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핵심 산업으로 주목받는 분야가 바이오헬스와 디지털헬스케어다. 미국은 바이오헬스를 과거 실리콘밸리 영광을 재현할 차세대 기술로 분류하고 있다. 이와 함께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최소화하며 기술 발전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바이오헬스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은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다. 유전공학 발전 시기로 평가되는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바이오벤처 붐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쳐 수백개의 바이오벤처가 등장했다. 

그동안 바이오헬스 산업계는 신약 개발을 목표로 도전을 이어갔지만 임상시험 실패, 개발 중단 등에 따라 상업적 성공이 쉽지 않음을 몸소 체감했다. 그럼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실패를 거름 삼아 내공을 쌓았고 하나둘 성과를 내며 'K-바이오' 역사를 만들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는 U-헬스케어, 스마트헬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다 최근 용어가 정립된 미래산업을 이끌 기대주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디지털 핵심기술을 의료와 융합해 인류가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은 디지털헬스케어 생태계를 활성화하고자 규제를 완화하고 있고 유럽도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디지털헬스케어를 미래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인식하고 있다.

본지는 바이오헬스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계 대표 4인인 포벤져스(four avengers)를 만나 산업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명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에는 바이오헬스 대표로 △와이바이오로직스 박영우 대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이정규 대표, 디지털헬스케어 대표로 △웰트 강성지 대표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최윤섭 대표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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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와 디지털헬스케어는 미래 유망산업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긍정적 평가와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걸어온 길은 마냥 꽃길이 아니었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국산 바이오신약을 개발하겠다는 목표에 차가운 평가를 받은 적이 있었다.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은 새로운 산업을 정립하고자 무에서 유를 창출해야 하는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 국내 바이오헬스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은 어느 단계에 도달했다고 평가하나? 

박영우 대표(이하 박 대표): 10여 년 전 신약을 개발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무슨 신약이냐' 하며 말도 안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바이오헬스 관련 기업 투자가 늘고 수백 개의 바이오벤처가 창업했다. 기술이전 등 과거에 꿈꾸지 못했던 일을 하고 있다. 고민하는 만큼 이뤄지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바이오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단계에 올라왔다고 본다. 

이정규 대표(이하 이 대표):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은 정말 많이 성장했다. 내가 근무하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상장 전 600억원을 펀딩받았다.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할 금액이다. 게다가 과거 바이오벤처 기업 규모는 20~30명이어도 많은 축에 속했지만 지금은 비상장 기업도 70~80명 규모인 곳이 많다. 규모가 커졌다는 점에서 엄청난 발전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글로벌 바이오신약을 개발하고 경쟁하기 위한 자금과 인력이 부족하다. 

한 예로 실험 하나만 잘 하는게 아닌, 복잡한 신약 개발 과정을 이해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경험한 인력이 적다.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을 위해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는 점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동시에 갈 길이 멀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최윤섭 대표(이하 최 대표): 미국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의 원년을 2014년으로 본다. 그렇다 보니 10여 년 전 국내에서는 당연히 '디지털헬스케어'라는 용어가 없었고 분야도 정립되지 않았다. 모바일헬스 또는 스마트헬스 등 용어를 사용했으나, 하나의 산업으로 보기엔 미비한 점이 많았다.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은 상전벽해가 됐다. 

국내에서 '디지털헬스케어' 용어는 2016~2017년에 사용했다. 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늦은 것 같지만 글로벌 수준에서는 결코 늦은 편은 아니다. 또 AI는 과거에 논란이 있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학회나 병원, 연구자들 사이에서 일반적인 기술이 됐다. 

뷰노의 AI 의료기기인 골연령 진단 소프트웨어는 불과 2018년에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고, 지금까지 식약처 인허가를 받은 AI 기반 의료기기는 110개가 넘는다.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에서 상장 기업 또는 유니콘 기업은 없지만, 유니콘에 가까운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이 늘면서 질적 성장이 뒤따르고 있다. 

