건 발생 위험은 67%(aHR 1.67, 95% CI 1.10-2.55, P=0.016) 더 높아, 5년 시점 비교보다 차이가 더 컸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정영훈  클로피도그렐과 CYP2C19 유전자형 연관성 관련 논의 초기에는 국내 허혈성 사건 발생 위험이 서양인보다 높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클로피도그렐 대사 기능을 낮추는 CYP2C19 유전자형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를 비롯 클로피도그렐 대사와 CYP2C19 유전자형의 연관성에 대한 근거가 축적돼 왔고, 이번 연구에서는 실질적인 아웃컴에도 CYP2C19 유전자형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됐다.

Q. CYP2C19 유전자형 가이드 치료전략의 임상적 혜택과 영향은?

이승헌  PTRG-DES 연구는 맞춤형 항혈전요법에 대한 근거를 제공해주고 있다. 국내에서 항혈전요법이 필요한 환자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항혈전요법 맞춤치료 전략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송영빈  항혈전요법 관련 위험인자에서 유전자는 교정되지 않는 위험인자로 간주되지만, 이를 기반으로 항혈소판제 선택 전략의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 PCI 환자에게 적용하기까지는 근거가 더 필요하다. 이전 연구에서는 유전자 가이드 항혈전요법이 ST분절상승 심근경색증(STEMI) 환자의 예후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더 넓은 범위의 PCI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영훈  모든 환자에게 유전자 가이드 항혈소판제 선택전략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PTRG-DES 연구를 포함한 관련 연구에 따르면 PCI 후 1~2년 시점, 즉 위험도가 높은 급성기에는 클로피도그렐을 포함한 항혈전요법을 시행할 때 약물의 대사능력에 따라 약물용량 및 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죽상동맥경화성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환자에서는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단 안정화된 환자에서의 적용방향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

Q. 항혈전요법으로 인한 출혈위험은 어떻게 관리하는가?

송영빈  항혈전요법을 시행하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출혈은 반드시 동반되는 위험이다. 게다가 항혈전요법의 강도가 높을수록 출혈 위험도 높아진다. 국내에서는 전체 출혈 사건 중 70~80%가 위장관출혈이다. 국내 환자들은 위염이나 위궤양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속쓰림, 상부위장관출혈로 인한 흑변을 보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항혈전요법으로 치료받는 환자들의 위장관 보호를 위해서 프로톤펌프억제제(PPI) 등을 기본적으로 처방하고 있다.

이승헌  최근에는 허혈성사건 위험관리에서 출혈관리로 임상적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항혈전요법에서 출혈 위험은 전통적으로 지적돼 온 만큼 항혈전약물 개수를 감소시키거나, DAPT 강도를 조절하는 등의 강도 감소(de-escalation)전략들이 적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출혈 위험은 여전히 있기 때문에 DAPT를 시행할 때는 PPI를 기본적으로 병용투여한다. SAPT를 시행할 때는 선택적으로 PPI를 사용하지만, 대부분 환자가 고령이거나 출혈 위험이 높아 병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정영훈  여기에 더해 항혈소판제로 인한 출혈 위험이 동아시아인에서 더 높다는 근거들도 쌓여가고 있다. 최근 저용량 아스피린(1일 1회 100mg 이하)의 1차 예방효과를 평가한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RCT)들을 메타분석한 결과에서는 위약 대비 아스피린으로 인한 출혈 위험은 동아시아인 환자에서 2.48배, 서양인 환자에서 1.45배로 동아시아인 환자에서 높았다. 특히 아스피린 사용에 의한 위장관 출혈 위험도 증가는 56%, 229%로 명확하게 차이를 보였고, 두개내출혈 발생률도 각각 26%, 54%로 아시아인에서 더 많았다. 저용량 아스피린의 주요 유해 심혈관사건(MACE) 감소 효과는 동양인 환자와 서양인 환자에서 비슷했다(동아시아인 환자 13%↓, 서양인 환자 10%↓).

동아시아인에서 위장관출혈 발생 위험이 높은 원인으로는 고령, 궤양,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을 꼽을 수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률은 서양이 20~30%인데 비해 동양에서는 50~60%로 높다.

특히 클로피도그렐과 함께 출혈 관리 측면에서도 CYP2C19 유전자형에 따른 맞춤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고위험군의 항혈소판요법에서 맞춤치료를 강조하는 이유가 초기의 허혈성사건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인데, 이는 출혈 위험 관리전략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부분이다.

PPI 제제별 CYP2C19 유전자형에 대한 영향을 평가한 연구(Pharmacological Research. 2020)에서는 일라프라졸이 CYP2C19으로 대사되는 다른 PPI보다 CYP2C19에 대한 영향이 가장 적은 것으로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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