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감염병 2급에서 4급으로 하향조정 예고
이재갑 교수 "코로나19는 인플루엔자처럼 취급할 수 없어"
감염내과 전문가 "감염병 위기대응 전문위원회는 꿀먹은 벙어리"

질병청이 8월 중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독감수준의 4급으로 하향조정하는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해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질병청이 8월 중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독감수준의 4급으로 하향조정하는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해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질병관리청이 모든 영역에서 마스크 착용을 해제하는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 하면서 감염내과 의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월 26일 질병관리청은 코로나 19(COVID-19)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하향조정하는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8월 중에는 2단계 방역 완화 조치가 시행되고, 이에 따라 코로나19는 독감 수준으로 관리된다. 

2단계가 되면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과 입소형 감염취약시설 등 일부에 남아 있던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전환된다. 결국 마스크 착용 의무가 모두 해제되는 것이다.  

 

코로나 감염자 증가하는데, 관리 등급은 낮춘다?

질병청의 이러한 조치에 의문을 갖게 되는 이유는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다시 증가세에 있기 때문이다. 

질병청 7월 26일자 기준으로 코로나19 주간 확진자수는 전주 대비 35.8% 증가했다. 

7월 1주차 중증화율, 치명률은 각각 0.10%, 0.03% 수준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신규 확진자, 위중증환자, 사망자가 전주 대비 모두 증가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점이다. 

특히 60세 이상 확진자 수는 급증(전주 대비 44% 증가)했다는 점은 더욱 걱정스런 점이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A 교수(감염내과)는 질병청의 이러한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A 교수는 "질병청은 신규 확진자 40%가 늘어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는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진화해 백신을 맞았거나 또는 걸렸던 사람이 감염되고 있다. 신규 확진자의 40%가 재감염자"라고 말했다. 

한림대성심병원 이재갑 교수(감염내과)도 질병청의 결정을 우려했다. 

이 교수는 "의료기관과 취약시설의 현실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재정절감만 추진한 것으로만 보인다"며 "누누이 이야기했지만 병원과 요양원 같은 취약시설에서 코로나19는 절대로 인플루엔자처럼 취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질병청의 이번 조치는 국민이 각자도생하라는 것"

또 다른 문제는 한시적으로 적용하던 진단 및 검사 수가를 종료한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회의에서 코로나19에 적용되는 한시 수가의 단계적 종료 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지난해 4월부터 시행하던 동네의료기관의 가산 수가 지급을 종료한다. 다만 코로나 환자의 분만·혈액투석, 응급실 진료 등을 지원하고자 운영되는 가산 수가는 연말까지 유지된다.

또 코로나19 검사비 지원도 축소된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2월부터 의료기관에서 무료(진료비 제외)였던 신속항원검사는 응급실·중환자실 환자를 제외하고 비급여로 전환된다. 

검사 비용은 약 1만7000원이 될 것으로 보이고, 핵산증폭(PCR) 검사는 60세 이상이나 12세 이상 기저질환자, 면역질환자, 중환자실 입원환자 등 건강 취약계층에 한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에 대해 A 교수는 질병청의 이런 조치는 국민에게 각자도생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A 교수는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약 4만 8000명이지만 실제로는 검사 안 받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확진자 수는 현재의 2~3배 이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똑똑한 사람은 상황을 잘 파악해 알아서 마스크 착용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정부 정책에 맞춰 엔데믹을 즐기자고 하다간 위중증 사망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수해 때도 그랬고 결국 각자도생"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도 진단 및 치료비를 비급여하는 데 걱정어린 시각을 보였다. 

이 교수는 "정부의 방역완화 안대로 진단과 치료 관련 수가지급을 비급여화하게 되면  지역사회와는 다른 취약한 환자들이 있는 곳에 고삐 풀린 망아지를 풀어놓는 격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부

감염내과 의사들은 복지부나 질병청이 전문가 얘기에 귀기울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A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발생할 때 거리두기를 풀면 안 된다고 반대했었다. 그런데 정부가 거리두기를 풀면서 감염자가 약 62만명에 이르면서 병실도 없고, 심지어 화장장도 없어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부도 마찬가지다. 과학방역 얘기하지만 이게 무슨 과학방역인가. 정치 및 경제방역"이라며 "정부가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불안을 조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환자가 폭증하면 결국 강제로 병실을 비우게 하는 등 행정명령을 내릴 것이다. 경험에서 배우는 게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A 교수는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에 포진해 있는 전문가들이 '꿀먹은벙어리'라고 직격했다. 

예방의학과 학자들이라 정부 용역 과제를 따야하고, 국립대교수들이라 정부 과제를 해야하는 등 전문가로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한편, 31일 대한의원협회는 질병청의 조치를 재고해야 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의원협회는 "코로나 환자와 독감 환자를 직접 대면하면서 매일 진료하는 동네의원급 의료기관들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도 성급한 방역 정책완화가 매우 걱정스럽다"고 발표했다. 

또 "코로나 전문가 신속항원 검사를 비급여로 변경하면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환자수가 대폭 줄어 그로 인해 드러나지 않는 수만명의 환자들로 인해 가을에 다시 대유행이 발생할까 심히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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