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춘계학술대회(KAAACI 2023) 11~12일 개최
해외 가이드라인 변화에 따라 국내 전 처치 필요 여부 두고 갑론을박
"근거와 전통 있는 예방법" vs "무분별한 전 처치 옳지 않아"

▲11~12일 서울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춘계학술대회(KAAACI 2023)에서는 즉시형 조영제 과민반응 예방을 위한 전 처치 필요 여부를 두고 찬반 토론을 진행했다. 중앙대 광명병원 박소영 교수는 전 처치 찬성 입장에서 필요성을 강조했다.
▲11~12일 서울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춘계학술대회(KAAACI 2023)에서는 즉시형 조영제 과민반응 예방을 위한 전 처치 필요 여부를 두고 찬반 토론을 진행했다. 중앙대 광명병원 박소영 교수는 찬성 입장에서 전 처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즉시형 조영제 과민반응 예방을 위한 전 처치가 필요한지를 두고 학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 가이드라인은 아직 전 처치를 추천하고 있으나 해외 가이드라인은 이를 권고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어 국내도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전 처치의 즉시형 조영제 과민반응 예방효과가 분명해 환자 안전을 위해 이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무분별한 전 처치는 옳지 않으며 조영제 변경으로 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섰다. 

11~12일 서울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춘계학술대회(KAAACI 2023)에서는 조영제 즉시 과민반응을 막기 위한 전 처치 필요 여부를 두고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찬반 토론의 좌장을 맡은 서울대병원 김세훈 교수(내과)는 "최근 유럽알레르기임상면역학회(EACCI) 공식 입장문을 비롯해 미국영상의학회(ACR), 유럽비뇨영상의학회(ESUR) 등 외국 가이드라인에서 전 처치를 일반적으로 추천하지 않고 있다"며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조영제 선택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어 국내도 전 처치 필요성을 논의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Pros: "예방 효과 확인된 전 처치, 환자 안전 위해 꼭 필요"

국내 진료지침에서는 여전히 조영제 과민반응과 관련해 전 처치를 권하고 있다. 아직 조영제 과민반응의 일반적인 전 처치 및 고위험군에서의 전 처치는 근거가 약하나, 과민반응에 의한 위험성이 전 처치 약물에 의한 위험성을 상회하기 때문에 스테로이드제 및 항히스타민제를 이용한 전 처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앙대 광명병원 박소영 교수(호흡기알레르기내과)는 "조영제 사용에 있어 전 처치는 꼭 필요하다"며 "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시행된 근거 있고 전통 있는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ACR 지침에 따른 전 처치 방법은 조영제 주입 13시간, 7시간, 1시간 전 프레드니솔론 50mg을 경구 투여하고, 조영제 주입 1시간 전 클로르페니라민 4mg을 주사하거나 경구용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연구를 통해 개발된 그린버거 프로토콜을 이용한 방법으로, 해당 프로토콜에 따랐을 때 혈중 히스타민과 호염기구 수치 억제 효과가 가장 크다고 확인됐다. 

이를 기반으로 과거 중증, 중등증 즉시형 과민반응이 발생했던 환자 465명에게 전 처치를 시행하자 과민반응이 다시 발생한 경우는 42명이었으며 이중 중증 반응이 나타난 환자는 3명이었다. 특히 이전에 중증 반응을 보였던 109명의 환자 중에서 또 중증 반응이 나타난 환자는 1명뿐이었다.

하지만 과거 연구는 현재 사용하는 삼투성이 낮은(low osmolality), 비이온성(nonionic) 조영제가 아닌 삼투성이 높은(high osmolality), 이온성(ionic) 조영제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에 최근 연구에서 비이온성 조영제 사용에 대한 전처치 효과를 같은 프로토콜을 적용해 시험했으나 여전히 조영제 과민반응의 유의한 예방효과가 확인됐다. 

1987년에 67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작위대조시험(NEJM 1987;317:845~9)에서 환자를 2시간 전 프레드니솔론 32mg 투여군, 2시간과 12시간 전 투여군, 위약군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전 처치를 한 환자군에서 전체 과민반응이 유의하게 줄어들었다. 반응을 중증도 별로 구분해 분석했을 때 중증 환자에서 과민반응이 더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박 교수는 "전 처치의 조영제 과민반응 예방 효과가 좋았다는 게 기존 연구의 결론이었기 때문에 아무 의심 없이 전 처치를 해왔으나 그 이후에 시행된 무작위대조시험은 존재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그 사이에 있었던 연구들은 대부분 후향적 연구이거나 메타분석만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과민반응 종류에 따른 적절한 용량, 투약간격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전 처치를 하지 않으면 과민반응 발생은 의미 있게 감소하지 않는다"며 "중등증, 중증 과민반응을 예방하기 위한 전 처치는 환자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강성윤 교수는 전 처치 대신 조영제 교체로 즉시형 조영제 과민반응을 예방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가천대 길병원 강성윤 교수는 전 처치 대신 조영제 교체로 즉시형 조영제 과민반응을 예방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Cons: "무분별한 전 처치 대신 조영제 변경으로 과민반응 예방 가능"

조영제 즉시 과민반응을 예방하고자 무분별하게 전 처치를 시행하면 안 된다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 

길병원 강성윤 교수(호흡기내과)는 "전 처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며 "조영제 과민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 처치를 적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전 처치가 모든 과민반응을 예방할 수 없다며 조영제 변경이 효과적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16년 서울대병원에서는 32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통해 조영제 투여 1시간 전 스테로이드를 이용해 한 번에서 여러 번 전 처치를 시행했을 때 어느 정도의 예방효과가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전 처치를 한 85.4%의 환자에서 조영제 과민반응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강 교수는 "전 처치를 한 경우 85%에서 조영제 과민반응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나 반대로 생각하면 15%는 여전히 반응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며 "전 처치가 결국 모든 조영제 과민반응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 중등증, 중증의 조영제 과민반응이 있었을 경우 전 처치 후에 다시 발생하는 돌출반응(breakthrough reaction) 정도도 대게 비슷하게 가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그는 조영제 변경으로 돌출반응을 예방할 수 있는지 분석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조영제 변경을 전 처치 대안으로 제시했다. 2017년 서울대병원 연구에 따르면 기존에 과민반응이 발생하지 않았던 조영제, 피부 반응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던 조영제로 교체한 환자군의 돌출반응 발생은 14.9%로 교체하지 않은 환자군의 32.1%에 비해 낮았다. 

강 교수는 전 처치로 인한 예방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영제 과민반응 고위험 환자의 전 처치 후 돌출반응률을 조사한 2015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가지 반응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69번의 치료가 필요하며, 중증 반응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569번의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스테로이드 예방 효과를 떠나 스테로이드를 분별 없이 사용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며 "설령 스테로이드 용량을 적게 쓰고 사용 자체가 많지 않아도 단기간 스테로이드 사용 자체가 여러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대규모 데이터도 이미 보고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테로이드로 전 처치를 하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맞을까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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