10여 년 전과 달리 디지털헬스케어는 이제 주요 산업이자 대표적 유망 분야로서 위상을 갖게 됐다. 

강성지 대표(이하 강 대표): 디지털헬스케어는 전기차를 만드는 것과 같다. 예전에는 엔진을 개발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터보엔진에 이어 하이브리드 엔진을 개발했다. 

BMW가 올드해보이고 테슬라가 혁신적으로 보이는 착시현상이 나타날 줄은 과거에 생각도 못 했다. 전기차가 혁신을 만들어냈듯 디지털헬스케어 산업도 혁신을 위해 새로운 영역에 대한 준비와 함께 충분한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에서도 테슬라와 같은 기업이 나올 것이다.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이 성공하기 위해 벤치마킹할 수 있는 것은 게임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이 빠른 국내 환경을 기반으로 한국인들은 여러 게임대회 우승을 거머쥐고 있다. 

우리나라의 좋은 인프라에서 게임대회 우승자가 나오듯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기업도 앞으로 무언가 해낼 수 있다고 본다. 

■ 산업계가 거둔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무엇인가?

강 대표: 소프트웨어와 디지털헬스케어를 동의어로 보고 이를 규제하기 위한 합리적 틀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신약은 유효성·안전성 등 모든 것을 검증하고 시장에 출시된다. 

이와 달리 디지털헬스케어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제품들을 다룬다. 이에 제조자에 대한 허들을 높이고 제품 자체는 기준만 통과하도록 하고, 시판 후 조사(PMS)를 강화해 문제가 생기면 빠르게 보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은 기술을 개발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을 이용해 건강 관리 효과가 높아진다는 것을 증명하면 수가를 더 주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수가를 깎는 등 연동이 필요하다.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이 이 같은 고민을 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온 시기가 올해라고 본다. 

최 대표: 민관에서 디지털헬스케어의 중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의미 있는 성과다. 산업계는 교육, 물류, 금융 등과 같이 헬스케어도 디지털화될 수밖에 없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했다. 

많은 사람이 디지털헬스케어 용어 정립을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하면서 최근 식약처에 디지털 의료기술을 전담하는 '디지털헬스규제지원과'가 신설됐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정책 방향이 정립됐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이제는 디지털헬스케어에 맞는 수가를 만들어야 한다. 실제 이에 대한 내용이 고려되고 있어 변화를 느끼고 있다.

박 대표: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먼저 바이오시밀러 개발이다. 1980년대 우리나라에 유전공학 붐이 일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유전공학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유전공학으로 할 수 있는 아이템이 손에 꼽혔고, 특허가 걸려 있어 후발주자로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글로벌 진출이 어려워지자 국내용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 바이오시밀러다. 

셀트리온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세계적 규모의 생산시설을 형성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술이 발전했고 최근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으로 빛을 봤다. 

두 번째는 2015년 한미약품의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 체결이다. 2000년대 초반 모든 제약사는 제네릭 의약품만 만들었다. 그런데 한미약품은 제네릭 의약품으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신약 개발에 투자했고 글로벌 회사에 기술이전을 했다. 이를 기점으로 국내 여러 회사가 글로벌 회사에 기술이전하면서 산업계 수준이 높아졌다. 성장에 따라 전문 인력이 양성되고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이 세계적으로 커졌고 기술이전을 하는 회사도 더 늘었다. 

이 대표: 바이오헬스 산업 생태계가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형성됐다는 게 의미 있는 성과다. 우리나라 신약 개발 역사의 시작은 1987년 물질특허 제도 도입부터라고 본다. 그전에 우리나라는 특허 세계에서 보면 불량국가였다. 공정만 인정해주고 물질특허는 인정해주지 않았다.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가입하면서 수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물질특허를 인정하게 돼 1987년부터 신약 연구를 제대로 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임상시험에 필요한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대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면, 지금은 바이오벤처가 더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학교, 정부출연 연구기관, 식약처, 자본시장 등 기존에 없었던 것들의 기둥이 하나씩 세워지면서 바이오헬스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형성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