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전향적 연구, 뇌졸중 후 18년까지 우울증 유병률·발생률 등 조사
뇌졸중 후 우울증 환자 중 5년 이내 발생률 '87.9%'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뇌졸중 환자의 인지기능 등 회복에 악영향을 미치는 우울증이 뇌졸중 발생 5년이 지나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진료현장에서는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우울증을 장기간 면밀하게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지역사회 전향적 뇌졸중 연구인 South London Stroke Register(SLSR)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8년의 연구기간 동안 뇌졸중 후 우울증을 경험한 환자 중 87.9%는 뇌졸중 발생 5년 이내에 우울증이 확인됐다. 

그동안 뇌졸중 후 우울증의 장기간 자연사(natural history)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특히 뇌졸중 후 초기 또는 후기 발생 우울증과 경증 또는 중증 우울증 간 자연사를 비교한 연구가 필요했다. 

이번 연구는 뇌졸중 후 18년까지 우울증 유병률, 발생률, 기간, 재발률 등을 확인하고, 발병 시기 및 우울증 중증도에 따른 차이를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연구 결과는 The Lancet Regional Health - Europe 3월 25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우울증 회복한 뇌졸중 환자 '94.4%' 5년 이내 재발

1995~2019년 총 6641명이 등록된 SLSR 데이터에서 3864명이 추적관찰 동안 우울증 여부를 평가했다. 남성이 55.4%를 차지했고 중앙값 나이는 68세였다. 

우울증은 병원 불안 및 우울 척도(HADS)를 이용해 뇌졸중 발생 3개월 후부터 18년까지 매년 확인했다. 점수가 7점 이상이면 우울증으로 진단했다. 뇌졸중 후 우울증을 평가한 환자는 1년째 2293명, 18년째 145명이었다.

연구에서는 뇌졸중 후 3개월 이내 우울증을 경험한 조기 우울증군과 1년째 확인된 후기 우울증군을 비교했다. 이와 함께 HADS 점수가 7점을 초과한 초기 경증 우울증군과 10점을 초과한 중증 우울증군을 견줬다.

뇌졸중 후 우울증 유병률은 31.3~41.5%로 조사됐다. 우울증 누적 발생률은 59.4%였고, 이 중 33.4%가 3개월 이내, 54.6%가 1년 이내, 87.9%가 5년 이내에 나타났다.

약 10명 중 9명이 뇌졸중 발생 5년 이내 우울증을 경험했다는 결과는 뇌졸중 후 5년 동안 모든 생존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우울증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3개월 이내 우울증을 경험한 뇌졸중 환자의 46.6%는 1년째 처음 회복이 나타났고 20.3%가 2년째 회복됐다. 그러나 우울증을 회복한 뇌졸중 환자의 누적 재발률은 66.7%로 높았고, 대다수인 94.4%가 우울증 회복 이후 5년 이내에 재발했다. 이 같은 결과는 뇌졸중 후 1년째 우울증이 발생한 환자에게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즉, 우울증은 장기적으로 재발률이 높고 뇌졸중 후 우울증을 경험한 환자는 회복했더라도 재발 위험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뇌졸중 후 우울증 중증도에 따라 다음 평가 시점에 회복된 비율은 경증 환자가 56.7%였으나 중증 환자는 34.3%로 더 낮았다.

우울증 회복 후 1년째 재발률은 중증 우울증 환자가 52.9%로 경증 환자(23.5%)보다 높았으며, 두 군 간 차이는 29.4%p로 유의미했다(P=0.003).

연구를 진행한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Lu Liu 박사는 논문을 통해 "우울증은 뇌졸중 후 5년이 지나도 나타날 수 있다"며 "뇌졸중 후 초기와 후기 우울증은 유사한 경과를 보였으나, 중증 우울증은 경증보다 지속기간이 길고 더 빨리 재발했다"고 정리했다.

이어 "뇌졸중 후 우울증을 1년 이상 겪은 환자는 지속적으로 우울증을 경험할 위험이 높으므로 임상적으로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향후 뇌졸중 후 우울증에 대한 관찰연구에서는 1년 이하의 짧은 간격으로 내원하고 우울증 발생 후 최대 5년까지 추적관찰하는 것이 비용 효과적일 수 있다. 초기 우울증 중증도가 높다면, 증상을 면밀하게 추적관찰하면서 장기간 치료해야 치료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국내 연구 결과, 뇌졸중 발생 첫해 우울증 위험 가장 높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국내에서도 뇌졸중 후 우울증 위험을 평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뇌졸중 후 첫해 우울증 발생 위험이 가장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Int J Environ Res Public Health 2023;20(1):842).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 최혜림 임상강사,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토대로 2010~2018년 뇌졸중을 겪은 환자 20만 7678명(뇌졸중군)의 특성을 분석했다.

나이와 성별 등을 고려해 선정한 일반인 29만 4506명(대조군)과 뇌졸중군을 비교해 뇌졸중이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조사 결과, 뇌졸중군은 대조군보다 뇌졸중 발병 첫 해 우울증을 경험할 위험이 5.02배 높았고, 장애 정도가 심할수록 위험도 역시 커져 중증 장애가 남은 경우 9.29배까지 올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위험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뇌졸중 치료 시작 단계에서 환자의 정신건강을 살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제1저자인 최혜림 임상강사는 "뇌졸중 경험 후 1년 내 우울증 발생 위험이 가장 높았다는 점을 고려해, 뇌졸중 환자에게 우울증 위험이 있는지 초기부터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공동 교신 저자인 전홍진 교수는 "뇌졸중이 발생하면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사지의 운동기능에 장애가 생겨 이전의 직업적, 사회적 기능을 유지하기 어렵다. 여기에 우울증이 발생하면 사람을 피하고 집에만 있게 된다"며 "우울증으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사회적 부담은 우리나라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이슈다. 뇌졸중 환자가 더 깊은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우울증 예방에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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