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인지기능장애↓ 실로스타졸 임상근거 有

뇌졸중은 뇌혈관에 출혈이나 허혈 등 문제가 생겨,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뇌혈관이 막히는 경우를 허혈성 뇌졸중 또는 뇌경색, 혈관이 파열되는 병태를 출혈성 뇌졸중 또는 뇌출혈이라 지칭한다. 뇌경색은 다시 여러 갈래의 병태로 구분된다. 먼저 심인성 병태가 있는데, 심방세동 등으로 인해 심장에서 발원한 혈전이 뇌혈관에서 허혈을 야기하는 △심장색전성 뇌졸중이다. 뇌혈관에서 파생된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해 허혈이 발생하는 △죽상동맥경화성 뇌졸중도 있다. 대혈관에서 수직으로 조직막을 통과하는 관통동맥과 같이 영상이나 육안으로 확인이 힘든 소동맥에서 허혈이 발생하는 △소혈관질환도 뇌경색의 병태 중 하나다. 한림의대 이민우 교수(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는 열공성 뇌졸중(lacunar stroke), 뇌백질손상(white matter hyperintensity), 미세출혈(microbleed) 등 다양한 임상소견을 나타내는 소혈관질환이 뇌졸중 재발은 물론 인지기능장애나 혈관성치매 위험증가와 연관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혈관질환 유병률은 서양인 대비 아시아 지역·인종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이 교수로부터 소혈관질환의 병태생리 기전과 이를 공략할 항혈소판요법으로서 실로스타졸의 임상근거에 대해 들어봤다.

Q. 서양인 대비 아시아 지역·인종의 뇌경색 유병특성에 차이가 있는지?

서양의 경우 심방세동 등 부정맥에 의한 심장색전성 뇌졸중 환자가 다수를 차지한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에서는 소혈관질환 유병률이 높다. 죽상동맥경화성 뇌졸중은 양 쪽 모두 유병률이 높은데, 다만 병태생리 기전의 차이는 있다. 일례로 서양인에서는 경동맥 등 두개외 혈관에 발생하는 두개외죽상동맥경화증(ECAS)에 의한 뇌경색이 많다면, 아시아인에서는 두개내 혈관에서 발생하는 두개내죽상동맥경화증(ICAS)에 의한 뇌졸중이 더 많다.

Q. 소혈관질환과 인지기능장애의 연관성은?

소혈관질환의 소견이 다수 보이는 경우 뇌졸중의 재발 및 출혈위험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여기에 더해 열공성 뇌졸중이나 뇌백질손상 등이 혈관내피세포기능(vascular endothelial)과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뇌졸중은 물론이고 인지기능장애 또는 혈관성치매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병태생리를 보이기도 한다. 소혈관질환 환자의 50~60%에서 결국 혈관성 치매가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다. 최근 발표된 LACI-2 연구에서 열공성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항혈소판요법의 인지기능장애 개선혜택을 검증한 것도 이 때문이다.

Q. LACI-2 연구의 배경과 주요결과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열공성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PDE(phosphodiesterase) 억제기전의 실로스타졸과 이소소르비드 모노니트레이트(ISMN)의 단독 또는 병용요법이 출혈위험을 늘리지 않는 상태에서 안전하게 뇌졸중 재발이나 인지기능장애 위험을 개선할 수 있는지 검증했다.

소혈관질환에서 인지기능장애 위험이 높아지는 병태생리가 있기 때문에, 이를 차단할 수 있는 기전특성을 갖춘 약제를 선택한 것이다. 즉 PDE3억제제 계열의 실로스타졸이 항혈소판효과에 더해 산화질소(NO) 활성에 의한 혈관확장은 물론 혈관내피세포기능이나 뇌혈관장벽을 안정화시키는 역할도 있기 때문에, 소혈관질환의 인지기능장애와 연관된 병태생리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입증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결과는 실로스타졸 병용요법이 뇌졸중·심근경색증·mRS·사망·인지기능장애의 복합빈도를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로스타졸 병용군에서 인지기능장애 상대위험도가 유의하게 준 것이 주목된다. 출혈위험은 병용군에서 높지 않았고, 낮은 경향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소혈관질환처럼 출혈이나 인지기능장애 위험이 높은 병태생리의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1년가량 실로스타졸 병용치료를 했을 때 출혈사건 증가 등의 부작용 위험을 높이지 않은 상태에서 인지기능장애의 진행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Q. 실로스타졸 병용의 뇌졸중 2차예방 효과를 검증한 연구는?

