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대 이하 처방 펜타닐 2965건...처방 후 빼돌리기도 성행
비보존제약 오비란제린, 임상3상 완료...평균 35% 높은 통증감소 기록
올리패스∙메디포럼∙아이엔테라퓨틱스, 임상 진행 중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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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국내에서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비마약성 진통제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최근 미국·멕시코 등 해외에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 신종 마약 용도로 확산하고 있다. 이에 마약 오남용 문제를 겪는 우리나라도 더 이상 안전 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비마약성 진통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비보존제약은 최근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 국내 임상3상에서 진통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며 상용화 가능성에 청신호를 켰다. 

또 올리패스는 개발 중인 비마약성 진통제 후보물질 ‘OLP-1002’가 호주 임상2a상 중간 평가에서 위약군 대비 진통 효능이 우월한 결과를 보였다고 전했다.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 전세계적인 문제...국내서도 관리 부실

마약성 진통제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진통제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로는 효과를 볼 수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중추 신경계 통증 전달을 억제해 수술 후 통증 경감, 암∙뇌질환 환자 등의 통증 완화 등에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주로 모르핀, 펜타닐, 코데인, 옥시코돈, 트리마돌 등 다양한 오피오이드 의약품이 마약성 진통제로 활용되고 있다. 오피오이드는 오피오이드 수용체(opioid receptor)에 작용해 모르핀 유사 효과를 생성하는 물질이다.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는 통증을 줄여주는데 효과를 보이지만 변비, 구토를 유발하고 약물 의존도를 높여 중독에 빠지게 할 수 있는 단점을 갖고 있다.

특히 의료진 처방만 있으면 구매가능한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은 이미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1999년 이후 약 65만명 이상 중독자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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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달 초 미국 대형 약국과 주요 제약사들은 오피오이드 처방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에게 한화 약 20조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마약류 관련 이슈는 비단 해외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약류 오남용 이슈는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식약처 대상 국정감사에서도 국내 마약류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나왔다. 

치료 목적보다 더 많은 양을 처방받은 후 빼돌려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서였다. 특히 마약류 오남용 등에는 유명 연예인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근 5년간 의료현장에서 사용되는 마약성 진통제 성분별 처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아편을 정제∙가공해서 만든 펜타닐은 2018년 89만 1434건에서 2020년 148만 8325건으로 3년간 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펜타닐 성분의 진통제가 패치 형태로도 출시 돼 사용이 간편하다 보니 지난 2021년 10대 이하에서 2965건, 20대에서는 2019년 4만 4105건에서 2021년 6만 1087건으로 38.5% 증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손쉽게 구매 가능한 마약성분이 포함된 약품의 오남용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며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할 때 다른 의료기관에서 받은 마약성 진통제 처방이력을 필수적으로 검토해 오남용 가능성을 낮추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비보존제약 임상3상서 상용화 가능성 확인, 올리패스∙아이엔테라퓨틱스도 개발 중

이에 마약성 진통제를 대체 할 수 있는 비마약성 진통제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국내사들이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비마약성 진통제 가능성을 확인하는 회사는 비보존제약, 올리패스, 메디포럼, 대웅제약 자회사 아이엔테라퓨틱스 등이 있다. 

비보존제약은 최근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 주사제 국내 임상3상 결과, 진통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회사는 크림 형태의 오피란제린 외용제 임상2상도 진행 중에 있다. 

오피란제린은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세로토닌 수용체 2A’(Serotonin receptor subtype 2A)와 ‘글라이신 수송체 2형’(Glycine transporter type 2)을 동시에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비보존제약은 임상3상에서 오피란제린 주사제와 위약을 투여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했다.

일차 목표점은 투여 개시 후 12시간 통증강도차이합(SPID 12)에 대한 평가였다. SPID 12는 투여개시 후 12시간 동안 투여 전 통증강도에 비해 감소한 정도를 시간을 고려해 합한 값을 말한다. 값이 클수록 더 큰 통증감소를 의미한다.

임상 결과, 오피란제린 투여군 평균은 26.832, 위약 대조군 평균은 19.893으로, 오피란제린군이 위약군 대비 평균 35% 높은 통증감소를 보였다.

회사 측은 해당 임상3상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내 국내 품목허가 승인 절차(NDA)를 추진할 계획이다.

올리패스는 최근 비마약성 진통제 신약 OLP-1002에 대한 호주 임상2a상에서 평가 완료된 환자 30명에 대한 중간 평가를 공개했다. 

임상2a상은 위약대조 이중맹검 방식으로 만성 관절염 통증 환자 총 90명을 대상으로 6주간 효능을 추적하고 있다. 이번 중간 평가는 이중 첫 30명에 대한 효능 분석 결과이다.

임상 결과, OLP-1002 2㎍ 투약군은 핵심 통증 평가 지표에서 미세한 차이로 위약군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다만, 2㎍ 투약군은 투약 5주 및 6주 차에 진통 효능이 최대치에 도달하며 1㎍ 투약군과 위약군 대비 진통 효과는 우월했다.

메디포럼은 천연물 기반 비마약성 통증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LSK Global PS와 천연물 제제 신약후보물질 ‘MF018’의 임상2상 시험 및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메디포럼은 2020년 1월 식약처로부터 임상2상 시험을 허가 받았으나,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실시를 미뤄왔었다.

메디포럼의 비마약성 암성통증치료 신약후보물질은 신경세포의 염증반응 조절이라는 새로운 작용기전으로 접근한 후보물질로, 임상1상이 면제돼 곧바로 임상2상 승인을 받았다.

대웅제약 자회사 아이엔테라퓨틱스는 지난해 3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골관절염학회(OARSI)에서 비마약성 골관절염 통증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iN1011-N17’의 호주 임상1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전임상에서 iN1011-N17는 Nsaids 계열 진통제나 마약성 진통제 트라마돌 보다 앞서는 효능을 입증한 바 있다.

아이엔테라퓨틱스는 이번 임상1상을 통해 향후 임상시험에서 용법을 결정할 수 있는 주요한 약물노출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iN1011-N17의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적 우수성을 확인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작년 초 발표한 임상1상에서는 단일용량상승시험(SAD) 중이었고 작년 말 임상1상 다중용량상승시험(MAD)도 병렬로 개시해 현재 코호트1이 진행됐다”며 “현재 SAD는 모든 대상자에 투약을 완료해 올해 3분기 최종 리포트(clinical stuy report)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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