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고혈압학회 '커프 없는 혈압계' 전문가 성명 발표
정확도 검증되지 않아 고혈압 진단·관리에 사용 제한
대한고혈압학회, 스마트워치 '혈압 보정' 문제 지적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스마트워치 등 커프가 없는(cuffless) 혈압 모니터링 기기(이하 혈압계)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임상 활용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데 학계 중지가 모인다.

유럽고혈압학회(ESH)는 커프가 없는 새로운 혈압계의 정확도가 검증되지 않아 지금은 임상 적용이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담은 '커프 없는 혈압계' 전문가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Journal of Hypertension 6월 17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와 함께 대한고혈압학회도 스마트워치의 혈압 보정 문제에 따라 고혈압 환자 관리에 사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커프가 없는 혈압계는 고혈압 인지도를 높이고 혈압 관리, 조절 등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표준화된 정확도 평가법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폭넓은 활용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커프 이용한 상완식 혈압계 한계는?

혈압 강하에 따른 임상적 혜택을 입증한 모든 연구에서 활용한 커프를 이용한 상완식 혈압계는 진료실, 가정 그리고 활동 혈압 측정에 사용하도록 권고된다.

그러나 상완식 혈압계 측정법은 두 가지 제한점이 있다. 먼저 정적 상태에서 간헐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므로 일상생활에서 신체·정신 활동에 반응하는 빠르고 역동적인 혈압 변화를 감지하고 기록할 수 없다.

또 사용한 커프 크기, 모양, 위치 등과 관련된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커프가 팽창할 때 팔다리가 압박돼 사용자에게 일상생활 또는 잠자는 동안 불안과 불편함을 야기해 혈압 측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커프가 없는 혈압계는 새로운 알고리즘과 센서 등을 탑재한 스마트워치를 포함한 웨어러블 기기 등이 대표적이다.

사용자에게 최소한으로 개입해 편안한 상태로 혈압을 측정하면서 지속적으로 혈압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또 혈압 일중 변동 양상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시할 수 있다.

커프 없는 혈압계 측정값 정확도 의문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커프가 없는 혈압계가 시판되면서 의사, 환자, 대중의 관심도가 높다. 문제는 커프가 없는 혈압계 사용에 앞서 혈압계의 정확도 및 한계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커프가 없는 혈압계로 측정한 혈압값은 임상에서 사용하는 커프 혈압계와 동일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즉 커프가 없는 혈압계가 제시한 혈압값이 과소 또는 과대 평가됐는지 알 수 없다.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일시적으로 과도한 혈압값이 측정된다면 사용자의 불안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임상진료 또는 응급실 내원으로 이어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혈압이 과소평가 된다면 혈압에 문제가 없다는 잘못된 확신을 주게 된다.

이에 대한고혈압학회는 커프 없이 혈압을 측정하는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워치의 임상 활용을 경계하고 있다. 

스마트워치를 활용한 혈압측정은 혈압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고혈압 검진 시기를 앞당길 수 있지만, 혈압 보정의 한계가 있다는 이유다.

학회에 따르면, 삼성 갤럭시워치의 혈압 측정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혈압 보정 시 일반적인 표준곡선(standard curve)을 만드는 것과 달리 3회 연속 측정한 혈압으로 보정한다. 측정 당시 사용자의 심리가 불안정하거나 건강이 좋지 않다면 높게 나타나 혈압 보정이 잘못 이뤄져 사용자의 혈압이 부적절하게 측정될 수 있다. 

학회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진료실에서 갤럭시워치 등 스마트기기를 3개월 간격으로 보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기별 표준화된 정확도 평가법 개발 전 권장 어려워

ESH는 성명을 통해 커프가 없는 혈압계 검증을 위해 국제적으로 승인된 표준화된 정확도 평가법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기기의 임상적 유용성은 건강한 사람과 고혈압으로 의심 또는 진단된 환자를 대상으로 현재 권고하는 혈압 측정법과 함께 활용할 수 있는지와 대안이 되는지 입증해야 한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커프가 없는 혈압계는 임상에서 고혈압 진단 또는 관리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ESH 결론이다. 

대한고혈압학회도 마찬가지로 스마트워치 혈압계는 고혈압 범위의 검증 자료가 제한적이며 고혈압 환자 대상 연구가 없어, 스마트워치 혈압계를 '고혈압, 심장 관련 또는 기타 의학적 상태를 진단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ESH 성명 개발을 이끈 그리스 아테네대학 George Stergiou 교수는 "커프가 없는 혈압계는 잠재력이 크고 미래에 유용한 도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커프가 없는 혈압계는 아직 검증 과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기기가 제시한 결과가 정확한지 알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커프가 없는 혈압계는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한 기술을 적용해 혈압을 측정해 검증 과정이 복잡하므로 기기별 특화된 검증 프로토콜을 마련해야 한다.

Stergiou 교수는 "커프가 없는 혈압계를 검증하는 표준화된 정확도 평가법을 개발하고자 많은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문제는 기기마다 적용한 기술이 달라 한 가지 표준화된 평가법을 모든 기기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술에 따라 다른 표준화된 평가법을 마련해야 하므로 아직 임상에 커프가 없는 혈압계 사용을 권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커프가 없는 혈압계는 좋은 아이디어 수준에 그친다"며 "이번 성명은 커프가 없는 혈압계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며 그때까지 의료인들이 기다려야 한다고 주의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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