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실시한 직장경 검사, 내원하지 않은 날로 동시 청구
포괄수가제 '위헌'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불인정 "입법 목적 정당"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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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포괄수가제 청구 대상인 질병군 검사를 포괄수가제 및 행위별수가로 동시 청구한 의원이 1억 이상의 환수처분을 받게 됐다.

해당 의사는 포괄수가제가 의사의 진료자유를 저해하고 위법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업무정지와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의사 A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총 36개월을 대상으로 이 사건 의원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억 2300만원의 급여비를 부당청구했다고 보고 76일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해당 의원에서 실시한 의료행위는 포괄수가제 포함 질환군인 항문수술이다.

치핵근치술을 하면서 같은 날 직장경 검사 등을 하고 포괄수가제로 청구했음에도, 내원하지 않은 날에 검사를 실시한 것처럼 행위별수가로 청구한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A는 치핵근치술 실시 당시 시행한 직장경 검사 청구가 불가능한 근거를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포괄수가제에 대해 "의사의 직업 수행의 자유, 재산권, 평등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므로 포괄수가제에 근거한 업무정지처분은 위법하다"고도 주장했다.

질병군 포괄수가제는 '입퇴원 당일에 발생한 행위·약제 및 치료제로서 외래진료 및 퇴원약제 등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는 "1일은 정오 12시부터 다음날 정오까지다. 오전에 검사를 진행하고 정오 이후에 입원해 항문수술을 진행한 경우 오전에 진행한 검사는 입원 당일에 시행한 검사가 아니다"며 "항문수술에 대한 포괄수가제와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항문수술 하루 전 결장경검사 청구 많아 '부당청구 개연성' 주시

재판부에 따르면 이 사건 의원은 항문수술 1일 전 대장내시경 검사의 한 종류인 결장경검사 등 청구건수가 높아 부당청구의 개연성이 있었다.

이에 요양기관 현지조사 지침에 따라 조사대상기관으로 선정됐다.

재판부는 사건 의원에서 행한 치핵근치술이 포괄수가제 적용대상이 되는 외과 수술 중 '주요 항문 수술'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히 "원고가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한 수술 전 검사료는 하나의 포괄적인 행위에서 제외되는 항목이 아니므로 따로 산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오전에 검사를 진행하고 오후에 입원해 항문수술을 실시한 경우 오전에 실시한 검사료 역시 포괄수가제에 포함된다"고 분석했다.

재판부는 포괄수가제가 의사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위헌이 아니라고 봤다.

포괄수가제는 과소진료에 따른 의료의 질 저하 등 단점도 있지만,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증가로 인한 보험재정 낭비를 막고 과잉진료 및 의료서비스 남용을 억제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재판부는 "의사가 신약 또는 다양한 진료행위를 못하더라도 이러한 불이익이 공익에 비해 더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포괄수가제는 총액만을 제한할뿐 의사는 대체조제가 가능한 의약품으로 처방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료행위가 제한되는 정도가 크지 않다"며 "질병군 급여기준은 임상진료지침 등 의학적 검증에 따라 정해진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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