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디지털헬스케어 산업계 '포벤져스'를 만나다]
바이오헬스, 식약처 역량 강화 강조…"심사료 올려달라"
디지털헬스케어, 양적·질적 성장 위한 기재부·행안부 협력 필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핵심 산업으로 주목받는 분야가 바이오헬스와 디지털헬스케어다. 미국은 바이오헬스를 과거 실리콘밸리 영광을 재현할 차세대 기술로 분류하고 있다. 이와 함께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최소화하며 기술 발전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바이오헬스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은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다. 유전공학 발전 시기로 평가되는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바이오벤처 붐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쳐 수백개의 바이오벤처가 등장했다. 

그동안 바이오헬스 산업계는 신약 개발을 목표로 도전을 이어갔지만 임상시험 실패, 개발 중단 등에 따라 상업적 성공이 쉽지 않음을 몸소 체감했다. 그럼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실패를 거름 삼아 내공을 쌓았고 하나둘 성과를 내며 'K-바이오' 역사를 만들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는 U-헬스케어, 스마트헬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다 최근 용어가 정립된 미래산업을 이끌 기대주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디지털 핵심기술을 의료와 융합해 인류가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은 디지털헬스케어 생태계를 활성화하고자 규제를 완화하고 있고 유럽도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디지털헬스케어를 미래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인식하고 있다.

본지는 바이오헬스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계 대표 4인인 포벤져스(four avengers)를 만나 산업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명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에는 바이오헬스 대표로 △와이바이오로직스 박영우 대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이정규 대표, 디지털헬스케어 대표로 △웰트 강성지 대표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최윤섭 대표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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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바이오헬스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명하는 좌담회를 진행했다. (좌부터)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이정규 대표, 와이바이오로직스 박영우 대표, 웰트 강성지 대표,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최윤섭 대표. ⓒ메디칼업저버
▲메디칼업저버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바이오헬스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명하는 좌담회를 진행했다. (좌부터)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이정규 대표, 와이바이오로직스 박영우 대표, 웰트 강성지 대표,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최윤섭 대표. ⓒ메디칼업저버

내공을 착실히 쌓아온 바이오헬스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계는 더 비상(飛上)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새 정부는 국정과제에 '바이오헬스·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을 올리며 산업 활성화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산업계는 아직 목이 마르다. 바이오헬스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계가 퀀텀점프를 하기 위해선 어떤 지원과 도전이 필요한지 대표 4인의 생각을 들었다. 

■ 바이오헬스·디지털헬스케어 산업계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은?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이정규 대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이정규 대표.

이정규 대표(이하 이 대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지 못한 것이 식약처 역량 강화다. 심판자 역할을 하는 식약처 역량을 강화해야 실제 경기를 뛰는 선수인 기업들이 잘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선수 역량 강화만 강조한다. 선수들은 축구장보다 작은 풋살경기장에서 뛰도록 하면서 왜 우리나라에서는 호나우두 같은 세계적 선수가 나오지 않느냐고 하는 것이다. 

경기장이 작은 이유는 자금과 인력 부족 때문이다. 과거에는 선수 역량이 높지 않아 경기장이 작아도 문제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선수들이 성장했다. 선수들이 요구하는 것은 비용을 지불할테니 경기장을 키워달라는 것이다. 

바이오헬스 산업에서는 심사수수료(user fee), 즉 신약허가 심사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제네릭 의약품만 심사했기에 심사료가 1000만원이라도 큰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바이오벤처도 억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하지만 식약처 상황이 좋지 않다. 인력이 부족해 매일 밤을 새워야 하니, 새로운 제품을 심사해달라고 하면 이를 공부하고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 때문에 국내 바이오헬스 기업들은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미국으로 가는 것이다. 미국은 신약허가 심사료가 약 35억원, 일본은 약 2억원이다. 

이와 비교해 우리나라는 600~700만원 수준이다. 낮은 신약허가 심사료에 따라 가장 이익을 보는 곳은 신약 심사 신청을 많이 하는 다국적제약사 또는 이들과의 판권계약을 통해 영업으로 약을 판매하려는 국내 제약사다. 

