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학 연구 개발 발전에도 '신약 개발' 실패의 연속
적은 비용으로 신속한 개발 가능한 신약 재창출...세계적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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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수많은 후보물질 속에서 최종 적응증을 갖고 시장에 신약으로 데뷔하기까지는 모래 속에서 진주를 찾는 것처럼 쉽지 않다. 

세계제약협회연맹(IFPMA)에 따르면 신약 후보물질 5000~1만개 중 전임상에 진입한 물질은 250여 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최종적으로 적응증을 획득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약물은 1개가 고작이다. 

이 같은 후보물질 고갈과 개발 비용 증가는 연구개발(R&D)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글로벌 제약업계가 이미 오래 전부터 ‘신약 재창출’에 주목한 이유다. 

신약 재창출은 이미 적응증을 획득해 시판됐거나, 임상연구에서 효능 부족 등을 이유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약물을 재평가해 새로운 적응증을 찾아 신약으로 개발하는 방법이다. 

이는 기존 신약개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신약을 출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본지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지난해 임상연구에서 실패한 약물들 중 새로운 적응증을 탐색하거나 같은 적응증에 재도전하는, ‘신약 재창출 가능성’을 보인 약물들을 조명했다.

① ‘한번 좌절은 실패가 아니다’ 새로운 도전 시작한 약물들
② 신약 재창출 가능성 보인 후보는 누구?

최근 생물학, 약학, 독성학, 의학 등 신약개발 관련 학문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약물의 작용기전, 독성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이 같은 학문의 발전은 신약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의학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보다 높은 수준의 약물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요구되면서 기대와 달리 신약 연구개발 비용 증가는 여전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제약업계는 연구개발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신약 재창출에 주목하고 있다.

신약 재창출 가능성 있는 후보물질들은 적응증을 스크리닝하거나, 효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전임상을 비롯해 여러 임상연구 단계를 거쳤기 때문이다.

또 약물독성검사에서 안전성이 검증됐고, 임상연구 승인에 필요한 독성자료도 갖고 있어 새로운 적응증에서 가능성을 보였다면 용법 · 용량을 확인하는 임상2상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실제 신약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물질은 표적 단백질이 특정 질환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여러 질환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임상연구에서 효능 입증에 실패했더라도 잠재적 파이프라인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 화이자의 실데나필과 미녹시딜은 신약 재창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협심증 치료제와 항고혈압제로 개발 중이던 두 약물은 각각 발기부전과 탈모 치료제로 적응증을 전환해 시장을 개척했다.

릴리는 항우울제, 항바이러스제,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한 둘록세틴, 젬시타빈, 랄록시펜 등을 각각 요실금 치료제, 항암제, 골다공증 치료제로 새롭게 허가를 받았다.

GSK가 항우울제로 개발한 부프로피온을 금연 보조제로 새롭게 개발한 것도 신약 재창출 사례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앞선 사례는 신약개발 임상시험 과정에서 새롭게 적응증을 발견한 경우”라며 “신약 재창출은 새로운 적응증을 발굴한다는 점에서 시장을 확대하는 유용한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나기 전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지난해에도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임상연구 단계에서 실패를 경험한 신약 후보물질이 존재했다. 신약 후보물질 약 90%가 임상시험 단계에서 실패했는데 대부분이 효능 부족이 이유였다.

작년에도 코로나19(COVID-19) 백신 및 치료제를 비롯해 HIV, 암, 신경퇴행성질환 등을 치료하기 위한 저분자, 항체, 유전자 치료제 등이 신약 타이틀을 두고 도전했다. 

그러나 안전성 및 내약성에서는 긍정적 결과를 보였지만, 위약 또는 기존 치료제 대비 효능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도전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들 글로벌 제약사는 대부분 개발하던 약물의 작용점을 알고 있는 만큼 여러 전략으로 신약 재창출에 접근한다.

질병과의 연관성을 규명함으로써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을 찾고, 이를 통해 새로운 용도를 개발하는 전략이다.

작년 임상연구에서 실패한 GSK-머크 이중기능성융합단백질제제 빈트라푸스프알파, 길리어드 염-유도성키나제2/3(SIK2/3) 억제제 GLPG3970, 노바티스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치료제 리겔리주맙, 로슈 헌팅턴병 치료제 토미너센 등이 여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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