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남세브란스병원 김재훈 교수(산부인과)

강남세브란스병원 김재훈 교수(산부인과)는 HRD 양성 난소암 환자들도 제줄라 1차 유지요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김재훈 교수(산부인과)는 HRD 양성 난소암 환자들도 제줄라 1차 유지요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난소암은 아직 효과적인 조기 검진법이 확립되지 않아 환자의 약 60%는 3기 이후 진단된다. 이들 85%는 재발을 경험할뿐더러 재발 때마다 무진행생존기간(PFS)이 짧아지는 등 예후도 좋지 않다.

난소암의 바이오마커는 BRCA1/2 유전자 변이와 상동재조합결핍(HRD) 여부 등이다. 환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HRD 양성 환자는 PARP 억제제가 조금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유럽종양학회(ESMO) 등 가이드라인에서는 난소암 1차 유지요법 시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에 반응한 환자에게는 PARP 억제제 투여를 권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다케다 제줄라(성분명 니라파립)가 중추 임상인 PRIME 연구의 후속 데이터를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김재훈 교수(산부인과)는 제줄라 1차 유지요법을 통해 HRD 양성 환자군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수술 및 1차 항암화학요법 후 유지요법이 하나의 패러다임이 됐다. BRCA 변이와 HRD 여부가 난소암 바이오마커로 꼽히는데 이들에게 유지요법은 어떤 의미를 갖나.

난소암은 주로 3~4기에 발견된다. 일반적으로 수술 후 1차 항암화학요법으로 파클리탁셀+카보플라틴 병용요법을 받고, 이후 유지요법은 PARP 억제제가 처방된다.

BRCA 변이가 있거나 HRD 양성인 환자는 두 바이오마커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에 비해 PARP 억제제를 통한 유지요법의 효과가 약 2배 높다. 예후를 평가하는 측면에서 보면 게임 체인저라고 불릴 정도의 효과다.

- 한국에서 1차 유지요법에 사용되는 PARP 억제제로 제줄라와 올라파립이 쓰인다. 환자 상태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질텐데, 주로 어떤 측면을 고려하는가.

현재 상황에서는 어떤 약물이 상대적으로 더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는 평가를 내릴 수 없어 의료진 개인적인 선호도나 처방 경험, 환자 상태 등에 근거해 처방 약물을 선택하고 있다.

제줄라는 보험급여 인정 기간에 제한이 없어 5년을 넘어 재발할 때까지 급여 처방 가능하다. 반면 올라파립은 2년만 복용해도 충분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에 기반하긴 했지만, 2년으로 급여 기간이 제한된 상황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급여로 약물을 복용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이상반응도 고려사항 중 하나다. 제줄라는 출시 초기 독성으로 인한 심각한 혈액학적 이상반응이 보고되면서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복용 기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이상반응이 발생하는 확률이 비례하는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이상반응을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실제 좋은 효과를 보면서 장기간 제줄라를 복용 중인 환자가 꽤 많다. 아무래도 제줄라는 1일 1회 복용하면 되다 보니 환자들이 느끼는 치료 편의성이 있는 것 같다.

- 제줄라 임상3상 PRIME 연구 데이터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주목할 결과가 있다면.

PRIME 연구는 중국에서 진행된 임상3상이다. 이 연구는 개별 맞춤 용량 투여법(ISD)에 기반해 용량을 달리했다. 결과적으로 투여 용량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 차이는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3월 발표된 사후분석 연구 데이터를 강조하고 싶다. 이 사후분석에는 PRIME 연구에 참여한 제줄라군 중 용량 조절이 필요하지 않았던 환자 149명과 치료 관련 이상반응(TEAE)으로 인해 용량조절이 필요했던 환자 103명을 대상으로 PFS에 따른 위험비(HR)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0mg 투여 중 이상반응 관리를 위해 100mg으로 용량을 조절했음에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에 차이가 없었다. 또 gBRCA 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하위분석에서도 용량 조절을 하지 않은 군과 이상반응으로 용량을 조절한 군 간 위험비는 0.60으로 차이가 없었다.

즉 PRIMA 연구의 투여 용량이었던 300mg, PRIME 연구 투여 용량인 200mg, 100mg 등 용량에 따른 효과를 비교할 때 예후 개선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 주목할 만한 데이터다.

쉽게 말해 환자의 신체적 특성에 맞는 적합한 용량을 찾았다는 의미다. 흔히 약물 용량을 줄이면 효과도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는데, 이런 문제를 불식시킨 결과인 만큼 의료진 입장에서 상당히 안심이 됐다. 

- HRD 양성 환자 비율이 BRCA 변이 환자보다 더 높은데 보험급여는 논의되지 않았다.

난소암 치료를 위한 PARP 억제제로 처음 소개된 약물이 올라파립이었고, 올라파립은 BRCA 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기에 이들 환자군에 대한 데이터만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이 연구에 HRD 양성 환자가 포함됐다면 두 바이오마커 모두에 대한 데이터가 확보됐겠지만, 그렇지 못해 BRCA 변이 환자에만 보험급여 논의가 진행됐던 것이다.

올라파립 이후 등장한 제줄라는 BRCA 변이를 포함해 HRD 양성 환자도 연구에 포함시켰고, 두 바이오마커를 가진 환자에서 임상적 효능을 증명했다.

실제 PRIMA 연구 중 BRCA 변이 여부와 관계없이 HRD 양성 환자군에서 확인된 제줄라군의 PFS 중앙값은 21.9개월로, 위약군 10.4개월 대비 2배 이상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또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도 57% 감소했다.

제줄라가 HRD 양성 난소암 환자의 보험 급여를 논의할 수 있는 초석을 제공한 셈이다.

물론 어떤 약물이든지 100% 효과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HRD 양성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치료 효과가 뚜렷하다는 근거가 있는 만큼, 제줄라 1차 유지요법을 통해 HRD 양성 환자군에 도움이 되도록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다.

- 앞으로 난소암 치료 패러다임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전망하는가. 또 정부와 학계는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나.

면역억제제는 다양한 암종에서 효과를 보이지만, 난소암 분야에서는 단독요법이 거의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PARP 억제제와 신생혈관억제제 병용, 여기에 면역억제제를 더한 3제 병용을 평가한 결과가 공개되고 있어 지켜봐야 한다. 

임상연구에서 특정 약제의 효과가 증명되면 의료진과 환자가 선택해 처방할 수 있도록 보험 급여 등 정책을 더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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