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 11~12일 개최
허가받은 오르리스타트·리라글루타이드·펜터민 고려 가능
GLP-1 제제 '엑세나타이드' 기대주…메트포르민·토피라메이트 연구 필요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가 11~12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됐다. 경희대병원 정혜운 교수는 '소아청소년 고도비만의 약물치료'를 주제로 발표하며,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물과 향후 승인이 기대되는 약물을 소개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가 11~12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됐다. 경희대병원 정혜운 교수는 '소아청소년 고도비만의 약물치료'를 주제로 발표하며,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물과 향후 승인이 기대되는 약물을 소개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으로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환자는 성인기에도 비만이 지속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심혈관 합병증 위험도 높아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환자에게 강력한 생활습관 중재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관리전략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선택지에 학계의 관심이 모인다. 

경희대병원 정혜운 교수(소아청소년과)는 11~12일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소아청소년 고도비만의 약물치료'를 주제로 발표하며,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물과 향후 승인이 기대되는 약물을 소개했다. 

오르리스타트·펜터민 한계, 리라글루타이드가 채울까?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제로 허가받아 투약을 고려할 수 있는 약물은 △오르리스타트(제품명 제니칼) △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 △펜터민 등 세 가지다. 오르리스타트와 리라글루타이드는 12세 이상에게, 펜터민은 16세 이상에게 허가받았다.

이 중 오르리스타트와 펜터민은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치료제로 적극 선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에 대한 오르리스타트의 무작위 임상연구는 대규모 연구 한 가지를 포함해 총 세 가지가 보고된다. 이를 체계적으로 문헌고찰한 결과, 오르리스타트는 체질량지수(BMI)를 0.7kg/㎡ 감소시켰다(J Clin Endocrinol Metab 2008;93(12):4600~4605). 

정혜운 교수는 "다만 오르리스타트는 위장관계 이상반응이 위약보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효과에 비해 이상반응이 심한 약"이라며 "또 6개월 동안 치료 유지율이 10%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임상 적용에는 어려움이 있는 약제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펜터민은 16세 이상 소아청소년에게 12주 미만으로 사용하도록 허가받아 치료 가능 기간이 짧다. 게다가 두통, 혈압 증가, 불안, 두근거림 등 이상반응이 많이 보고돼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환자에게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최근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제로 허가받은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제제) 리라글루타이드는 긍정적 임상연구 결과를 근거로 향후 처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리라글루타이드는 NN8022-4180 임상3상에서 유의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하며 2020년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이어 지난해 국내에서 소아청소년 비만 적응증을 획득했다.

생활습관 중재만으로 체중 조절이 어려운 12~18세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이중맹검 연구를 진행한 결과, 56주째 BMI-표준편차점수(BMI standard-deviation score, BMI-SDS)는 리라글루타이드군이 위약군보다 0.22점 적어 리라글루타이드군의 BMI가 낮게 유지됐다. 단, 56주 후 치료를 중단한 경우 82주까지 BMI가 다시 증가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상반응 발생률은 리라글루타이드군과 위약군 간 큰 차이는 없었지만 위장관계 이상반응은 리라글루타이드군에서 유의하게 높았다. 리라글루타이드군의 위장관계 이상반응은 첫 치료 후 4~8주 동안 주로 보고됐고 이후에는 위약군과 비슷했다(N Engl J Med 2020;382:2117~2128).

엑세나타이드, 차기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제로 주목

▲정혜운 교수는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엑세나타이드 임상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정혜운 교수는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엑세나타이드 임상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아직 허가받지 않았으나 향후 승인을 기대해볼 수 있는 약물은 GLP-1 제제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와 엑세나타이드(바이에타)가 대표적이다. 

그 중 주 1회 투약하는 엑세나타이드는 소규모이지만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체중조절 효과를 보고했다. 

9~16세 고도비만 환자 12명 대상의 예비연구에서 엑세나타이드 6개월 투약 시 BMI가 1.7kg/㎡ 의미 있게 줄었다(Obesity (Silver Spring) 2012;20(2):364~370). 또 10~18세 고도비만 환자 44명 대상의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 연구에서는 엑세나타이드를 6개월간 투약하면 BMI-SDS가 0.09점 줄었다(Pediatr Obes 2020;15(7):e12624).

소아청소년에게 투약할 수 있지만 비만 적응증을 획득하지 않아 오프라벨 사용을 고려해볼 수 있는 약제는 메트포르민과 토피라메이트가 있다. 이들 치료제는 비만 치료 효과를 보고한 연구들이 있으나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메트포르민은 10세 이상의 2형 당뇨병 환자에게 투약 가능한 항당뇨병제다. 

4~19세 비만 환자에게 메트포르민을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24개 무작위 임상연구를 체계적으로 문헌고찰한 결과, 크지는 않지만 체중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됐다. 또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안전성 프로파일이 좋았다(Pediatrics 2021;147(3):e20201610).  

토피라메이트는 2세 이상 발작 환자, 12세 이상 편두통 환자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후향적 차트 리뷰에서 토피라메이트는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환자의 BMI를 줄이는 것으로 보고됐다(Clin Pediatr (Phila) 2015;54(1):19~24). 그러나 12~18세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섭취 열량을 제한한 식사대체요법을 4주 진행 후 토피라메이트군과 위약군에 무작위 분류해 24주 치료 진행 시 두 군간 BMI 비율 변화는 크지 않았다(Obesity (Silver Spring) 2016;24(12):2553~2561).

이 외에 성인 비만 치료제로 사용되지만 소아청소년에게 허가받지 않은 약은 펜터민/토피라메이트(큐시미아), 날트렉손/부프로피온(콘트라브), 폭식장애 치료제인 리스덱스암페타민(바이반스) 등이 있다.

약물치료와 함께 효능 평가 반드시 진행해야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환자에게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 교수는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환자는 생활습관 중재가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 이 경우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며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환자에게 허가된 약제가 있지만 아직 치료옵션이 제한적이다. 추후 많은 약제를 사용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 김재현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환자 치료 시 적극적인 관리법을 모색해야 한다. 생활습관 중재를 기본으로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 GLP-1 제제가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제로 허가돼 사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의 특징은 외국과 다를 것으로 생각되므로 향후 국내 환아에게 맞는 치료 데이터가 쌓여 분석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환자에게 약물치료를 진행할 경우 치료와 함께 효능 평가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정 교수는 "효능 평가 시점은 약물치료 후 12주 정도로 본다"며 "12주 투약 후 4% 이상의 BMI 감소나 BMI 표준점수(z-score) 감소를 확인하고 약물치료를 계속 진행할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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