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심장협회·뇌졸중협회, '허혈성·출혈성 뇌졸중 후 인지장애' 첫 성명서 발표
뇌졸중 후 인지장애 흔하게 나타나…생존자 대상 인지장애 선별검사 필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미국 심장학계가 뇌졸중 생존자를 대상으로 인지장애 선별검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인지장애가 뇌졸중 발생 후 흔하게 나타날 뿐만 아니라 예후와 연관됐고 삶의 질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므로, 뇌졸중 생존자 대상의 다학제 진료에 인지장애 선별검사가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심장협회(AHA)와 AHA 산하 미국뇌졸중협회(ASA)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허혈성·출혈성 뇌졸중 후 인지장애' 과학 성명을 Stroke 5월 1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발표했다. 뇌졸중에 따른 인지장애 관리에 중점을 둔 첫 성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뇌졸중 발생 후 인지장애 '과소 진단'

AHA·ASA는 인지장애가 뇌졸중 생존자에서 흔히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적게 보고되거나 과소 진단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에 따르면, 뇌졸중 생존자 약 60%는 뇌졸중 발생 후 1년 이내에 인지장애가 나타난다. 뇌졸중 생존자 약 40%는 뇌졸중 발생 첫해에 치매 진단 기준에 해당하지 않지만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인지장애가 발생한다.

경도인지장애가 나타난 뇌졸중 생존자 최대 20%는 인지기능이 완전히 회복되며, 이는 뇌졸중 발생 후 6개월 이내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뇌졸중 발생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는 인지장애가 완전한 회복 사례보다 더 빈번하게 확인된다는 사실이다. 뇌졸중 생존자 3명 중 1명은 뇌졸중 발생 5년 이내에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뇌졸중 발생 후 인지장애는 삶의 질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신체장애, 수면장애, 행동 및 성격 변화, 우울증, 다른 신경심리학적 변화 등과 연관됐다. 

이번 성명 개발을 이끈 미국 듀크대학 Nada El Husseini 교수는 "뇌졸중 생존자를 대상으로 기분 및 수면장애와 같은 동반질환뿐만 아니라 인지장애 선별검사가 중요하다"며 "뇌졸중 생존자의 인지장애를 체계적으로 평가해 증상이 나타난 이후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AHA·ASA는 뇌졸중 발생 후 인지장애 유병률, 진단, 관리 등에 관한 문헌을 검토해 이번 과학 성명을 마련했다. 

인지장애 모니터링 위해 다학제 협진 필요

미국 듀크대학 Nada El Husseini 교수. AHA 제공.
▲미국 듀크대학 Nada El Husseini 교수. AHA 제공.

성명에 의하면, 뇌졸중 발생 후 인지장애 선별검사에 대한 최적표준 검사는 없다. 하지만 임상에서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몬트리올 인지평가(MoCA) 등 30분 이내에 시행할 수 있는 간단한 검사가 뇌졸중 발생 이후 인지장애 파악에 활용되고 있다. 

뇌졸중 입원 초기에 인지장애를 조기 진단하는 것이 치료 계획 수립에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것도 필요하다.

성명에서는 인지 관련 일상생활 활동, 관리 지침 수행 등과 관련해 설명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경험한 뇌졸중 생존자가 추가 인지장애 선별검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인지장애가 감지된다면, 의료진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뇌기능 영역을 평가하고 신경심리 선별검사로 개인의 일상 기능을 확인하도록 권장했다.  

아울러 의료진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가정에서의 안전 수칙과 직장 복귀, 뇌졸중 발생 후 안전 운전 등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면서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연계하도록 권했다. 

특히 인지장애 모니터링 및 관리를 위해 신경과 전문의,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간호사, 신경심리학자, 노인학자, 일차의료인 등으로 구성된 다학제 협진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뇌졸중 재발 예방 위한 위험요인 관리해야

뇌졸중 발생 후 인지장애 악화를 막기 위해 재발성 뇌졸중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를 위해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2형 당뇨병, 심방세동 등 뇌졸중 위험요인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혈압 조절은 재발성 뇌졸중 및 경도인지장애 위험 감소와 연관된 뇌졸중 위험요인이다.

이어 AHA·ASA는 뇌졸중 발생 이후 인지장애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조사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감염, 노쇠, 사회적 요인 등 뇌와 관련되지 않은 요인이 인지장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정리했다.

아울러 뇌졸중 발생 후 '정상' 인지기능을 판단하고자 인구통계학적, 문화적, 언어적 요인을 고려한 선별도구를 개발 및 활용하면서 최적 인지장애 선별검사를 결정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l Husseini 교수는 "가장 시급한 것은 뇌졸중 발생 후 인지장애에 대한 효과적이면서 문화적으로도 연관된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환자의 인지기능 개선을 도울 수 있는 기술, 약물, 생활습관 변화 등에 대한 대규모 임상시험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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