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팀 신형주 기자 
취재팀 신형주 기자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강도태 이사장이 임기 22개월을 남기고 갑작스럽게 중도사퇴했다.

표면적으로는 지난해 발생한 46억 횡령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건보공단 내부와 의료계는 강 이사장이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사람으로 윤석열 정부의 건보공단 경영혁신 추진에 맞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인사 물갈이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윤석열 정부의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 확정했다.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의 핵심은 재정 효율화로, 그동안 문재인 케어로 인한 재정누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MRI 및 초음파 급여기준을 강화하고, 지불제도 개편에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발생한 건보공단 직원의 46억 횡령 사건으로 인해 건보공단의 대국민 신뢰도 하락을 반등시키기 위한 경영혁신도 추진해야 한다.

정부 측은 윤 정부의 핵심과제 추진과 대국민 신뢰도 향상을위해 현 강도태 이사장이 아닌 새로운 인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공단 내부는 당황스럽다는 분위기다.

강 이사장은 그동안 복지부에서 보건의료정책 분야 주요 보직을 거치고, 제2차관을 역임하면서 누구보다 보건의료분야에 정통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강 이사장의 업무 스타일은 꼼꼼하고, 세밀하다"며 "보건의료정책과 건강보험정책에 대해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도 강 이사장 체제에서 설계됐다"며 "새로운 기관장이 오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보고하고, 업무도 파악해야 한다. 정책 추진 연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임기가 22개월 이상 남은 상황에서 급작스런 기관장 교체는 기관 내부 사기 저하를 야기하고, 업무 연속성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 전 이사장은 퇴임식에서 “경영환경은 아직도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상황으로, 앞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건강보험 개혁, 장기요양보험 발전 그리고 관리체계 혁신을 더욱 힘차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제 저는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그리고 건보공단이 한층 더 높게 비상하기를 바라며 후임자에게 그 역할을 넘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중도사임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후임자에게 역할을 넘기겠다고만 했다.

건보공단의 경영혁신이 필요한 시점에서 기관장만 변경된다고 해서 해묵은 관례와 뿌리깊은 공단 내부 분위기를 변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석연치 못한 이번 강도태 이사장의 중도 퇴임은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건보공단 임직원들에게 좋은 시그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새로 부임하는 이사장은 정부의 핵심 과제 추진과 건보공단의 경영혁신에 앞서 내부 임직원들의 저하된 사기를 다시 제고할 수 있는 방안부터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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