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어린이병원 김호성 교수팀, 2007~2017년 심평원 데이터 분석
0~14세 제1형 당뇨병 발생률 10만 명당 3.70명→4.77명…매년 3~4% 증가
김호성 교수 "환아 혈당조절 개선 위해 인슐린 펌프 급여 적용 필요"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소아청소년에서 제1형 당뇨병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어 환아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2007~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이용해 제1형 당뇨병을 새롭게 진단받은 0~14세 소아청소년을 조사한 결과, 발생률이 매년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미국·유럽보다 발생률이 낮다는 아시아 국가 데이터와 비교해 우리나라는 일본·중국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번 연구는 지난 10여 년간 전국적인 제1형 당뇨병 환아 발생률과 유병률 추세를 조사했다는 점에서 국내 현황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김호성 교수(소아내분비과, 교신저자)·강남세브란스병원 채현욱 교수(소아청소년과, 제1저자)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DMJ 지난해 12월호에 실렸다(Diabetes Metab J 2020;44:866~874). 

전체 발생률 10만 명당 4.45명…남아 4.01명·여아 4.93명

2007~2017년 심평원 데이터에서 확인된 제1형 당뇨병을 새롭게 진단받은 0~14세 환자는 총 2만 9013명이었다.

조사 기간에 소아청소년의 제1형 당뇨병 전체 발생률은 10만 명당 4.45명으로, 남아는 4.01명, 여아는 4.93명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시기별 분석에서 2008년 10만 명당 3.70명이었던 발생률이 2016년 4.77명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는 사실이다(P=0.002).

성별에 따라서는 남아가 2008년 3.07명에서 2016년 4.89명(P<0.001)으로 늘었고, 5~9세와 10~14세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여아는 2008년 4.39명에서 2016년 4.64명으로 비교적 일관되게 유지됐다.

이를 토대로 분석한 국내 제1형 당뇨병 환아의 전체 유병률은 2007년 10만 명당 32.85명에서 2017년 41.03명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남아는 동기간 32.85명에서 41.03명으로, 여아는 35.54명에서 43.88명으로 늘었다. 

▲연세대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김호성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채현욱 교수 연구팀 결과 재구성(Diabetes Metab J 2020;44:866~874).
▲연세대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김호성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채현욱 교수 연구팀 결과 재구성(Diabetes Metab J 2020;44:866~874).

결과를 종합하면, 국내 소아청소년에서 제1형 당뇨병 발생률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3~4%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호성 교수는 "과거 국내 데이터를 보면, 1980년도에 소아청소년의 제1형 당뇨병 발생률은 10만 명당 0.5명밖에 되지 않았다"며 "이와 비교해 현재 발생률은 훨씬 늘어 2007년부터 2017년 사이에 꾸준히 증가한 것을 이번 연구에서 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내 발생률, 일본·중국보다 높고 대만보다 낮아

아시아 국가와 비교했을 때 제1형 당뇨병 발생률은 우리나라가 일본·중국보다 높고 대만보다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 국가의 발생률도 증가세를 보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 소아청소년에서 제1형 당뇨병 발생률은 1986년부터 1990년까지 10만 명당 남아 1.2명, 여아 1.8명이었다(Diabet Med 2000;17(1):59~63). 전체 발생률은 10만 명당 약 1.5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소아 만성질환 치료연구 프로젝트(SPCDTRP)를 바탕으로 분석한 2005~2010년 제1형 당뇨병 발생률은 10만 명당 2.25명으로, 기존보다 늘어난 것으로 보고된다(Diabet Med 2017;34(7):909~915).

중국의 경우, 베이징 지역의 소아청소년에서 제1형 당뇨병 발생률이 1995~2002년 10만 명당 1.24명에서 2003~2010년 1.81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1995~2010년 베이징 어린이병원에서 제1형 당뇨병을 새롭게 진단받은 15세 미만 환자를 분석한 결과다(Horm Res Paediatr 2013;80:328~334). 

중국 연구팀에 따르면, 베이징에서 15세 미만의 제1형 당뇨병 발생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신규 환아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전국 데이터를 분석하지 않아 대표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높은 발생률이 보고된다. 1999~2010년 대만 건강보험연구데이터를 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 15세 미만에서 제1형 당뇨병 발생률은 1999~2000년 남아 3.56명, 여아 4.42명이었고 2009~2010년에 유의하게 증가해 각 5.88명과 6.92명으로 조사됐다(PLoS One 2014;9(1):e86172).

국가 간 제1형 당뇨병 발생률 차이는 유전적, 환경적 요인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국내 연구팀의 설명이다. 생활습관 변화, 비만 증가, 환경적 요인과 관련된 면역시스템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네 국가 모두 소아청소년에서 제1형 당뇨병 발생률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같다. 

김 교수는 "아시아 국가의 소아청소년에서 제1형 당뇨병 발생률은 유럽과 북미보다는 낮지만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제1형 당뇨병 발생에는 유전적, 환경적 요인 두 가지가 모두 관여한다. 유전적 요인이 갑자기 변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생활방식의 서구화 등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내 발생률 증가 이유, 늘어난 '소아비만' 가능성에 무게

국내 소아청소년에서 제1형 당뇨병 발생률이 증가세를 보인 이유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지만, 주요 원인으로 소아비만 증가가 지목된다.

그는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제1형 당뇨병 발생률 증가는 소아비만 증가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비만하면 제2형 당뇨병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제1형 당뇨병에도 비만이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발생률 증가 원인을 찾고자 진행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정 지을 수 없으나 소아비만 증가와 가장 관련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임상에서는 제1형 당뇨병 발생률 증가세를 조절하기 위해 소아비만을 줄이기 위한 정기적인 운동, 식이요법 등의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현재로서는 제1형 당뇨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치료법이 없으므로, 제1형 당뇨병을 진단받았다면 합병증 예방 등을 위한 관리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제1형 당뇨병 환아를 잘 관리해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혈당관리가 중요하다"며 "최근 다회 인슐린 주사요법과 인슐린 펌프 등을 이용해 환아 혈당을 관리하고 있다. 더 잘 관리하기 위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연속혈당측정기를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인슐린 펌프는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인슐린 펌프에도 급여를 확대하는 것이 현재 당면한 가장 큰 문제"라며 "인슐린 펌프가 고가일지라도 치료 비용을 생각하면 제1형 당뇨병 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인슐린 펌프도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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