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동산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조호찬 교수

 

계명대 동산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조호찬 교수
계명대 동산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조호찬 교수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 골다공증성 골절 환자가 증가해 사회·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다. 하지만 자각 증상이 없는 골다공증 질환 특성상 많은 환자가 골절이 발생하기 전까지 골절 위험과 골다공증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골다공증 환자 10명 중 4명은 골절 전까지 증상이 없어 치료받지 않고 있다고 보고된다. 게다가 골다공증을 진단받더라도 지속적 치료가 보장되지 않아 치료 지속률이 낮다. 계명대 동산병원 조호찬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치료 지속률을 높이기 위해 제한적인 골다공증 치료제 급여 적용 요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대한골대사학회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골다공증성 골절 발생률이 늘고 있다. 원인은?
골다공증은 50대 이후 발생률이 크게 증가하는 만성질환이다.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에 빠르게 진입하면서 노인인구가 늘어 골다공증성 골절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부모세대 주요 질병 중 골다공증 및 골절은 50대 이전 연령대 대비 증가율이 775.9%로 1위를 차지했다.

부모세대 입원 환자의 다빈도로는 백내장에 이어 골절이 전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노인 환자에서 골다공증성 골절 후 이차적인 골절 위험이 높지만 실제 치료 과정 중 골밀도를 측정해 골다공증 치료제를 처방하는 빈도가 높지 않다는 것도 발생률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 골다공증 검사율과 치료율이 여전히 낮다는 점도 발생률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다. 자각증상이 없는 골다공증 질환 특성상 환자들은 뼈가 부러지기 전까지 골절 위험과 골다공증 심각성을 알지 못한다. 

- 골다공증성 골절 예방법은?
골다공증성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골다공증을 조기 진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통해 골다공증을 치료해야 골다공증성 골절을 막을 수 있다. 조기 진단을 위해 국가 건강검진에서 골밀도 검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수검자는 건강검진 결과를 확인하고 골밀도가 낮다면 의료진에게 빨리 상담받고 치료해야 한다.

또 골밀도는 50대를 기준으로 가파르게 악화된다는 점에서 20~30대부터 칼슘 또는 비타민을 보충하거나 충분히 운동하는 등 뼈 관리를 해야 골다공증성 골절을 예방할 수 있다. 환경적으로는 골다공증 환자가 골절을 경험하지 않도록 실내 조명을 밝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 새 정부가 후보시절에 여성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국가 건강검진의 골밀도 검사를 현행 2회에서 4회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검사 연령 확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새 정부가 여성의 골밀도 검사 연령을 기존 만 54세, 만 66세에 더해 만 60세와 만 72세를 추가하겠다고 공약했다. 골다공증을 조기 진단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여성호르몬은 뼈를 튼튼하게 해주지만 폐경기인 50대 이후부터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해 뼈가 약해지고 골다공증이 잘 발생한다. 이 때문에 50대부터 순차적으로 골밀도 검사를 확대·시행하는 것이 골다공증 조기 진단과 관리를 위해 중요하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 급여 기준에 따른 급여 중지로 인해 환자 치료가 중단되지 않고 지속적 치료가 보장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 골다공증 치료제는 골밀도 수치(T-score)가 -2.5 이상으로 개선되면 급여를 중단한다. 이러한 기준의 문제점은?
우리나라는 골밀도를 측정하고 1년 동안 치료제를 투약한 뒤 T-score가 -2.5 이상으로 개선되면 급여를 중단한다. T-score -2.4는 골다공증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골다공증 환자는 T-score가 -2.5 이상으로 개선되면 급여가 적용되지 않으니 약을 먹지 않아 치료 중단율이 높아진다. 이러한 문제점을 학회 차원에서 여러 번 지적하고 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은 한 번 진단받고 치료제 투약 후 지표가 개선돼도 평생 급여가 적용된다.

골다공증도 만성질환인데 골밀도가 개선되면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 정책이 가진 한계점이다. 미국임상내분비학회는 한 번 T-score -2.5 이하로 골다공증으로 진단된 환자는 치료 중 -2.5 이상이 돼도 골다공증 진단이 유효하다. 영국, 일본 등도 투여 기간의 제한 없이 골다공증 치료 기간을 보장한다. 따라서 골다공증을 진단받은 환자가 지속적으로 약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내외 최신 가이드라인 수준으로 급여를 확대해야 한다. 

- 기존 골다공증 치료제인 비스포스포네이트가 가진 한계점은?
비스포스포네이트는 임상에서 많이 처방되는 골다공증 치료제 중 하나다. 그러나 복용법이 까다롭다. 아침 식전에 복용해야 하고 이후 누워선 안 된다. 이를 지키더라도 위장이 안 좋은 환자는 속이 쓰리거나 거북함을 느끼기도 한다. 또 골다공증이 개선돼도 골밀도가 증가하는 것이기에 환자는 증상이 개선된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이 때문에 비스포스포네이트를 복용하다 중단하는 사례가 많다. 또 비스포스포네이트를 장기간 복용하면 비정형 골절이 생길 수 있다. 

- 비스포스포네이트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은?
비스포스포네이트의 단점을 보완한 치료제로 라록시펜 (상품명: 에비스타 플러스) 등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SERM)가 주목받고 있다. SERM은 폐경 초기에 뼈를 튼튼하게 만들면서 질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라록시펜은 장기 임상 데이터가 많다는 장점이 있다. 8년간 투약했을 때 효과를 평가한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골밀도가 좋아지고 척추뼈 골절 위험이 감소했고 유방암 발생 위험도 낮출 수 있었다.

게다가 여성호르몬 제제는 자궁내막증식 위험을 높일 수 있지만 SERM은 자궁내막증식 자극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자궁에 안전하다. 이와 함께 신기능이 감소한 환자에게서도 SERM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실제 임상에서 SERM을 골다공증 치료에 활용한 결과, 골밀도가 좋아지고 골절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척추뼈에서는 임상연구에서 입증된 만큼의 골절 위험 감소 효과를 경험할 수 있었다. 

- 라록시펜 복용 시 다른 약제와의 상호작용은?
식전에 복용하는 비스포스포네이트는 위식도 역류질환을 일으키는 등 부작용이 있다. 이를 막고자 프로톤펌프억제제(PPI)를 주로 투약한다. PPI도 식전에 복용하는데 비스포스포네이트와 함께 투약하면 비스포스포네이트의 복약 순응도가 감소하고 흡수가 저해될 뿐만 아니라 약물상호작용에 따라 약효가 떨어질 수 있다.

또 PPI가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데이터도 존재한다. SERM은 반드시 식전에 복용해야 하는 치료제는 아니다. 이에 비스포스포네이트와 PPI를 함께 복용하는 것보단 약물상호작용이 적은 SERM 투약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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