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 16일 기초의학 교육 및 의사과학자 양성 토론
의대 교육과정 개편, 의학과 석박사 통합 과정 등 제안

16일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김인겸 교수가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육과정은 의사과학자 양성에 적합한가?'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16일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김인겸 교수가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육과정은 의사과학자 양성에 적합한가?'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의과대학에서 이뤄지는 기초의학 수업, 실습 시간이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며, 오히려 줄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변화하는 기초의학 구조에 따라 교육 과정을 감독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인증 제도를 마련할 필요성도 제시됐다.

대한의학회는 16일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기초의학 교육의 발전과 의사과학자 양성'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대한기초의학협의회 김인겸 부회장(경북의대 교수)는 2012년 이후 기초의학 과목 교육시간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기초의학 수업이 줄어들수록 의대생이 의사과학자를 지망하는 동기 유발 기회가 줄어든다"며 "기초의학교실 평균 실험 실습비가 2014년 1억 6000만원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경북의대 교육과정을 예시로 들며 국가고시 임상술기시험이 있는 4학년 2학기를 개편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김 부회장은 "4학년 교육과정을 보면 1학기는 충실히 진행되지만, 2학기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 임상술기시험을 이전에 진행하고, 4학년 2학기를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사과학자를 위한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한다. 기초의학 교육을 최소한 몇시간 해야한다는 구체적인 평가기준을 강화하자"고 촉구했다.

의학과 학·석·박사 통합(연계)과정도 의사과학자 양성 방안 중 하나로 제안했다. 고등교육법 학위과정 통합 근거에 따라 의과대학 6년, 석박사 3~4년으로 구성하는 '한국형 MD/PhD'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이들을 전면 장학생으로 지원하고, 학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원외 입학을 고려해야 한다. 의과학, 공학 등 석사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며 "졸업 후 일정기간 교육, 연구기관에서 의무 근무하도록 하는 옵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텍, 카이스트 의생명과학과와 복수학위를 운용해 전국 40개 의대 중 기초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곳을 연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초의학 비의과대학 교수 늘어나...대부분 연구 중점"

고려의대 기선호 교수(미생물학교실)는 기초의학 분야에서 비의과대학 출신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 교수는 "6개 메이저 기초학과를 보면 의사 교수는 변화가 없는 반면, 총 기초의학 교수는 30~40%가 늘었다. 대부분 비의과대학 교수가 늘었다"며 "보통 연구에 중점을 두고 의대 학생 교육은 제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의대 기선호 교수

이어 "기초의학 구조가 변화 중이다. 교육 가이드라인을 적절히 만들어 교육하고 감시해야 한다"며 "인증제도, 국가시험 방안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의대 수업시간 감소와 함께 실습시간도 대폭 줄었다고 분석했다.

기 교수는 "실습시간이 한번 줄면 강의 3~4시간을 세이브할 수 있다. 기간제 노동자법으로 조교를 2년 이상 채용할 수 없어 전문적 실습 준비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의대 교육에서 실습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 기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실습은 의대생들이 교수와 만나 과학적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이며, 전공 교수의 자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통합형 석·박사 과정 등은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기 교수는 "특정 학생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는 실습문제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계속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선 연봉이 아닌 발전 가능성, 삶의 질이 담보돼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연세의대 김철훈 교수(약리학교실)는 "어떤 조처가 없어도 의사과학자를 하려는 소수의 사람들은 남을 것"이라며 "문제는 시대가 바뀌며 연구하는 사람들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효성 있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의학을 하는 의사들은 볼륨 자체가 작고, 외부에서 경쟁하기 불리하다"며 "연구를 진로로 결정할 때는 '탑티어'에 속할 수 있는지, 이에 따라 보람이 있겠다고 느껴지면 가장 큰 동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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