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제제, 종종 알코올사용장애와 충동장애 등에 효과 보여
전문가들 "임상적 근거 없어 섣부른 판단은 위험"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당뇨병 치료제와 비만 치료제가 알코올사용장애 및 충동장애 치료제로도 사용될 수 있을까? 

2형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인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과 비만 치료제로 사용되는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가 중독 및 충동장애 억제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오젬픽과 위고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받은 후 두 약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추가 혜택을 보고하는 보고서가 공개되고 있다. 

특히 두 약물을 복용하는 2형 당뇨병 환자 일부에서 알코올 섭취, 흡연, 쇼핑, 손톱 물어뜯기, 피부 뜯기 등과 같은 중독 및 충동적 행동들이 감소한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GLP-1 제제가 알코올사용장애 치료제로? 

덴마크 코펜하겐 정신과센터 Anders Fink-Jensen 박사 연구팀은 알코올사용장애(AUD)가 있는 127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는 26주 이상 GLP-1 유사체인 바이두레온이나 바이베타(엑세나타이드)와 1세대 GLP-1 제제를 투여받은 환자들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이들 환자와 대조군(위약군)을 무작위 대조군 비교했다. 
 
연구 결과, 이들 약물을 복용한 환자군은 대조군 대비 1차 목표점이었던 과음을 줄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AUD 및 비만(BMI 30kg/㎡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사후분석 및 실험적 분석에서 과음한 날 및 총 알코올 섭취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촬영하는 동안 환자들에게 알코올 또는 자연적인 사물을 보여주었을 때 GLP-1 제제 투여군의 뇌 보상 중추의 활성화가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Fink-Jensen 교수는 Medscape Medical News와의 인터뷰에서 "GLP-1 제제가 AUD가 있는 환자에게 사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하지만 그 이전에 알코올 섭취에 대한 효과를 입증하려면 여러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UD 환자가 2형 당뇨병 및/또는 BMI가 30kg/㎡ 이상으로 세마글루타이드(또는 다른 GLP-1 유사체) 사용 기준을 충족한다면 바로 이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독성 약물도 억제?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약학대 Elisabet Jerlhag Holm 박사 연구팀도 비슷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에서 GLP-1 제제가 알코올로 인한 보상, 섭취, 섭취 동기, 알코올 추구, 알코올 재발 음주를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흥미로운 점은 GLP-1 제제가 코카인, 암페타민, 니코틴 및 일부 오피오이드와 같은 다른 중독성 약물에 대한 보상, 섭취 및 소비 동기를 억제한다는 점이었다. 

최근 Jerlhag Holm 박사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로 치료받은 비만 환자들이 알코올 섭취량을 줄였다는 전임상 연구를 보고했다.   

Jerlhag Holm 박사는 "세마글루타이드는 남녀 쥐의 알코올 섭취량(재발성 음주)과 체중을 모두 감소시켰다"며 "향후 연구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가 AUD 환자, 특히 과체중 환자의 알코올 섭취를 감소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UD는 이질적(heterogenous)인 질환이다. 결국 한 가지 약물이 모든 AUD 환자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다양한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음주와 흡연과의 연관성을 밝히려는 연구팀도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Christian Hendershot 박사 연구팀은 흡연자인 AUD 환자 48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연구팀은 9주 동안 세마글루타이드의 용량(피하 주사를 통해 주당 0.25mg~1.0mg)을 늘려 투여한 환자가 위약을 투여받은 환자보다 알코올 섭취량(1차 결과)과 흡연량(2차 결과)이 더 적은지 확인하는 것을 1차 목표점으로 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오는 10월 발표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대부분 연구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내분비학 Janice J. Hwang  교수는 GLP-1 제제가 중독을 억제한다는 일회성 보고가 있지만,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에서 입증될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확실한 임상시험 데이터 없이 중독 치료제 등으로 승인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이르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