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신경계 중환자실 운영하는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한문구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뇌경색, 뇌출혈 등 뇌혈관질환 등신경계 질환이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시설과 의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신경계 질환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환자에게 장애 등의 후유증을 남기고, 이는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지게 된다.

미국 등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중환자실에서 별도로 신경계 질환환자를 진료하는 신경집중치료 시스템을구축했다. 이들이 진료할 때 환자 생존율 향상은 물론 예후가 좋아진다는 임상 근거가 있어서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신경집중치료의중요성은 물론 신경집중치료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본지는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 석승한 이사장(원광의대 산본병원 신경과)인터뷰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두 곳만 운영 중이 서울아산병원 폐쇄형 신경과 중환자실과 분당서울대병원의 신경계 중환자센터를 찾아 신경집중치료의 중요성과 현실, 또 해결해야 할 문제점 등을 기획 취재한다.

1.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 석승한 이사장 
2. 서울아산병원 폐쇄형 신경과중환자실 전상범 교수 
3.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계 중환자실 한문구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한문구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한문구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계 중환자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신경외과와 신경과가 함께 신경계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이다. 이후 중환자실 사망률, 입원기간, 호흡기 사용 기간 등에서 다른 중환자실과 확연한 지표 향상을 보였고, 지금은 1인실로 분리된 신경계 중환자실 운영을 꿈꾸고 있다.

개원 당시 뇌신경계 중환자실 기획부터 지금까지 뇌신경계 중환자실을 지키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한문구 교수(신경과)를 만나 현재 운영 상황과 어려운 점 등을 들어봤다. 

- 국내에 없던 개념인 뇌신경계 중환자실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미국은 20년 전부터 신경외과와 신경과가 함께 신경계 환자를 함께 진료하는 통합 진료를 하고 있었다. 실제 미국 연수를 시스템을 경험하고 깜짝 놀랐다. 또 환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보고 더 감동했다. 

우리나라는 중환자실에서 검사가 필요할 때 환자를 검사실 이곳저곳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미국은 중환자실에 필요한 장비가 모두 갖춰져 있어 위급한 환자 대처를 빠르게 치료할 수 있다.

그래서 개원 초기에 신경외과 의사들에게 통합치료를 해보자고 설득했다. 처음에는 다들 반대했지만 결국 이해해주셔서 가능했다. 우리 병원 신경외과 교수님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가끔 신경외과와 갈등이 없냐고 물어보는데, 신경계 중환자실 센터로 돌아가기 때문에 불협화음은 전혀 없다. 

- 미국의 신경계 중환자실 시스템을 조금 더 설명한다면.

의료체계와 수가 등 여러 면에서 달라 우리나라와 단편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사들이 부러워할 만한 시스템을 가진 건 확실하다. 우선 신경외과와 신경과가 통합치료의 필요성을 공동으로 인식하고 있고, 따라서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도 두 진료과가 같이 진행한다.  

예산도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신경외과 예산 약 20억, 신경과 예산 10억 정도 책정되는데, 교수들이 필요한 만큼 교수를 채용하는 것으로 안다. 특히 신경외과에서 신경과 교수를 채용하기도 한다.

신경외과는 수술에 집중하고, 신경과는 수술한 환자의 케어를 담당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진료과 간 영역 중심이라면, 미국은 모든 것이 환자 중심이라 이런 시스템이 더 수월한 것 같다. 

-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계 중환자실 인력 구성은 어떤가? 

신경외과 교수이면서 신경과 전문의인 전담교수 1명, 전임의 1명, 신경과 주치의 1명, 신경외과 주치의 1명, 간호사 35명, 보조인력 6명이 근무하고 있다. 

- 중환자실 환자 사망률 감소 등 여러 장점에도 국내에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지만 수가가 너무 적다. 현재 중환자실은 미국의 50분의 1 또는 100분의 1 정도다. 우리나라 중환자실 1일 비용은 26만원, 미국은 2000만원 정도다. 수가가 적으니까 당연히 인력이나 장비를 확보하는데 너무 어렵다. 

또 아직 신경외과에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굳이 신경과와 같이 신경계 중환자실을 운영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우리 병원처럼 신경외과와 신경과가 같이 신경계 중환자실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형태로 운영하는 곳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아주대병원과 서울대병원 신경과 전담교수가 신경계 환자를 진료하고 있고, 동아대병원은 중환자의학과를 만드는 등 전반적 분위기는 좋아지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한문구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한문구 교수

- 외과는 전공의들이 지원하기 꺼리는 진료과 중 하나다. 신경계 중환자실에서 수련받는 전공의들 분위기는 어떤가.

우리 병원은 신경계 중환자실에 전담교수가 있어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업무량도 줄어 전공의들이 좋아하는 편이다. 신경외과와 신경계 의사들이 병동과 중환자실 환자를 같이 진료한다.

- 최근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 등에서 중환자실에서 신경계질환 환자는 신경과 수련을 받은 전문의가 치료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꼭 신경과 수련이 아니더라도 신경계중환자치료 수련을 받은 전문의가 치료를 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 등 선진국은  3차 병원 기준을 중환자실과 중환자 전담의사가 상주하는 것을 필수요건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법 규정조차 없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모든 중환자실에는 중환자 전문 교육을 받은 전문의가 있는 것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 병원은 신경게 중환자를 잘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췄는데 장비와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밥상은 차려놨는데, 반찬이 없는 것이다. 특히 전담 의사가 부족한데, 적어도 환자 4명당 전담의사 1명이 필요하다. 또 중환자실에 필요한 장비가 많은데, 이를 구입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더 욕심을 부리자면 중환자실은 분리된 독립 1인 병실이 필요하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모든 중환자실이 1인 병실로 돼 있다. 이렇게 운영하는 이유는 의사가 치료에 집중할 수 있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감염 예방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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