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가속승인 임상시험 고려사항 지침' 초안 발표
주류 이뤄온 단일군 연구 단점 지적...단일군 연구 특정 상황으로 제한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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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미국식품의약국(FDA)이 항암신약 가속승인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할 예정이다.

그동안 가속승인을 위해 진행해왔던 단일군 연구(Single-arm Trial)보다 정확하게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무작위 비교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로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다.

 

확증 연구서 효능·안전성 입증 실패↑

FDA가 제도 개선에 나선 데는 그동안 가속승인을 받은 신약이 시판 후 진행되는 확증 연구에서 효능을 재현하지 못하거나 예상치 못한 안전성 이슈가 발생해 자진 철회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MSD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소세포폐암 적응증을 자진 철회했다. 가속승인 이후 시판 후 확증연구에서 전체생존(OS) 이점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TG테라퓨틱스 백혈병 치료제 유코닉(움브랄리십)도 판매 중단했고, 회사는 항암제 사업을 철수했다.

그동안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FDA가 의학적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가속승인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키워온 바 있다.

의약품 승인 기간을 4년가량 줄인 반면, 가속승인을 받은 20%는 확증 연구에서 승인 연구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JAMA Network Open에 따르면 1992~2018년까지 가속승인제도를 통해 승인된 57개 적응증 가운데 43개(75%)만 정식 허가로 전환됐고, 4개(8%)는 승인을 철회했다.

특히 가속승인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데이터를 요구받은 86건의 연구 중 9건(10%)은 효능 입증에 실패했고, 승인 요건을 완벽하게 충족한 연구는 69건(80%)에 그쳤다.

 

FDA, RCT 연구 강조 목소리↑

美 진출 노리는 국내사 철저한 준비 필요

그동안 제약업계는 FDA로부터 신속하게 신약을 승인받기 위해 단일군 연구를 진행해왔다. 실제로 작년 FDA로부터 가속승인을 받은 약물 14개 중 10개가 단일군 연구였다. 나머지 4개 약물 중 2개는 RCT가 아닌 다른 유형이었고, 2건은 무작위 연구 기반이었지만, 대조군은 아니었다.

이처럼 비판이 일자 FDA가 가속승인을 위한 임상설계 권장사항을 제시한 지침 초안을 발표하고 나선 것이다.

지침 초안에는 가속승인을 위해 단일연구 보다는 RCT 연구를 강조했다.

단일군 연구는 가장 간단한 임상시험 설계의 형태로, 약물 효능의 예비 증거를 얻기 위해 사용된다. 무작위 연구 전 소규모 연구를 통해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을 신속하게 확인하기 위한 방식이다.

단일군 연구는 가속승인에 주로 이용됐지만, 반응률이 낮을 경우 해석이 어렵고 추후 측정될 무진행생존(PFS), 전체생존(OS) 등의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 안전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그럼에도 항암신약, 희귀질환 치료제 등 대조약 옵션이 제한돼 있는 경우는 단일군 연구가 유일한 옵션인 상황이다.

반면 RCT 연구는 치료군, 대조군 등 2개 이상의 군에 환자를 무작위 배정하는 방식이다. RCT는 효과를 직접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연구 규모가 커지는 만큼 비용이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

아울러 가속승인 당시는 약물의 임상적 혜택이 불확실한 만큼 최종 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때 확증 연구를 진행 중이어야 한다고 했다. 또 확증 연구 완료를 촉진하기 위해 동일한 암 유형이라면 다른 치료 차수로 평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했다. 난치성 암 적응증에 가속승인을 받았다면 확증 연구는 초기 질환 환경에서 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RCT 연구 개시 이후 대조군의 치료가 더 이상 최선의 치료법을 반영하지 않는 등 치료 환경이 바뀌었다면 가속승인 신청을 그대로 제출할지, 기간을 연기할지 FDA와 논의할 것을 권장했다.

일례로 릴리 PD-1 억제제 신탈리맙은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의 허가가 반려된 이유로 대조군이 꼽힌 바 있다. ORIENT-11 연구에서 신탈리맙은 대조군을 항암화학요법으로 설정했는는데, 미국에서는 2017년부터 PD-1 억제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가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 표준치료로 활용되고 있었던 만큼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달리 단일군 연구는 RCT 연구의 타당성 우려가 있는 경우 등 일부 상황에서만 가속승인의 근거로 이용하라고 강조했다.

단일군 연구는 대부분 규모가 적어 추적관찰 기간이 짧아 약물 반응률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을뿐더러 표본 크기를 여러 번 늘리는 것은 효능 평가의 편향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이에 FDA는 단일군 연구는 연구 시작 전 반응률이나 임상적 혜택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만큼 규모가 충분한지를 두고 FDA와 상의할 것을 권고했다.

업계는 미국 진출을 노리는 국내 제약업계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초안대로 확정된다면 앞으로 미국 진출을 노리는 국내 제약사는 가속승인과 최종승인을 위한 2개의 RCT 연구가 필요한 만큼 확실하게 노선을 정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며 "FDA의 결정이 환자에게 도움은 되지만, 업계에는 부담을 주는 것인 만큼 향후 FDA의 규정 변경이 면밀하게 관찰, 개발 전략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FDA는 오는 5월 26일까지 초안을 두고 의견수렴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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