미국은 신약허가 심사료를 올려 이를 기반으로 전문적인 심사위원을 많이 채용한다. 국내 바이오벤처들은 식약처가 심판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심사료를 올리더라도 역량 있는 인력을 많이 뽑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바이오벤처에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최윤섭 대표.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최윤섭 대표.

최윤섭 대표(이하 최 대표): 디지털헬스케어는 선행규제가 잘 이뤄져 산업계가 좋게 평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디지털치료제, 3D 프린팅, 가상현실(VR) 등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은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발표하기 전 국내에서 먼저 나온 것이 많다.

과거에는 첨단의료기기과가 있었고 지금은 디지털헬스 제품 심사를 전담하는 디지털헬스규제지원과가 신설됐다.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에 국한해서는 식약처가 많이 변화하고 싶어 한다. 

식약처의 양적·질적 강화가 필요하다면, 양적 측면에서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하고 질적 측면에서 디지털헬스케어를 전공한 전문가를 채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협력이 필요하다. 

이 대표: 입법부 노력도 필요하다. 과거에는 미국도 자원이 부족해 신약 심사가 2년가량 소요됐다. 그래서 기업들이 비용을 지불할테니 조속히 심사하도록 국회에 요청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행정부뿐 아니라 입법부도 신경 써야 한다.

최 대표: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새로운 규제방식도 마련해야 한다. 최근 강조하는 것이 규제과학이다. 임상시험과 똑같이 기존 규제방식을 대조군으로, 새로운 규제방식을 실험군으로 두고 비교해 새로운 방식이 잘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FDA는 이렇게 진행하고 있다. 규제과학을 위해 필요한 것이 시간과 인력, 그리고 재원이다. 정부 차원에서 심판자와 경기장을 선진화하기 위한 지원이 더 이뤄져야 한다. 

강성지 대표(이하 강 대표): 규제 국격을 높인다는 개념도 필요하다. 지금은 식약처 규제를 통과하더라도 다른 나라에 진입하려면 다시 규제받아야 한다. 이와 달리 싱가포르에서는 규제를 통과하면 동남아시아에서 모두 허가받는다. 각 국가의 식약처 역량이 부족해 명목상 외주를 주는 느낌이다. 우리나라가 규제 국격을 높여 국내에서 허가받으면 최소한 아시아·태평양에서는 규제를 통과하는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산업계 바람이다. 

■ 퀀텀점프를 하기 위해 기업은 어떤 도전을 해야 할까?

▲와이바이오로직스 박영우 대표.
▲와이바이오로직스 박영우 대표.

박영우 대표(이하 박 대표): 바이오신약이 선진시장에서 허가받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신약 개발 기업은 식약처가 무엇을 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국내 시장 진출은 오히려 기업에게 손해이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을 위해 투자한 비용은 상당한데 국내 시장 규모는 작고 허가도 오래 걸린다. 식약처는 세계 최초라고 하면 심사하지 않는다. 처음이라고 하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 그런데 수출은 허가해준다. 이 때문에 산업계 입장에서는 큰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호주에서 먼저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고, 이를 키워 기술이전해 미국에 진출하는 전략을 세운다.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헬스 기업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생존할 수 있다. 

이 대표: 기업 성장전략은 모든 산업이 같다. 지리적 확장 또는 제품 차별화다. 지리적 확장은 제네릭 의약품을 잘 만드는 것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신약은 특허로 보호돼 있어 지리적 확장을 할 수 없다. 결국 바이오헬스 기업의 성장전략은 제품 차별화다. 

제품 차별화를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 국내 신약은 기본적으로 글로벌화되지 않으면 제품 차별화가 안 된다. 또 국내에서만 제품 차별화를 하면 신약 개발에 투자한 비용에 대한 합리성을 입증하지 못한다.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이 성장하려면 제품 차별화를 통해 신약을 글로벌화하고 이를 위한 비전을 계속 가져가야 한다. 고달프고 힘든 과정이지만 안 할 수 없다. 

▲웰트 강성지 대표.
▲웰트 강성지 대표.

