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2022] 화이자, TRANSLATE-TIMI 70 임상2b상 근거로 개발 중단
부파노센, 비HDL-C·중성지방 수치 낮추지만 CVD 위험 감소 기대 어려워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화이자의 이상지질혈증 치료 후보물질인 부파노센이 실망스러운 임상연구 결과에 따라 끝내 빛을 보지 못했다. 

부파노센의 TRANSLATE-TIMI 70 임상2b상 결과, 부파노센은 비HDL-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등 수치를 유의하게 줄였지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를 얻을 정도의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게다가 잠재적으로 중요한 안전성 문제도 드러났다.

부파노센은 ANGPTL3의 mRNA에 결합해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는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후보물질이다. ANGPTL3 억제는 비HDL-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낮추는 타깃 중 하나라는 점에서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 등장에 학계의 기대가 모였던 상황.

하지만 지난 2월 화이자와 미국 생명공학회사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는 부파노센 개발 중단을 발표했다. 

TRANSLATE-TIMI 70 임상2b상 데이터 검토 결과를 중단 이유로 제시했던 가운데, 세부 결과가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2)에서 공개됐다. 동시에 Circulation 4월 3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미국 하버드의대 브리검여성병원 Brian Bergmark 교수는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2)에서 부파노센의 TRANSLATE-TIMI 70 임상2b상 결과를 발표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미국 하버드의대 브리검여성병원 Brian Bergmark 교수는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2)에서 부파노센의 TRANSLATE-TIMI 70 임상2b상 결과를 발표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24주째 비HDL-C, 22.0~27.7% 감소

2020년 발표된 임상2a상에서는 고중성지방혈증·2형 당뇨병·지방간 환자에게 부파노센 투약 시 모든 용량에서 중성지방이 감소했고 매달 80mg 피하주사하는 고용량 치료군의 비HDL-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TRANSLATE-TIMI 70 임상2b상은 스타틴으로 치료받는 고지혈증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부파노센 용량에 따라 비HDL-콜레스테롤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으며 비HDL-콜레스테롤 수치가 100mg/dL 이상이고 중성지방이 150~500mg/dL인 성인 환자 286명이 연구에 포함됐다. 중앙값 나이는 64세였고 여성이 44%를 차지했다. 중앙값 비HDL-콜레스테롤은 132.4mg/dL, 중성지방은 216.2mg/dL였다. 

전체 환자군은 이중맹검으로 부파노센 7가지 용량 중 1가지 치료군(부파노센군)과 위약군에 무작위 분류됐다. 부파노센군은 △4주 간격 80mg, 120mg, 160mg △2주 간격 60mg, 80mg, 120mg, 160mg 등 치료군에 배정돼 피하주사 받았다. 

1차 목표점은 위약군을 보정한 등록 당시 대비 24주째 비HDL-콜레스테롤 변화율로 정의했다.

그 결과, 부파노센을 4주 간격으로 피하주사한 △80mg군 22.4% △120mg군 24.1% △160mg군 26.6%, 2주 간격으로 투여한 △60mg군 22.0% △80mg군 27.7% △120mg군 24.7% △160mg군 26.5% 등 비HDL-콜레스테롤 비율 감소가 나타났고 통계적으로 의미 있었다(모두 P<0.001).

그러나 용량-반응 관계는 관찰되지 않았다.

신약으로 고려할 수 있는 비HDL-콜레스테롤 최소 감소 정도는 여러 요인에 의해 달라져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으나, 의미 있는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최소 30~40%의 비HDL-콜레스테롤 감소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이어 2차 목표점으로 위약군을 보정한 등록 당시 대비 중성지방, LDL-콜레스테롤, 아포지단백B(ApoB), ANGPTL3 등 변화율을 분석했다. 

중성지방은 부파노센 용량 의존적으로 41.3~56.8% 감소했다(모두 P<0.001). ANGPTL3도 용량에 따라 69.9~95.2% 줄었다(모두 P<0.001).

이와 비교해 LDL-콜레스테롤과 ApoB는 부파노센 투여 시 각 7.9~16.0%, 6.0~15.1% 감소가 나타났지만 명확한 용량 의존적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간효소 수치 증가 등 안전성 문제 감지

▲미국 하버드의대 브리검여성병원 Brian Bergmark 교수. ACC 제공.
▲미국 하버드의대 브리검여성병원 Brian Bergmark 교수. ACC 제공.

뿐만 아니라 안전성 문제가 부파노센의 발목을 잡았다.

매달 투여하는 부파노센 용량이 많을수록 간효소인 알라닌아미노전이효소(ALT) 또는 아스파테이트아미노전달효소(AST) 등 수치가 3배 이상 증가한 비율은 각 최대 33.3%와 44.4%로 조사됐다.

또 부파노센 투여에 따른 주사 부위 반응이 보고됐으며 용량 의존적으로 간 지방분율 증가가 최대 76%까지 확인됐다.

동물모델에 대한 실험실 연구에서는 부파노센이 잠재적으로 간 지방함량 감소를 도울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에 이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하버드의대 브리검여성병원 Brian Bergmark 교수는 "부파노센이 모든 용량에서 비HDL-콜레스테롤을 낮췄고 중성지방을 절반가량 줄였다"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감소가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로 이어지기 위해 충분한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치료 후보물질의 미래와 관계없이 이번 연구를 통해 향후 연구와 관련될 수 있는 정보를 확인했다"며 "부파노센의 치료경로 또는 유사한 메커니즘을 통해 대사경로에 작용하는 많은 화합물이 있다. 이들이 다른 약제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확인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팀은 비HDL-콜레스테롤 수치가 상당히 증가한 특정 지질장애 환자에게 부파노센의 치료 혜택이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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