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랜드,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소아환자 대상 임상3상 결과 공개
위약군 대비 정맥 내 포도당 주입 속도 늦춰...FDA와 신약승인신청 논의
국내사 도전도 주목...한미약품·레졸루트 이목 집중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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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중증 저혈당 치료제로 승인을 획득한 다시글루카곤이 선천성 고인슐린혈증(CHI) 치료제로 진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소아 선천성 고인슐린혈증은 인슐린 생산 세포의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인슐린 수치가 증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저혈당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현재 이를 치료하기 위한 옵션은 제한적인 만큼, 환자들은 저혈당증을 적절하게 조절하기 위한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덴마크 질랜드파마는 소아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다시글루카곤의 효능을 알아본 임상3상 연구를 공개했다.

다시글루카곤은 자동주사기 및 사전충전형 주사기로,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를 위해 피하주사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이 연구는 소아 선천성 인슐린혈증이 있는 소아 환자의 저혈당증을 예방하기 위한 임상3상이다. 전체 췌장 절제술 또는 의학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주 3회 이상 저혈당증이 발생하는 3개월~12세 소아를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질랜드파마는 7일~12개월 소아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환자의 데이터를 우선 공개했다.

연구 결과, 다시글루카곤 치료군은 위약군보다 환자의 정맥 내 포도당 주입 속도를 늦추면서 1차 목표점을 충족했다.

다시글루카곤 치료군의 정맥 내 포도당 주입 속도는 4.3mg/kg/분으로, 위약군 9.4mg/kg/분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p=0.0037).

질랜드파마는 "다시글루카곤은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질랜드파마는 FDA와 협의를 통해 추가 신약승인신청을 논의키로 했다.

 

다시글루카곤, 부진 극복할까

이번 연구 결과는 30년 만의 다시글루카곤의 재도약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해 다시글루카곤은 FDA로부터 6세 이상 당뇨병 환자의 중증 저혈당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허가의 기반은 6~17세 1형 당뇨병 환자와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다시글루카곤의 세가지 무작위 이중맹검 대조군 임상3상이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증 저혈당증으로 인해 다시글루카곤으로 치료받은 군은 정상 혈당 회복까지 10분(중앙값)이 소요됐다. 반면, 위약군은 30~45분이 걸렸다.

성인 환자 99%는 다시글루카곤 투여 15분 이내에 정상 혈당으로 회복했다. 특히 세 연구 모두에서 투여 시점부터 추가 충재 없이 45분 이내에 혈당이 20mg/dL 이상 상승으로 설정한 1차 목표점을 달성했다.

그러나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실제 다시글루카곤의 지난해 매출은 50만달러에 불과했다.

질랜드파마는 "다시글루카곤의 수익은 출시 초기 설정한 목표치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질랜드파마는 다시글루카곤을 이용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 중 하나가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적응증이며, 또 다른 적응증은 이중 호르몬 인공췌장 펌프 시스템(bihormonal artificial pancreas pump system)이다.

이중 호르몬 인공췌장 펌프 시스템은 현재 임상2상이 진행 중이다.

 

국내사도 개발 도전...치열해지는 경쟁

다시글루카곤이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제로서의 변신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국내 제약업계의 도전에도 관심이 모인다.

한미약품은 LAPS Glucagon Analog(랩스글루카곤아날로그/HM15136)를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HM15136은 2018년 FDA와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선천성 고인슐린형증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HM15136은 주 1회 투여 목표로 개발 중인 지속형 글루카곤 유도체다. 체내 포도당 합성을 촉진하는 글루카곤의 짧은 반감기를 개선한 효능이 특징이다.

HM15136은 건강한 성인 56명을 대상으로 5가지 용량의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 등을 평가한 연구를 통해 단일 투여 피하주사 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HM15136는 최대 17일까지 공복혈당 수치를 현저히 증가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이 같은 지속적인 혈당 상승은 주 1회 투여를 넘어 격주로까지 투여 주기를 늘릴 수 있다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또 모든 투여 용량에서 우수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고, 심혈관 안전성 프로파일도 보였다.

한미약품은 저혈당 희귀환자에서도 HM15136의 잠재적 이점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2상을 추가로 진행 중이다.

한독과 제넥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미국 바이오벤처 레졸루트의 RZ358도 관심대상 중 하나다. 

RZ358은 최근 임상2b상 RIZE 연구를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에는 현재 가능한 방법으로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심한 저혈당이 지속되는 2~6세 16명의 환자가 포함됐다.

이들에게는 세가지 용량의 RZ358을 투여, 연속혈당측정기로 모니터링했다.

연구 결과, RZ358 투여군은 심한 저혈당까지 떨어진 시간이 최대 75%까지 감소했고, 저혈당증 경험 횟수도 개선됐다.

자세히 보면 저혈당 수치(70mg/dL 미만)까지 떨어진 시간은 전체 모니터링 시간의 23%였다. 저혈당증을 경험한 횟수는 베이스라인 대비 평균 15.5회에서 7.5회로 줄었다.

아울러 고용량 코호트 환자의 50% 이상에서 저혈당증이 개선됐고, 약물 부작용이나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고혈당증은 발생하지 않았다.

한독은 "RZ358이 모든 형태의 고인슐린혈증에 대한 광범위한 치료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을뿐더러 단일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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