CSPS.com 연구가 대표적이다. 뇌졸중 재발 위험요인을 2가지 이상 가지고 있거나 50% 이상 두개내, 또는 두개외동맥협착증 환자로 정의된 뇌졸중 재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아스피린 또는 클로피도그렐에 실로스타졸을 더하는 병용요법(DAPT)과 아스피린 또는 클로피도그렐 단독요법(SAPT)을 비교했다. 본 연구에서는 평균 17개월 추적관찰 결과, 허혈성 뇌졸중 재발률은 DAPT 3% 대 SAPT 7%로 상대위험도가 51% 감소했다(P=0.0010).

뇌졸중, 심근경색증, 혈관 원인 사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역시 실로스타졸 병용군에서 48% 낮은 상대위험도를 보였다(P=0.0008). 중증 또는 치명적인 출혈 발생률은 실로스타졸 병용군에서 낮은 경향을 보였다. 이후 발표된 열공성 뇌경색 그룹에 대한 하위분석도 주목을 받았다. 결과는 DAPT군의 허혈성 뇌졸중 상대위험도가 59% 감소했다(P=0.009). 뇌졸중·혈관사건·모든 혈관사건의 복합빈도 역시 DAPT군의 상대위험도가 59% 유의하게 낮았다(P=0.003). 출혈위험이 높은 열공성 뇌경색 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중증 또는 치명적인 출혈위험은 두 군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Q. 실로스타졸 단독으로 소혈관질환 환자에서 뇌졸중 2차예방 효과를 검증한 연구는?

PICASSO 연구는 출혈위험이 높은 한국 환자들에서 실로스타졸 단독치료의 주요한 근거로 작용한다. 미세출혈(multiful cerebral microbleed) 또는 두개내출혈(intracranial hemorrhage) 기왕력이 있는 출혈 고위험군 허혈성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실로스타졸과 아스피린의 혜택을 비교했다. 결과는 실로스타졸 치료군에서 뇌내출혈과 뇌졸중 상대위험도가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혈위험이 높은 한국인 뇌졸중 환자에서도 아스피린 대비 실로스타졸의 임상혜택을 보여준 연구라 할 수 있다.

중등도에서 중증의 뇌백질 손상(WMC)과 한개 이상의 열공성 경색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CHALLENGE 연구도 있다. 아스피린 대비 실로스타졸이 전체 혈관사건을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효과를 확인했으며, 추가적으로 정상적으로 보이는 뇌백질의 손상을 감소시켜 줄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Q. 뇌졸중 2차예방에 있어 실로스타졸 기반 항혈소판요법의 역할을 정리한다면?

실로스타졸은 항혈소판효과 이외에도 내피세포기능을 보호하고 뇌혈관장벽의 파열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아스피린이나 클로피도그렐에서는 이 같은 부가적 혜택을 기대할 수 없다. 뇌졸중 2차예방에 있어서 발병기전에 따라 고려하는 약제가 달라질 수 있는데, 특히 소혈관질환 환자는 강한 항혈소판 작용의 필요성이 비교적 낮고 출혈위험이 높아 실로스타졸의 다면발현효과(pleiotropic effect)가 임상혜택에 기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소개한 연구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인종에서 두드러지는 열공성 뇌경색 또는 두개내동맥협착에 의한 뇌졸중의 치료에 실로스타졸 병용요법이 출혈위험은 증가시키지 않으며 뇌졸중 2차예방에는 좋은 효과를 확인하였다. WMH를 동반하거나, 출혈 고위험군(Multiple CMBs)인 환자에서도 아스피린 대비 실로스타졸 단독치료의 임상 혜택을 확인했기 때문에, 소혈관질환 환자에서는 장기적으로 실로스타졸 단독치료 또한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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