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역사 속 메나리니 오르세르두, FDA 허가 획득
ER+/HER2-/ESR1 변이 전이성 유방암 환자 사망 위험 30% ↓
후발주자 카미제스트란트도 주목...PFS 이점 입증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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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메나리니 오르세르두(성분명 엘라세스트란트)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따내면서 경구용 에스트로겐수용체분해제(SERD)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그동안 유방암 치료에 사용됐던 SERD는 주사제로, 환자에게 불편을 초래했던 만큼 경구용 제제가 시장에 안착하면 더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르세르두, '최초' 경구용 SERD로 이름 올려

메나리니는 최근 FDA로부터 경구용 SERD 오르세르두의 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전에 1회 이상 내분비요법을 받은 에스트로겐수용체(ER) 양성/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ER2)음성/ESR1 돌연변이를 가진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폐경 후 여성 또는 성인 남성 환자가 대상이다.

허가의 기반은 유럽의약품청(EMA) 시판허가 신청서 제출 기반이 된 임상3상 EMERALD 연구 결과다.

이 연구에서 오르세르두는 ESR1 돌연변이가 있는 종양을 포함해 E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2차, 3차 치료제로서 무진행생존(PFS)의 유의미한 개선을 입증했다.

연구에는 E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 477명이 등록됐다. 이 중 228명은 내분비요법 내성을 의미하는 ESR1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다.

이들은 이전에 1~2회 내분비요법을 받았고, CDK4/6 억제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질병이 진행됐다.

연구 결과, 모든 환자군과 ESR1 돌연변이 보유군에서 오르세르두는 표준 치료요법에 비해 PFS를 개선, 1차 목표점을 충족했다.

자세히 보면, 모든 환자 집단에서 오르세르두군의 PFS 중앙값은 2.79개월로, 표준요법군 1.91개월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약 30% 감소시켰다(HR 0.697; 95% CI 0.552~0.880). 두 군 간 PFS 차이는 약 1개월에 불과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P=0.0018).

아울러 12개월 PFS는 오르세르두군이 22.3%이었던 데 비해 표준요법군은 9.4%에 불과했다. 특히 오르세르두는 ESR1 돌연변이를 보유한 하위그룹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결과가 두드러졌다.

하위그룹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한 결과, 오르세르두군의 PFS 중앙값은 3.87개월로, 표준치료군(1.87개월)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약 45% 줄였다(HR 0.546; 95% CI 0.387~0.768; P=0.0005). ESR1 돌연변이 보유 그룹 중 오르세르두군의 12개월 PFS는 8.2%로 집계됐다.

치료 관련 3~4등급 이상반응은 오르세르두군이 7.2%, 표준요법군이 3.1%로 보고됐고, 치료 중단으로 이어진 이상반응은 각각 3.4%, 0.9%에서 발생했다.

메나리니는 "오르세르두는 ESR1 돌연변이가 있는 ER+/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위한 최초의 치료법"이라며 "이번 FDA 승인으로 이들 환자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표적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번번한 실패에도...주목 받는 후발주자
CDK4/6 억제제와의 병용요법 성공 가능성 주목

그동안 경구용 SERD는 개발에 번번히 실패했다. 

오르세르두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혔던 로슈 지레데스트란트와 사노피 엠세네스트란트는 최근 PFS 개선에 실패하면서 개발을 중단했다.

로슈 지레데스트란트는 임상2상 aeclERA 연구에서 ER+/HER-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내분비요법과 효능과 안전성을 비교평가했지만, PFS 개선에 실패하면서 1차 목표점을 충족하지 못했다.

사노피 엠세네스트란트도 같은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임상2상 AMEERA-2 연구에서 PFS를 개선하지 못하면서 1차 목표점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후발주자로서 상용화에 근접한 아스트라제네카 카미제스트란트에 이목이 쏠린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주사제 SERD 파슬로덱스를 보유하고 있다.

카미제스트란트는 ER+/HER2- 재발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 240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임상2상 SERENA-2 연구에서 풀베스트란트 대비 PFS 이점을 입증하며 1차 목표점을 충족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모든 환자군에서 카미제스트란트 75mg 투여군의 PFS 중앙값은 7.2개월, 150mg 투여군은 7.7개월로 나타났다. 반면, 풀베스트란스 투여군은 3.7개월로 집계됐다.

특히 ESR1 돌연변이를 보유한 하위그룹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카미제스트란트 75mg군의 PFS 중앙값은 6.3개월, 150mg군은 9.2개월에 달했던 반면, 풀베스트란트군은 2.2개월에 불과했다.

경구용 SERD가 단독요법에서 성공 가능성을 보였지만, E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CDK4/6 억제제와의 병용요법의 효능을 입증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현재 ER+/HER2- 전이성 유방암의 표준치료는 내분비요법과 CDK4/6 억제제 병용요법이다. 

경구용 SERD가 내분비요법 내성, 즉 ESR1 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차, 3차 치료환경에서 표준치료 대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PFS 개선 혜택을 입증한 만큼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자리하려면 CDK4/6 억제제와의 병용요법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아스트라제네카는 카미제스트란트와 CDK4/6 억제제 병용요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3상 SERENA-4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구용 SERD가 유방암 관리의 미충족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단일요법 뿐만 아니라 다른 표적치료제와의 병용요법 연구를 통해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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