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박선혜 기자.
학술부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이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되는 길목에 서 있다. 

확진자 수는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오미크론의 낮은 중증도와 높은 백신 접종률 그리고 치료제 도입에 따라 방역당국은 방역패스를 폐지했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비상사태(PHEIC) 종료 선언 검토에 착수했다.

방역당국이 감염병 관리에 중점을 두고 총력을 기울이는 동안 만성질환 관리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만성질환 환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감염 우려로 의료기관 방문을 최소화했던 것이 사실이다. 비대면진료가 만성질환 환자 관리에 한시적으로 허용됐지만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서는 치료제 처방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진다.

기존 만성질환 환자에 더해 신규 환자 증가도 문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활동량이 줄고 식습관이 변화하면서 국민들의 건강행태는 악화됐다. 

질병관리청이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활용해 코로나19 유행 전후 건강행태와 만성질환 변화를 분석한 결과, 비만과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유행 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고혈압 유병률과 고위험음주율도 유행 후 증가세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의료기관 방문이 줄어 신규 진단자 수가 대유행 전과 비교해 후에 감소했다는 점에서 증가세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성인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도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오름세를 보여 고도비만 환아는 어린 나이에 생활습관 중재 외에 약물 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엔데믹에 접어들더라도 국민들은 대유행 동안 학습된 생활방식으로 인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로 인해 만성질환 관리 문제가 점차 커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만성질환 유병률 증가에 따른 심뇌혈관질환 이환율과 사망률이 급증하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것은 오늘 5월 출범하는 새 정부의 중요한 정책과제 중 하나다. 코로나 엔데믹 길목에서 새 정부는 다가올 신종 감염병 유행 대비에 더해 심뇌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요인인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 만성질환 관리도 놓쳐서는 안된다.

정부는 팬데믹 시기의 국가적 만성질환 관리 현황과 함께 악화됐던 질환 및 지표와 그 이유, 상대적으로 더 취약했던 계층 등을 확인하기 위해 학계 및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리고 이를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이 큰 질환 중심의 관리지표를 개발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체계적 관리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심뇌혈관질환은 만성질환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막을 수 있다. 만성질환 쓰나미가 예고된 가운데 대응 전략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이 입게 될 것이다. 호미로 막을 질환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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