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QbD 적극 도입...'화이자, 공정 개선 통해 회수 비용 절감'
식약처, QbD 컨설팅 지원…대웅·한국파마 ‘생산성 향상’ 이뤄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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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신약의 글로벌화를 위한 품질고도화(QbD, Quality by Design)에 대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전망이다.

의약품은 효능도 중요하지만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품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 등 해외 규제 기관은 의약품 품질관리 규제를 강화하며, 품질관리 자료 제출에 대한 기준을 강화했다. 특히 신약 평가에서는 효능뿐만 아니라 제조공정에서도 엄격한 잣대를 세우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QbD 적극 도입…‘품질 차별화’

QbD는 고도화된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방식으로, 기존 경험에 의존한 의약품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제약 공정과 의약품 품질 시험을 일원화해 생산 효율을 높인다.

기존 의약품 품질관리 방식인 QbT(Quality by Testing)는 제조공정과 품질관리가 분리돼 있지만, QbD는 둘을 하나로 일원화한 시스템이다.

신약 개발 후 품질을 관리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공정 작업을 일원화하면, 회수 비용 절감과 고품질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최근 FDA·유럽식품의약국(EMA) 등 신약허가신청(NDA) 진행 시 규제가 늘고 QbD에 대한 검토가 확대됨에 따라 신약의 글로벌화를 위한 제약사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화이자, 노바티스, GSK 등 다국적 제약회사는 이미 의약품 생산에 QbD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기존 QbT 시스템과 병행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약품 설계 기반 QbD 설명회’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이자가 QbD 도입으로 제조공정을 개선해 공정 일탈률을 줄였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화이자는 QbD를 적용해 제조공정 개선을 추구한 결과 제조공정 운영 지수가 6시그마까지 도달했다. 6시그마는 제품 100만개당 3.4개 이하의 결함이 나온다는 의미다.

또 제조 단위 중 일탈률을 최대 0.7%까지 낮춰 불량품 감소로 인한 회수 비용을 절감했다.

식약처는 “다국적 제약화사들은 이미 높은 수준의 QbD를 실시해 공정을 개선하는 등 효과를 보고있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국제적 수준의 의약품 품질관리가 가능하도록 QbD 시스템 도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QbD 도입 어디까지 왔나

식약처 컨설팅 받은 대웅·한국파마 ‘생산비용·시간 절감’

정부도 정책 차원에서 QbD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1년 원료, 완제의약품 품질관리 지원을 위해 200억원 규모의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 지원 사업 공모 진행했다.

식약처는 QbD 모델을 적용한 의약품 품질관리 규정 개정을 실시하는 등 장기적 관점에서 제약업계가 효능뿐만 아니라 높은 수준의 품질관리가 가능하도록 QbD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식약처는 의약품 설계기반 QbD 제도 도입 기반 구축 사업을 진행하며, 사업에 선정된 업체들에게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컨설팅 지원을 받은 대웅제약과 한국파마는 QbD를 통해 제조공정 개선과 비용 및 시간 절감을 이뤄냈다.

대웅제약은 신약 펙수클루를 QbD 시스템에 도입해 주사제의 동결건조공정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생산 비용은 35% 절감, 생산가능 용량은 1.5배 증가시켰다.

한국파마는 컨설팅을 통해 개발 중인 의약품 타정 속도를 2배 이상 향상시켜 생산시간 감소와 비용 절감 효과를 얻었다.

보통 제약업계 현장에서 생산성이 30% 개선될 경우 비용은 23%, 시간은 27%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21년에는 동국제약, 신신제약, 알테오젠, 일동제약, 종근당바이오 등이 식약처 사업에 선정돼 컨설팅 결과를 새로운 제품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

특히 동국제약은 특수제형 주사제에 QbD 기술을 적용, 제품 품질 목표 사항(QTPP)을 설정하고, 위험성 평가 도구를 활용해 핵심 품질 특성(CQA)을 선정하는 등 QbD를 통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2017년 식약처 모델링 사업 참여를 통해 바라크루드 제네릭 제품인 바라클 개발에 QbD를 적용했다. 동아에스티는 QbD 연구를 통해 생산속도를 2.5배 높였다.

동아에스티는 통상적으로 신약 개발에 도입하는 QbD를 제네릭에 도입한 이유를 제네릭 시장에서 차별점을 강조하기 위해 품질 향상을 도입했다고 전했다. 

QbD 도입을 위한 지원은 민간 단체에서도 적극 진행하고 있다.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은 의약품 설계기반 QbD 플랫폼 구축 지원 프로젝트를 실시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KIMCo는 기업의 실제 프로젝트 기반 수요 맞춤형 QbD 컨설팅을 진행해 현장에 필요한 표준운영절차(SOP)를 제공할 방침이다.

KIMCo는 “글로벌 신약 개발과 수출을 위해 QbD 적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기업 내 QbD 프로세스를 내재화하고,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신약의 글로벌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용 측면을 보면 모든 제약사가 당장 QbD를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기존 설비를 실시간 공정 분석을 위한 설비로 바꿔야 하는데, 초기 설비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전문 인력이 부족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한 국내사 관계자는 “QbD 도입이 중요하지만, 작은 규모의 제약사에서는 기존 생산공정을 급진적으로 바꾸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QbD 도입이 완벽히 이뤄지려면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 규모를 키우고 전문 인력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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