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13년부터 간호대 입학 정원 꾸준히 확대
높은 이직률·업무 강도 낮추기 위한 처우 개선은 미비
양질 간호 서비스 제공 위해서라도 대책 시스템 마련 필요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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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15.2%. 2019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간호사 이직률이다. 다른 산업군(4.9%) 대비 3배 이상 높다.

이처럼 높은 간호사 이직률과 업무 강도를 낮추기 위해 정부가 ‘간호대 정원 확대’라는 카드를 제시하고 나섰다.

그러나 공급만 확대될 뿐 처우 개선은 이뤄지지 않아 정부가 계속 ‘헛발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2024학년도 간호대 입학 정원을 700명 증원하는 방안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이 중 일반대는 385명, 전문대는 315명이다.

방안 취지는 △간호사의 높은 이직률과 업무 강도 감소 △고령화로 인한 지역사회 간호사 수요 충족 등이다.

간호대 정원 확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같은 취지로 입학 정원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2022년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약 27만명이었던 간호사는 2021년 약 45만 7000명으로 10년 사이에 두배 가까이 훌쩍 뛰었다. 의사 13만명·약사 7만3000명 등 여타 직종과 비교했을 때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그런데도 이직률 등의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무조건적인 정원 확대가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증거이자, 간호계가 간호법을 비롯한 처우 개선을 주장하는 이유다.

 

韓 간호사 1인당 환자 최대 45명까지 담당
병원, 경영 이익 이유로 간호사 고용 ↓…정부 패널티 제도 시급

우리나라에서 간호사 면허는 속칭 ‘7년짜리’라고 불린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불규칙적인 근무와 낮은 처우, 그리고 살인적인 노동 강도로 인해 간호사들이 평균 7년 만에 병원을 사직해서다.

이는 근본적으로 병원이 간호사를 고용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다. 먼저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을 살펴보면 OECD 평균은 간호사 1인당 6~8명이지만 우리나라는 종합병원 기준 16.3명이며, 일반병원 기준으로는 무려 45명에 달한다.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김원일 활동가는 제도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사무장병원은 적발 시 징역 혹은 벌금령에 처하지만 법적 인력을 안 지킨 병원은 시정명령을 받는 데에 그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95%가 민간병원이다 보니 병원에서 경영 이익을 중시해 간호사를 적게 고용하는 실정이다.

김 활동가는 병원이 간호사를 적극 고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대학교 김진현 교수(간호학과) 역시 “건강보험 입원료 체계를 간호사 대비 환자 수 기준으로 통일하고, 수가 체계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간호사를 고용하지 않는 것은 병원뿐만 아니라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최근 3년간 최대 300명씩 채용했던 서울시 간호직 공무원은 올해 5명 모집으로 크게 줄었다.

대외적으로는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인한 간호인력 수요 감소 때문이다. 그러나 간호대 정원을 확대하는 정부의 행보와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서며 빠르게 늘어나는 돌봄 서비스 수요를 생각하면 분명 아쉬운 처사다.

김 교수는 “정부의 전반적인 인건비 절감 정책의 영향으로 보인다”며 “보건의료체계의 효율성·형평성 개선을 위해서는 공공보건기관의 간호인력 활용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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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대 입학 정원 82%가 지방대학
서울에서 인력 양성 후 지방으로 배치해야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당장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과제다.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의 증가는 충분한 간호인력이 뒷받침돼야만 감당할 수 있는 사안이다.

전문가들은 간호대 증원에 찬성한다. 문제는 숙련 간호사가 나올 수 없는 열악한 업무 환경이다. 이는 결국, 경영 이익 중심의 민간병원 시스템과 건강보험 수가 체계에서 비롯된 문제다.

김 활동가는 “인력을 중심으로 의료 서비스가 마련돼야 한다. 지금 병원들이 간호사도 없는데 (경영 이익을 위해) 불필요한 병상만 증설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의 해결책도 없이 무조건 인력만 확대하면 오히려 간호사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라고 지적했다.

또 의료 인프라가 수도권에 몰려있음에도 정작 간호대 입학 정원의 82%는 지방대학이라고 덧붙였다. 즉, 교육기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환경에서 양성되는 간호사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김 활동가는 “역으로 가야 한다. 서울에서 양성된 인력이 지역 의료기관에 배치되도록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사 업무 환경 개선 방안은 또 있다. 바로 간호법이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들이 현장에서 의사의 지시로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의 업무를 대신 맡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인건비 절감 때문”이라며 “간호법 제정으로 간호사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국민 모두의 생명과 건강권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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