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박세훈 교수(혈액종양내과)

삼성서울병원 박세훈 교수(혈액종양내과)는 KRAS G12C 표적 치료제의 등장으로 진료 현장의 패러다임은 분명히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박세훈 교수(혈액종양내과)는 KRAS G12C 표적 치료제의 등장으로 진료 현장의 패러다임은 분명히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40여 년 만에 KRAS G12C 표적 치료의 시대를 연 암젠 루마크라스(성분명 소토라십)가 지난해 국내 허가됐다.

루마크라스는 허가 임상인 CodeBreak 100 연구를 통해 KRAS G12C 유전자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아울러 2년 장기 유효성과 안전성 분석 결과에서도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했다.

루마크라스는 표준치료요법인 도세탁셀과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한 임상3상에서 도세탁셀 대비 루마크라스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이 34% 더 낮게 나타나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 박세훈 교수(혈액종양내과)는 루마크라스는 실제 현장에서도 임상연구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며, KRAS G12C 유전자 변이 진단법의 접근성만 해결된다면, 진료 현장에서의 변화는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 KRAS 유전자 변이는 흔하게 발생하는가.

KRAS 유전자 변이는 동양인 환자의 경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0~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KRAS 유전자 변이는 적지 않게 관찰되지만 그동안 구조적 특성으로 치료제 개발이 힘들었다.

특히 KRAS 유전자 변이는 여러가지 세부 돌연변이가 존재해 모든 표적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부 돌연변이 중 G12C 변이가 있어야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 동양인 환자는 KRAS G12C 유전자 변이 발생률이 약 4~5%로 서양인보다 낮다.

- 임상3상 CodeBreak 200 연구 결과를 보면 도세탁셀 대비 무진행생존기간이 1.1개월 개선됐다. 이 수치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수치적으로 무진행생존기간(PFS)이 1.1 개월 개선도 유의미하지만, 치료옵션이 늘어난 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환자들은 사용 가능한 2차 치료옵션이 도세탁셀뿐이었지만, 이제는 루마크라스라는 옵션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도세탁셀은 이후 치료 차수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인 만큼 그 전에 루마크라스를 선택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 PFS 결과를 놓고 보면, 루마크라스는 새로운 치료옵션일뿐 아니라 PFS 측면에서도 도세탁셀보다 더 나은 이점을 줄 수 있는 치료제다.

이외에 독성도 더 개선됐고, 치료 반응도 빠르게 나타나는 점도 장점이다.

- PFS 이외에 다른 임상적 수치도 긍정적이었다. 유의미하게 봐야 할 데이터가 있다면.

루마크라스의 객관적 반응률(ORR)이 28%로 집계됐다. 이는 13%였던 도세탁셀과 비교해 더 높은 수치인 만큼 분명한 의미가 있다.

다만, OS는 아직까지 통계적으로 유의한 혜택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지속적으로 연구하면서 변화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임상시험 설계 상 교차투여를 허용해 도세탁셀 투여군이 루마크라스를 투여 받거나, 도세탁셀 투여 후 후속치료로 KRAS G12C 억제제를 투여받은 환자가 포함돼 있기에 생존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세부적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 실제 처방 경험도 궁금하다.

임상연구 결과와 대부분 비슷하게 진료 현장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도세탁셀과 비교할 때의 장점이 임상연구와 비슷한 형태로 관찰될뿐더러 안전성 프로파일이 임상연구에서 나타났던 것과 유사한 정도로 실제 치료 환경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아무래도 루마크라스가 KRAS G12C 변이를 표적하는 치료제다보니 표적 치료제가 갖는 장점인 것 같다.

연구에서는 치료 반응이 나타나기까지 시간(TTR)과 환자 삶의 질(QoL)이 2차 목표점에 포함됐는데, 결과를 보면 루마크라스가 치료 반응이 도세탁셀보다 빨랐고, 루마크라스 투여군의 전반적인 삶의 질이 더 높았다. 이는 실제 현장에서도 환자들이 주는 피드백과 비슷하다. 

- 비소세포폐암 분야는 유전자 변이를 표적하는 여러 치료제가 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를 진단할 수 있는 진단법도 중요해졌다.

비소세포폐암은 확인해야 할 검사가 많아 항상 조직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처음 검사를 진행할 때 제한된 시간 안에 1차 치료에 사용할 수 있고 건강보험 급여 적용되는 치료제를 쓸 수 있는지에 대한 검사를 먼저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는 1차 치료제 사용 가능 여부를 위한 검사를 먼저 하고, 부적합한 환자에게 주로 NGS를 하고 있다. PCR을 할 수도 있지만, 사용할 수 있는 조직이 제한적이기에 전체적으로 한 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NGS를 진행하는 추세다.

- 앞으로 루마크라스는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KRAS 유전자 변이는 다른 유전자 변이처럼 적은 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개발된 치료제가 없었다.

루마크라스는 유전자 변이 진단법의 접근성 문제만 해결된다면 ALK 유전자 변이 표적 치료제가 등장했을 때처럼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KRAS 표적 치료제를 몰랐던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환자들도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치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본인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옵션 정보를 갖고 있길 바란다. 본인이 사용할 수 있는 치료옵션을 알고 있다면 상황 변화에 따라 치료제 선택을 고려할 수 있어서다.

다행이도 요즘 환자들은 정보가 많아져 새로운 유전자 변이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 KRAS도 환자들이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사용 가능한 치료제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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