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전상범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뇌경색, 뇌출혈 등 뇌혈관질환 등신경계 질환이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시설과 의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신경계 질환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환자에게 장애 등의 후유증을 남기고, 이는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지게 된다.

미국 등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중환자실에서 별도로 신경계 질환환자를 진료하는 신경집중치료 시스템을구축했다. 이들이 진료할 때 환자 생존율 향상은 물론 예후가 좋아진다는 임상 근거가 있어서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신경집중치료의중요성은 물론 신경집중치료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본지는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 석승한 이사장(원광의대 산본병원 신경과)인터뷰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두 곳만 운영 중이 서울아산병원 폐쇄형 신경과 중환자실과 분당서울대병원의 신경계 중환자센터를 찾아 신경집중치료의 중요성과 현실, 또 해결해야 할 문제점 등을 기획 취재한다.

1.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 석승한 이사장 
2. 서울아산병원 폐쇄형 신경과중환자실 전상범 교수 
3.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계중환자센터 한문구 교수 

폐쇄형 신경과중환자실을 운영하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전상범 교수
폐쇄형 신경과중환자실을 운영하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전상범 교수

2013년 서울아산병원에 폐쇄형 신경계 중환자실이 생긴 3년 이후 결과물은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중환자실에 신경과 전문의가 상주하면서 평균 재원 일수 1일 감소, 환자 및 보호자의 의료서비스 만족도가 기존 대비 15% 상승했다.

또 3년 동안 전체 사망률이 2.3% 줄었고, 환자 본인 부담 진료비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이후 상황은 어떻게 변했을까? 여전히 신경과 중환자실을 지키는 서울아산병원 전상범 교수(신경과)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서울아산병원에 폐쇄형으로 신경계 중환자실을 만들게 된 계기는? 

전공의 때부터 중환자실 환자 치료에 관심이 많았다. 중환자실에는 인공호흡기를 가진 환자도 많고, 이들이 갑자기 쇼크가 왔을 때 어떤 치료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들에게 직접적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2011년 미국 컬럼비아 대학병원과 텍사스 대학병원 신경계 중환자실에서 2년 동안 경험했다. 그 이후 서울아산병원을 돌아와 풀 타임(full time) 신경집중치료를 하는 교수로 근무를 시작했다.

당시 내가 서울아산병원에서 미국과 같은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 했고, 당시 병원에 이명종 교수님이 계셨다. 이 교수님은 20년 동안 미국 미네소타의대 교수로 근무했기 때문에 왜 신경집중치료실이 왜 필요한지 알고 계셨고, 따라서 시작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셨다. 

"환자 예후가 좋아진다는 게 핵심이다"

- 오랫동안 중환자실에서 신경집중치료를 해 왔다. 신경집중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핵심은 환자 예후가 좋아진다는 점이다. 더불어 환자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감소하고, 결국 정부가 지출해야 하는 비용도 줄어든다. 병원도 이득이다. 질 지표는 물론 병원 이미지도 좋아진다. 

- 중환자실에서 신경집중치료가 중요하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연구 논문이 있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신경집중치료는 오래전부터 시스템을 갖추고 추진해왔기 때문에 이에 관련된 논문은 셀 수 없이 많다. 

올해 9월 JAMA Neurology에 중환자실에 있는 성인 뇌손상 환자 5만 5792명을 대상으로 Neurocritical care(NCC)와 일반 치료를 받은 환자의 사망률 등을 비교한 체계적 리뷰 및 메타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연구의 1차 목표점은 6개월 동안 추적관찰했을 때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었다.

신경계중환자실에 들어가기 전에
신경과 중환자실에 들어가기 전 전상범 교수

이 논문에 눈에 띄는 것은 2010~2016년까지 우리나라 특히 우리 병원 데이터가 연구에 포함됐다. 연구 결과, 신경집중치료를 받은 환자군이 일반 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위험비를 17%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RR, 0.83; 95% CI, 0.75~0.92).

우리나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위험비는 0.84(0.68~1.04)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팀은 우리나라에 전 시간 신경집중치료의 의사가 환자를 있어 중환자실에서 전반적인 비용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중앙값)이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 의사와 간호사 등 인력 등 전반적 상황이 좋아졌는지 궁금하다. 
중환자실은 운영할수록 적자라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병원 경영진이 인력과 시설, 장비 등을 지원해 준 덕분에 초창기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재 나와  진료교수 2명, 임상강사 2명, 전공의 1명 등이 팀을 이뤄 근무하고 있다. 초창기를 비교하면 크나큰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 보고 있다. 

수련평가나 병원 인증평가 항목에 포함해야

- 여러 장점이 있음에도 신경집중치료가 많은 병원에서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이유 때문이라 생각하는지? 

우리 병원은 인력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국의 신경과 전공의는 82명이다. 이중 중환자실에서 신경집중치료를 하려는 전공의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물론 중환자실 세부전담의가 있지만 이들이 신경과집중치료를 모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력이 부족하다.

신경집중치료를 하려면 병원 경영진이 별도의 공간을 내어주어야 한다. 경영진이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은 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신경집중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분위기는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본다. 

수가가 책정돼 있지 않아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정부가 전공의 수련평가나 병원 인증평가 때 이를 항목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에서 신경집중치료 관련 인증의 제도를 시작했다. 이에 대한 의견은? 

환자의 수축기 혈압이 160/mmHg이면 일반적으로 높다고 판단하지만, 신경과에서는 다른 게 판단하기도 한다. 특히 중환자실에서 신경계 환자는 독특한 특징이 있어 이를 잘 아는 신경과 전문의가 꼭 필요하다.

신경과 의사라도 신경집중치료를 하려면 신경과중환자실 훈련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경과 전문의면서 중환자 세부 전문의까지 수련받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학회에서 이렇게 시작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