강 대표: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에 대기업이 들어와야 한다. 그동안 스타트업들이 힘들게 머리를 맞댔던 업무에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의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알맹이에 눈덩이를 붙여줄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에 큰 자본이 확신을 갖고 들어올 수 있도록 판을 만드는 것이 산업계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 대표: 결이 비슷하다. 이제는 디지털헬스케어 기업들이 돈을 벌어야 하는 시기다. 코로나19로 디지털헬스케어가 주류 산업으로 올라왔는데 여기에는 명과 암이 있다. 

앞으로는 디지털헬스케어의 미래성만 이야기하긴 어렵다. 사업적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사업적 성과는 여러 지표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가장 기본인 건 디지털헬스케어로 돈을 벌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스타트업이나 스타트업에 투자한 회사 혹은 대기업 등이 사업 진출로 궁극적 수익을 낼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이 대표: 다른 각도로 이야기하면, 한 나라의 자본이 움직이는 방향을 보고 해당 국가 사람들이 추구하는 바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안정적 자본은 재벌들이 갖고 있다. 안정적 자본은 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모험을 잘 할 수 있는 물적 토대이면서도 안정성에 익숙해져 보수적으로 갈 수 있는 자본이기도 하다.

전체 산업을 보면 안정적 자본이 위험에 모험을 걸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안정적 비즈니스, 즉 보수적 투자만 하고 있다. 그러면서 혁신적인 산업에서는 왜 돈을 벌지 못하냐고 한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혁신적인 일을 하는 분야로, 쥐어짜서 빨리 수익을 낼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자본이 고부가가 아닌 저부가 가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제는 거꾸로 가야 한다. 안정적 자본이 혁신적인 산업에 더 투입돼야 한다. 이런 생태계는 우리가 바꿀 수 없다. 기업도 빨리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정책적 측면에서 안정적 자본이 위험 부담이 큰 곳으로 투자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최 대표: 본질적 질문은 돈을 벌 수 있느냐 보단 가치가 무엇인지다. 가치를 만들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근본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나와야 한다. 기술이 좋아 보여도 실제 의학적·산업적 가치를 만들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돈을 벌어야 한다고 표현했지만, 본질적으로 사업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산업계가 증명해야 한다.

■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바이오헬스·디지털헬스케어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면?

박 대표: 신약 개발이 가능한 바이오헬스 기업이 국내에서 나와야 한다.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 이집트는 신약을 개발할 능력이 없어 바이오의약품 가격이 비싸다. 

신약 개발이 가능한 기업이 국내에서 나와야 다국적제약사가 우리나라의 약값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예로 면역항암제를 투약하려면 연간 약 1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여기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재정에 문제가 생겨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다.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는 폐암에 1차 치료제로 사용해야 효과적이지만 그만큼 투약하는 환자가 늘어, 우리나라에서는 건보 재정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면역항암제와 같이 생명을 담보로 한 치료제들이 우리나라에 비싼 가격으로 들어오고 있다. 국민 건강을 위해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은 국산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최 대표: 디지털헬스케어를 통해 국민 건강 증진에 본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헬스케어가 바라는 미래는 용어에서 '디지털'을 떼는 것이고, 지향하는 것은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을 잘 하는 것이다. 의료도 마찬가지다. 더 안전한 기술을 빠르고 저렴하게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이 발전해야 한다.

이 대표: 바이오헬스는 생명 그리고 건강과 직결되므로 우리나라가 국수주의적 태도를 보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험했듯 정상적 상황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지라도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외부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정치 메커니즘이다.

이를 대비해 최소한의 '협상칩'을 갖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생명과 관련된 필수 불가결한 치료제들이 있다면 강력한 협상칩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오면 안 되겠지만 항상 최악을 대비해야 한다.

강 대표: 직원들에게 우리가 만들 서비스라고 이야기한 이미지가 하나 있다. 스마트워치에서 30분 뒤 심근경색이 발생해 쓰러질 예정이니 응급실에 가야 한다고 알려주는 이미지다. 이는 신약으로서 디지털헬스케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심근경색을 예측하고 응급실에 걸어가는 것은 기존과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헬스케어다. 어떤 의사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기술로 해내는 시점은 이러한 서비스가 실현되는 시기라고 본다.

또 디지털헬스케어를 통해 환자별 맞춤 치료제를 찾는 등 지금까지 어떤 약도 할 수 없던 것들을 앞으로 디지털헬스케어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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