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병원 주재균 교육수련실장(대장항문외과 교수)

전남대병원 주재균 교육수련실장(대장항문외과 교수)
전남대병원 주재균 교육수련실장(대장항문외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올해 서울 경기의 대부분 병원은 전공의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 등 기피과는 전공의를 채용하지 못해 지금도 애를 먹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남대병원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인턴 정원 100%를 채운 것은 물론 전공의 정원 81명 중 69명을 채용해 눈길을 모았다.

특히 산부인과 정원 5명 중 5명을 모두 채용하고, 소아청소년과도 4명 중 2명, 흉부외과 정원 3명 중 2명을 채워 관심을 끌었다. 

전남대병원이 이처럼 전공의 채용에 좋은 성적표를 거둔 것은 병원이 채용과 전공의 수련 시스템을 혁신하고, 전공의들 얘기에 귀를 기울인 덕분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공의 수련 및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등 수련 시스템을 개선한 결과였다.

전남대병원의 전공의 수련을 책임지는 주재균 교육수련실장(대장항문외과 교수)에게 전남대병원의 채용과 전공의 수련 시스템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들어봤다. 

- 전남대병원이 의사 채용 및 전공의 수련 시스템을 개선해야 했던 이유는? 

우리 병원은 거점 국립대병원으로 본원과 화순·빛고을병원 뿐만 아니라 순천, 여수 등에 있는 자병원에도 의사 인력을 보내야 한다. 

그런데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매년 전남의대를 졸업하는 사람이 약 120명인데, 이중 30%(36명)는 군대에 가고, 30%는 서울로 이동한다. 그래서 우리 병원은 의사 인력 부족으로 허덕이게 됐다. 특히 다른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우리 병원으로 오게 하려면 채용과 수련 시스템 개선이 반드시 필요했다. 

- 기존 의사 채용 과정을 어떻게 개선했는지? 

MZ 세대는 공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우리 병원 의사 채용 방식은 보수적 성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면접 평가에서 출신 학교, 배경 등을 묻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을 했고, 평가 항목도 업무 수행과 무관한 항목은 삭제했다. 

또 면접에서 최고 및 최저점의 간격을 조정해 면접자의 재량을 최소화하고, 면접 위원 절반을 타 대학 교수로 위촉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였다. 

전공의 수련 상황을 교육수련실에서 철저하게 관리

- 전공의 수련 환경을 어떻게 개선했는지 궁금하다. 

우선 2주마다 서면 평가하던 인턴 성적을 전산화했다. 특히 평가자를 이원화해 권한 남용을 방지하도록 했다. 

또 퇴근과 휴식 시간이 보장되도록 교육수련실에서 관리했다. 기존에는 전공의들의 퇴근과 휴식시간을 각 진료과에서 관리했기 때문에 교육수련실에서 알기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교육수련실장을 맡은 이후 전공의들이 퇴근과 휴식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했다. 만일 지켜지지 않았을 때는 처방 발행을 제한하기도 했다.

또 과목별 책임지도전문의를 늘려 전공의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했고, 전공의 급여도 서울에 있는 병원급 수준으로 인상했다. 이외에도 전공의들이 사용할 수 있는 스터디 카페와 휴게실을 제공하고, 숙소 환경도 개선했다.

- 병원의 시스템 개선 이후 결과는? 

병원이 움직인 3년 이후 서서히 효과가 나타났다. 2021년 인턴 충원율이 87%였는데, 시스템 개선 후 2022년 및 2023년 연속으로 100% 충원했다. 또 레지던트 합격자도 97%가 전남대병원 인턴 출신이었다. 이는 전남대 의대 졸업생들이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고 지역에 남았다는 뜻이다. 

이 수치가 갖는 또 다른 의미는 순천, 목표, 여수 등 자병원에도 전공의를 파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타 대학 출신 학생이 높아졌다는 점도 눈여겨 보고 있다. 

-산부인과는 5명 중 정원 5명 정원 모두를 채웠다. 이 부분도 궁금하다. 

선순환의 결과라 생각한다. 산부인과 전공의 상급연차가 충원되면서 업무에 대한 분담이 잘 돼 있고, 당직촉탁의가 있어 당직 근무에 대한 부담이 낮아진 점 등 수련환경이 개선된 덕분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병원 특성상 중증도 높은 환자가 많고, 산과와 부인과 모두 환자의 케이스가 많으며, 암센터·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 운영으로 전남대병원에서 수련을 하면 깊이 있고 다양한 의학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

- 채용 및 수련 시스템 개선 작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의사 사회는 보수적이다. 게다가 지방은 더 보수적이라 의사 채용, 평가, 면접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했을 때 의사들의 불만들이 꽤 많았다. 그래서 선후배 교수들과 회의도 많이 하고, 각 진료과 의국장들과 면담을 하면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효과가 나오면서 상황은 좋아졌다. 달라진 시스템에서 수련받은 인턴들이 전공의가 됐을 때, 이들이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 좋은 의사로서의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 정부가 전공의 수련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전공의는 미래 의료자원이며 일차 의료 담당자로서 의료 공공재라 수련과정에 투입되는 비용 또한 사회적 비용이라 생각한다. 선진국에서는 수련 비용은 물론 생활비까지 지급한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은 전공의 수련 교육과 직접적 관계가 있는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등 간접비를 정부가 지원하거나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공의 단기 해외연수 지원사업과 일부 진료과의 수련보조수당 등 의료 인력 수급을 위한 사업만 일부 지원된다. 더 나은 수련환경에서 전문의를 배출하고 지역에도 충분한 의료자원이 배분되려면 정부의 수련 비용 지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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