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탠포드대 연구팀, 백신 접종과 치매 발병 연관성 연구
조스타박스 접종 후 7년간 치매 진단 확률 3.5%p 감소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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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대상포진 백신인 조스타박스 접종이 치매 위험을 낮출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다만 치매는 수십년에 걸쳐 발병하고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를 예방하는 기전이 아직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5월 25일 의학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medrxiv에 공개된 미국 스탠포드대 Pascal Geldsetzer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스타박스 접종자의 치매 위험이 비접종자 대비 낮았다.

바이러스 감염이 치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은 1990년대에 처음 제기됐다. 당시 영국 맨체스터대 물리학자 Ruth Itzhaki 교수와 동료들이 치매로 사망한 사람들의 뇌에서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견은 알츠하이머병 연구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돼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뇌에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신경 퇴행성 질환의 발병률이 더 높았다. 특정 바이러스성 질병 예방 접종을 받은 사람의 치매 가능성이 더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에 연구팀은 백신 접종과 치매 발병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2013년 9월 1일 시작된 영국 웨일즈의 대상포진 백신 접종 프로그램이 개인의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별했다는 점을 이용했다. 

당시 대상포진 백신이 80세 미만의 사람에게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데이터에 따라 1933년 9월 2일 이후에 태어난 사람만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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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1925~1942년에 태어난 29만 6603명의 전자 건강기록을 분석했다. 백신 접종 자격 요건에 따라 1933년 9월 2일로부터 일주일 전에 태어난 사람들의 백신 접종률(0.01%)보다 일주일 후에 태어난 사람들의 접종률이 47.2%p 더 높았다. 

7년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모든 유형 및 원인의 치매 진단을 조사한 결과, 조스타박스 접종은 치매 진단 확률을 절대적으로는 1.3%p(95% CI 0.2~2.7, P=0.022), 상대적으로는 8.5%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접종 자격이 있는 모든 사람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려해 실제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접종한 성인의 치매 진단 가능성은 3.5%p(95% CI 0.6~7.1; p=0.019) 낮았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19.9%의 상대적 감소를 뜻한다. 

탐색적 연구 결과 대상포진 백신의 치매 예방 효과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Pascal Geldsetzer 교수는 "연구 결과는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치매 병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다"며 "치매 예방 및 지연을 위한 대상포진 백신 투여가 적합한 인구 집단과 시간 간격을 결정하고, 인과적 효과의 크기를 정량화하기 위한 무작위 시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의학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medrxiv에 공개된 것으로 아직 동료 검토를 마치지 않은 상태다. 분석에 난해한 측면이 있어 아직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Nature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대 유행병학자이자 알츠하이머병을 연구하는 Maria Glymour 교수는 이번 연구를 "잘 수행된 연구지만 결정적이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치매가 수십 년에 걸쳐 발병하는 질환이나, 해당 연구에서 대부분 치매 발병률 차이가 백신 접종 후 첫 4년 동안 기록됐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진행한 Geldsetzer 교수는 백신이 치매 발병을 지연시킬 수 있을 뿐이며, 향후 그 효과가 7년 이상 지속되는지 확인하는 분석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백신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이유와 기전, 싱그릭스 등 다른 대상포진 백신이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해 추가적 규명이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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