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앱·게임·가상현실 활용해 치료 돕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단독 또는 전통적 치료제와 병용…중추신경계 질환·만성질환·신경정신질환 분야 개발 활발

최근 의료계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변화의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건강관리, 질병 진단, 치료 등을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의 한 분야인  '디지털치료제'는 의료계가 주목하는 이슈 중 하나다. 소프트웨어 또는 디지털기기를 활용해 질환을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가 모이면서 디지털치료제가 또 하나의 치료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알약이나 캡슐 등 저분자 화합물인 1세대 치료제, 항체 또는 단백질 등 생물학적 제제인 2세대 치료제에 이어 3세대 치료제인 디지털치료제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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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치료제란?

디지털치료제는 말 그대로 소프트웨어나 디지털기기를 질환 관리 또는 치료에 이용하는 것이다. 진료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전통적인 약물이 아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나 웹, 게임, 가상현실(VR), 인공지능 등을 질환 치료에 활용한다는 의미다. 

2018년 디지털치료제연합(DTx Alliance)이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디지털치료제는 의학적 이상이나 질병을 예방 또는 치료하기 위해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독립적으로 사용하거나 환자 관리 및 건강 예후를 높이고자 다른 치료제 또는 기기 등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치료제는 전통적인 약물과 달리 실시간, 연속적으로 24시간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디지털치료제로 불리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통한 유효성 및 안전성 검증'이 필수다.   

1차 용도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

디지털치료제연합은 디지털치료제를 1차 용도에 따라 △건강관리 △질병관리 및 예방 △복약 순응도 개선 △질병 치료 등 네 가지로 분류한다. 이 중 질병관리 및 예방 단계부터는 미국식품의약국(FDA),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기관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전통적인 약물에 비유하면 △질병관리 및 예방 △복약 순응도 개선 등 목적의 디지털치료제는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일반의약품이나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에 속한다. 질병 치료 목적은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질병과 관련해 의학적 효능을 주장하지 않는 건강관리 목적의 디지털치료제는 규제기관의 재량에 따라 검증하며, 건강기능식품처럼 의사 처방 없이 환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이에 일부 전문가는 건강관리 목적이라면 디지털치료제 범주에 포함시키기에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최초의 디지털치료제는 약물중독 치료 앱 '리셋'

세계 최초의 디지털치료제는 미국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의 약물중독 치료 앱인 '리셋(reSET)'이다. 알코올, 코카인, 대마 등 약물중독 환자에게 인지행동치료(CBT)를 제공하는 앱으로 2017년 9월 FDA 승인을 받았다. 

이에 앞서 2010년 웰닥(Welldoc)의 당뇨관리 플랫폼인 '블루스타(bluestar)'가 FDA로부터 의사 처방용으로 허가받아 블루스타를 최초로 꼽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허가사항에 '치료목적'이 포함된 것은 리셋이 처음이기에 리셋을 최초의 디지털치료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페어 테라퓨틱스는 리셋의 인허가를 마친 후 노바티스 자회사인 산도스와 협력해 2018년 11월 리셋을 시장에 출시했다. 이어 2018년 12월 마약성 진통제 중독에 대한 디지털치료제인 '리셋-오(Reset-O)'가, 지난 3월 불면증 디지털치료제인 '솜리스트(Somlyst)'가 FDA 허가를 받았다. 

페어 테라퓨틱스뿐만 아니라 여러 국내외 회사가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개발 분야는 신약 개발이 어려운 중추신경계 질환, 생활습관 개선으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만성질환, 인지행동치료의 효과가 큰 신경정신질환 등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미국 '아킬리 인터렉티브(Akili Interactive)'는 신경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게임 형태의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한다. 

지난 6월에는 아킬리 인터렉티브가 개발한, 8~12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환자의 주의력을 개선하는 컴퓨터 게임 '엔데버Rx(EndeavorRx)'가 FDA 승인을 받았다. FDA 허가를 받은 최초의 게임 기반 치료제다. 이와 함께 자폐스펙트럼장애 치료제 'AKL-T02', 우울장애 및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AKL-T03', 주요 우울장애 치료제 'AKL-T04' 등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오마다 헬스(Omada health)'의 '당뇨 예방 프로그램', 프랑스 '발런티스(Voluntis)'에서 개발한 인슐린 용량 조절을 돕는 '인슐리아(Insulia)'와 '다이아비오(Diabeo)', 스웨덴 '오렉소(Orexo)'의 알코올 중독 치료제 '볼비다(Vorvida)' 등 앱과 게임을 활용한 디지털치료제가 미국 또는 유럽 등에서 시판되고 있다.

국내 기업도 디지털치료제 개발 박차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라이프시맨틱스'가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재 호흡기질환 환자를 위한 호흡재활 프로그램 '숨튼', 암 환자의 예후 관리 프로그램 '레드필케어' 등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 디지털치료제 개발 회사인 '라이프시맨틱스'는 호흡기질환 환자를 위한 호흡재활 프로그램 '숨튼'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 디지털치료제 개발 회사인 '라이프시맨틱스'는 호흡기질환 환자를 위한 호흡재활 프로그램 '숨튼'을 개발하고 있다.

레드필케어는 기존 임상시험용 프로그램이었던 '에필케어'를 세분화해 런칭한 디지털치료제로, 긍정적인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향후 인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에필케어의 또 다른 프로그램인 '오하(오늘 하루는 어땠나요?)'는 웰니스(wellness) 제품으로, 암환자가 기본적인 정보를 입력하면 앞으로 어떤 치료를 진행할지 알려준다. 치료 상태에 따라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해 환자가 예후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함께 경도인지장애 또는 치매 환자의 증상 개선을 위한 디지털치료제의 임상시험도 준비 중이다. 현재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의 심의가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VR 기반의 뇌손상 시야장애 치료제인 뉴냅스의 '뉴냅 비전' △웰트의 근감소증 치료제 등도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왜 디지털치료제인가?

그렇다면 전통적인 약물에 이어 디지털치료제가 개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의료진 입장에서는 디지털치료제로 병원 밖 환자 데이터를 얻어 환자를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성모병원 김헌성 교수(내분비내과, 빅데이터 임상활용연구회 회장)는 "디지털치료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예로 당뇨병 환자가 디지털치료제를 이용해 일상생활에서 측정한 혈당 데이터가 환자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조만간 디지털치료제는 의료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약 개발이 어려운 신경정신질환 분야에서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행동교정이나 일상생활에서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방법으로 디지털치료제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치료제로 인지행동치료 효과를 얻으면서 환자관리에 필요한 인력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의도성모병원 나해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신경정신질환 분야에서 디지털치료제가 개발되는 이유는 결국 인력 문제"라며 "신경정신질환의 치료 개념은 약물과 함께 심리상담을 진행하는 것이다. 환자의 행동 교정을 위해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디지털치료제가 인력을 대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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