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격의료학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 비대면 진료 심포지엄' 개최
새로운 '환자-의사 관계' 형성되면서 진료 현장 문제 발생
기술적 오류·환자 신원 확인 문제·직역 간 갈등 등 해결해야

▲미래의료협동조합 정환보 이사장은 3월 31일 온라인으로 열린 한국원격의료학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 비대면 진료 심포지엄'에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의료윤리'를 주제로 발표했다.
▲미래의료협동조합 정환보 이사장은 3월 31일 온라인으로 열린 한국원격의료학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 비대면 진료 심포지엄'에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의료윤리'를 주제로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을 계기로 한시적 허용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기 위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의료윤리 문제가 적잖아 보인다. 

미래의료협동조합 정환보 이사장(밸런스본의원 원장)은 3월 31일 온라인으로 열린 한국원격의료학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 비대면 진료 심포지엄'에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의료윤리'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용자 중심 의료' 변화로 건강 문제 발생 우려

비대면 진료가 시행되면서 환자와 의사 관계는 새롭게 정립되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의사와 환자 관계를 벗어나, 환자가 앉은 자리에서 의사를 선택하고 약을 배송받을 수 있는 이용자 중심 의료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관계 변화로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문제를 겪고 있다.

정 이사장은 "복약지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약을 과량복용해 약이 부족하다며 본 병원에 추가처방을 요구하는 사례가 하루 10건 정도 있다"며 "전화진료 외에 모든 부분을 환자 스스로 해야 하면서 중간 수행 과정이 잘못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사와 환자의 라포 형성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정 이사장에 의하면, 설문조사 결과 환자가 원하는 것은 빠른 진료였고 비대면 진료하는 의사에 대한 기대감이 낮았다. 즉, 환자는 비대면 진료 시 진료보단 약 처방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이와 함께 비대면 진료는 증상 설명이라는 주관적 소견으로 처방이 이뤄짐에 따라 의사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환자 본인이 원하지 않는 처방이 이뤄지면 환자가 진료를 취소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문제다. 

정 이사장은 "비대면 진료를 신청한 한 환자가 천식과 가슴 답답함 증상이 있다고 문의해 대면진료가 필요하다고 안내했으나, 이후 진료를 취소하고 본 병원의 다른 의사에게 해당 증상을 제외한 후 진료를 다시 신청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의사가 환자를 맡았을 때 어디까지 책임지고 어느 수준까지 안내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또 환자 본인이 원하지 않는 처방이 이뤄질 경우 일방적 진료 취소 시 대응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술적 오류에 따른 오진은 누구 책임?

비대면 진료에 따라 의료 환경에 의사, 환자에 더해 기업이라는 새로운 참여자가 등장하면서 나타나는 △기술적 쟁점 △환자 신원 확인 △의사와 약사 간 중개 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정환보 이사장은 비대면 진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정환보 이사장은 비대면 진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기술적 쟁점의 경우 기술적 오류에 따른 오진 발생 문제다. 

정 이사장은 "하버드대 의료 전문가 강의에서 화상 기술 오류로 인한 오진 발생 사례를 소개했다"며 "화질 또는 전화 간 소통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 오류 문제는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환자 신원 확인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주민등록번호 입력 오류와 대리처방, 트랜스젠더 또는 청각장애인 등 환자에 대한 신원 확인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게 정 이사장의 설명이다. 

아울러 기업이 의사와 약사 간 중개를 대행하면서 직역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정 이사장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 병원명과 의사 이름은 환자에게 노출되지만 정책적 문제로 약국명과 약사 이름을 노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병원으로 복약지도 및 약국 관련 이슈에 대해 연락이 많이 오는 상황"이라며 "또 처방전을 약국에 전달했음에도 조제를 거부하는 사례가 있다. 기업이 직역 간 갈등을 중재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비대면 진료에 따라 건강보험 영역에 처음으로 재무적 투자자(financial investor)가 참여하면서 생기는 의료정책 이슈도 주목해야 한다. 

정 이사장은 "자본을 바탕으로 더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드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법은 자본의 의료 진출에 보수적"이라며 "비대면 진료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과 비영리로 국민을 보호하려는 정부가 만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다. 의료와 산업 측면에서 건강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가 환자 돕는 방향으로 제도 정착돼야"

▲미래의료협동조합 정환보 이사장.
▲미래의료협동조합 정환보 이사장.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전파력은 높지만 중증도가 낮은 오미크론이 확산되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비대면 진료를 경험하게 됐다. 

지금까지 비대면 진료는 한시적으로 시행됐지만, 제도화된다면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의료계, 산업계, 정부의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 이사장은 "한시적 허용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된다면 자본과 제도는 이에 맞춰 변화할 수밖에 없다. 변화된 제도는 국민 안전 측면에서 다시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며 "비대면 진료가 제도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정책에 참여해 더 나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는 결국 환자 중심 의료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의사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안전한 환경에서 의사가 환자를 도울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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