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용만 교수

서울아산병원 김용만 교수(산부인과)는 린파자를 비롯한 PARP 저해제가 난소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서울아산병원 김용만 교수(산부인과)는 린파자를 비롯한 PARP 저해제가 난소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난소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고 진단 방법도 확립되지 않아 가장 치명적인 부인암으로 꼽힌다. 특히 조기 발견이 어려워 생존율이 낮은 게 특징이다.

게다가 다른 암종에 비해 치료 전략의 발전도 더뎠다. 보조요법 및 1차 치료옵션으로 탁산이나 백금 계열 항암제를 투여하는 항암화학요법이 20년 넘게 표준으로 사용돼왔다.

이 때문에 재발을 경험하는 대다수의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옵션이 필요했던 상황.

이런 가운데 린파자(성분명 올라파립)를 비롯한  PARP 저해제가 등장한 이후 1차 및 2차 이상 유지요법에 모두 사용 가능해지면서 지형도를 변화시켰다.

서울아산병원 김용만 교수(산부인과)는 PARP 저해제 사용 등 난소암의 빠른 치료를 위해 조기검진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난소암이 부인암 중 가장 치명적이라는 이유는 뭔가.

암 치료의 대원칙은 '조기발견, 조기치료'다. 난소암은 골반 깊숙이 있는 기관이라 조기 발견이 어렵다. 게다가 증상을 알려면 통증이나 출혈이 있어야 하는데, 혹이 과도하게 커져 다른 장기를 압박하지 않는 이상 증상 발견이 어렵다.

특히 현재까지 명확하게 규정된 난소암 진단 방법은 없다. 부인과 진찰, 골반 초음파, CA125 종양표지자 혈액검사 등의 방법이 있지만 조기 진단은 어려워 병기가 많이 진행된 이후인 말기에 발견돼 조기발견, 초기치료가 어려워 치명적이라 여겨진다.

- 재발을 막기 위한 치료 전략이 있다면.

난소암 재발 방지는 초기 치료 성과에 달렸다.

3, 4기 난소암의 치료 원칙은 수술을 통해 육안으로 암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잔존 암이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부가적인 항암요법을 시행한다.

하지만 저항성이 발생한다. 세포독성항암제는 저항성을 막는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반면, PARP 저해제는 유전자 이상을 타깃하는 표적치료제라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이에 따라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을 진행하고, 이후 PARP 저해제를 이용한 유지요법을 계속하게 되면 암 세포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 

- PARP 저해제가 재발을 낮추는 기전은 무엇인가. 또 내성이나 추가 재발 위험은 없나.

PARP 저해제는 PARP 효소를 억제함으로써 비정상적인 DNA를 만들어 낸다. 우리 몸에는 비정상적인 DNA를 복구하는 상동 재조합 복구라는 또 다른 기전이 존재하는데, 이 기전은 BRCA 유전자 변이가 있을 경우 정상 작동하지 않는다.

즉 두 복구 기전 중 하나만 이상이 있는 경우 세포 사멸은 일어나지 않으며, 둘 모두 이상이 있을 때 암세포가 죽게되는 것이다.

따라서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PARP 저해제를 사용하면 DNA 복구에 관여하는 두 가지 기전이 모두 억제됨으로써 선택적으로 암 세포 사멸을 유도하게 되는 기전이다.

다만, 모든 항암제는 저항성을 유발할 수 있다. 암 세포도 다른 세포와 마찬가지로 항암제를 이겨내기 위해 구조적 변화가 이뤄진다. 이 때문에 PARP 저해제를 투여해도 저항성을 가진 암세포가 생길 수 있다.

-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린파자의 1차 옵션 활용은 어떤 이점이 있나.

린파자를 시작으로 PARP 저해제는 난소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평가한다.  2018년 PARP 저해제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되며 난소암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BRCA 변이 진행성 난소암 환자의 경우 임상3상 SOLO-1 연구 5년 추적관찰 결과에 따르면 린파자 투여군의 무진행생존기간은 56개월로 나타났다. 위약군과 42개월의 차이를 보인 것이다.

특히 암은 재발 여부에 따라 차이가 크다. 재발한다면 생존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부인암은 재발 시 5년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생존율이 20~25% 낮아진다. 

좋은 약은 초기에 사용해 재발을 막는 게 무엇보다 효과적이다.  

- 환자의 삶의 질 개선도 있었을 것 같다.

세포독성항암제는 식욕 부진이나 구토 등의 부작용을 겪는다.

PARP 저해제도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지만 훨씬 덜하다. 실제 구토, 오심 등과 면역기전을 담당하는 백혈구 감소도 낮은 수준이다.

난소암은 재발이 잦고 기간도 빨라진다. 재발 시 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환자는 부작용을 또 다시 경험하게 된다.

반면 PARP 저해제를 사용하면 재발이 늦어져 환자 본인이 병이 없다는 걸 인지, 정신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또 훨씬 부작용으로 삶의 질이 높아진다.

- 최근 난소암의 날이었다. 환자들에게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면.

난소암은 중년층에서 발생률이 높다. 이들은 주부이자 어머니이자 아내로서 주요 가족 구성원인데, 장기적으로 암으로 고통 받게 되면 가정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많은 분들이 난소암에 관심을 갖고 좋은 약제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고 가정을 건강하게 유지하길 바란다.

미국의 경우 학회나 정부 차원에서 재단을 운영하며 정책 입안을 주도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를 돕기도 한다. 한국도 학회와 함께 단체를 형성하는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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