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의대 조병수 명예교수, 유럽신장학회서 연구 결과 발표
항고혈압제 시작 전 검사 통해 신장 사구체 기능 이상 유무 판단해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원인 불명의 본태성 고혈압을 앓는 40대 이상 성인 치료 시 신장기능을 검사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희의대 조병수 명예교수(조병수의원 대표원장)는 항고혈압제 시작 전 반드시 신장기능 검사를 통해 신장 사구체 기능 이상 유무를 판단하고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19~22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유럽신장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공개됐다. 조 명예교수는 학술대회에서 사구체여과율이 저하된 고혈압 환자는 필수적으로 신장조직검사(신생검)를 받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명예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일반인들이 건강검진 등을 통해 건강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포함해 모든 나라에서 신장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하는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된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장질환은 건강검진만으로 조기 발견이 어렵다. 건강검진에서 이상소견이 나타나거나 빈혈, 요통, 무기력, 거품뇨 등 자각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신장은 비가역적인 심한 손상을 받은 상태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말기신부전 환자가 늘고 있다. 

조 명예교수는 "말기신부전의 주요 원인은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알려졌다. 이 중 당뇨병은 잘 조절하면 말기신부전으로의 이행을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고혈압은 아무리 잘 조절해도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충분한 검토와 고려 없이 항고혈압제를 선택하면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할 수 있어도 신장 기능을 급속도로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조 명예교수가 2021년 미국신장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한다. 당시 그는 발표를 통해 항고혈압제 선택에 있어 고혈압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그는 "항고혈압제로 주로 사용하는 칼슘통로차단제(CCB)는 신장 사구체 압력을 높여 신장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신장 사구체 이상, 즉 신장염이 있어 고혈압이 발생했다면 단기적으로 혈압을 조절할 수 있을지라도 근본적 치료가 되지는 않는다"고 피력했다.

연구 결과는 2014~2021년 외래에서 총 1440명의 신장조직검사를 시행한 결과를 토대로 도출됐다.

전체 조직검사 대상자의 약 25.5%에 해당하는 367명은 '소변검사에서 이상소견을 발견하지 못한 고혈압 환자'였으나 모두 사구체여과율이 70mL/min 이하로 저하돼 있었다.

분석 결과, 이 중 79.8%인 293명이 lgA 신장염, 국소성분절성사구체경화증, 미만성 메산지움증식성사구체신장염, 간질성신장염 등 중증사구체 질환을 앓고 있었다.

▲항고혈압제를 10년간 복용한 58세 남성 환자 증례. 신장조직검사 결과 43%의 사구체 경화증을 동반한 IgA 신장염 소견을 보였다(사진 1A, 1B). 고용량 스테로이드 요법 시행 후 신장조직검사를 다시 진행한 결과, 병리 소견이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사진 2A, 2B).
▲항고혈압제를 10년간 복용한 58세 남성 환자 증례. 신장조직검사 결과 43%의 사구체 경화증을 동반한 IgA 신장염 소견을 보였다(사진 1A, 1B). 고용량 스테로이드 요법 시행 후 신장조직검사를 다시 진행한 결과, 병리 소견이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사진 2A, 2B).

이와 함께 근본적 원인인 사구체 신장질환을 치료하면 사구체여과율 호전과 함께 고혈압도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 명예교수는 학술대회에서 해당 사례를 소개했다.

첫 번째 증례는 58세 남성 환자로 10년간 항고혈압제를 복용한 결과, 소변검사는 정상이었으나 사구체여과율이 63mL/min으로 저하돼 있었다. 이 환자는 신장조직검사 결과 43%의 사구체 경화증을 동반한 lgA 신장염 소견을 보였다.

▲항고혈압제를 8년간 복용한 47세 남성 환자 증례. 신장조직검사 결과 14%의 사구체 경화증을 동반한 막성신염으로 진단됐다(사진 A). 고용량 스테로이드 요법 시행 후 추가 신장조직검사 결과, 완전히 소실됐던 족돌기가 거의 원상 복구됐고 면역침착물도 정상 수준으로 호전됐다.
▲항고혈압제를 8년간 복용한 47세 남성 환자 증례. 신장조직검사 결과 14%의 사구체 경화증을 동반한 막성신염으로 진단됐다(사진 A). 고용량 스테로이드 요법 시행 후 추가 신장조직검사 결과, 완전히 소실됐던 족돌기가 거의 원상 복구됐고 면역침착물도 정상 수준으로 호전됐다.

치료를 위해 고용량 스테로이드 요법을 시행했고, 이후 혈압 및 임상 소견이 호전됐으며 다시 시행한 신장조직검사에서 병리 소견도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두 번째 증례는 8년간 항고혈압제를 복용한 47세 남성 환자로, 외래 방문 시 수축기혈압 160mmHg, 이완기혈압 107mmHg로 전형적 고혈압 양상이 확인됐다. 

이 환자도 신장조직검사 결과 14%의 사구체 경화증을 동반한 막성신염으로 진단돼 고용량 스테로이드 요법을 6개월간 시행했다. 

그 결과 혈압은 수축기혈압 129mmHg, 이완기혈압 79mmHg의 정상 소견을 보였고, 추적 신장조직검사 결과에서 병리소견이 완전히 소실됐던 족돌기도 거의 원상 복구됐고 면역침착물도 정상 수준으로 호전됐다.

▲(오른쪽)경희의대 조병수 명예교수(조병수의원 대표원장). 조 명예교수는 지난달 19~2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신장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학술대회에서 이탈리아신장재단 Schena 교수와 lgA 신장염 치료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오른쪽)경희의대 조병수 명예교수(조병수의원 대표원장). 조 명예교수는 지난달 19~2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신장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학술대회에서 이탈리아신장재단 Schena 교수와 lgA 신장염 치료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조 명예교수는 "연구 결과와 사례를 종합하면, 사구체여과율이 저하된 고혈압 환자의 79.8%는 심각한 사구체 신장질환을 동반하고 있고 고혈압 원인이 사구체 신장질환으로 판명됐다"면서 "적극적인 면역억제요법 등으로 근본 치료를 시행하면 말기신부전 이행을 예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 명예교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이탈리아신장재단 Schena 교수와 lgA 신장염 치료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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