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GSTONE, 입원환자 대상 조플루자+NAI 병용 vs NAI 단독 비교
임상 증상 개선까지 평균 시간, 조플루자 병용해도 차이 없어

▲한국로슈 조플루자(성분명 발록사비르 마르복실).
▲한국로슈 조플루자(성분명 발록사비르 마르복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로슈의 조플루자(성분명 발록사비르 마르복실)가 중증 인플루엔자 입원환자 표준치료의 병용 파트너 자리를 노렸지만 실패했다. 

중증 인플루엔자 입원환자의 표준치료인 뉴라미니다제 저해제(NAI)와 조플루자를 병용한 환자는 NAI만 투약한 환자와 비교해 임상 예후가 유의하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는 조플루자와 항바이러스제 병용요법을 중증 인플루엔자 입원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FLAGSTONE로 명명된 이번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 우월성 연구 결과는 The Lancet Infectious Diseases 지난달 24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전임상연구, 조플루자+NAI 상승작용 기대 

중증 인플루엔자 입원 및 외래환자의 표준치료는 타미플루(오셀타미비르), 리렌자(자나미비르), 페라미플루(페라미비르) 등 NAI다. 

뉴라미니다제(NA)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NA 활성부위는 인플루엔자 A 및 B 바이러스 모두 존재해 치료제의 목표가 된다. NAI는 NA 작용을 차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세포 표면에 부착하고 더 이상 분해하지 못하도록 해 바이러스 생산을 억제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보인다. 

조플루자는 기존 항바이러스제와 다른 기전으로 작용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복제에 필수적인 중합효소 산성 엔도뉴클레아를 억제해 바이러스의 복제 초기 단계부터 진행을 막고 증식을 미연에 방지한다. 2018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약 20년 만에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기존 임상3상에서 조플루자는 소아청소년·성인 인플루엔자 환자의 증상을 위약 대비 개선하며, 타미플루 또는 위약과 비교해 바이러스 부하를 크게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임상연구에서 조플루자와 NAI 병용 시 바이러스 복제 과정을 억제하는 상승작용(synergistic effect)이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J Antimicrob Chemother 2019;74(3):654~662). 그러나 중증 인플루엔자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근거는 부족했다.

임상 증상 개선 시간 차이 '2.7시간'에 불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은 중증 인플루엔자 입원환자는 등록 당시 바이러스 부하가 더 많고 장기간 바이러스 복제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조플루자와 NAI 병용요법을 통해 치료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FLAGSTONE 결과, 중증 인플루엔자 입원환자는 조플루자와 NAI를 병용하더라도 의미 있는 치료 혜택을 얻지 못했다. 다만 병용요법의 내약성은 좋았고 새로운 이상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25개국 124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이번 연구에는 2019년 1월 8일~2020년 3월 16일 검사실에서 인플루엔자가 확인됐고 조기경고점수2(National Early Warning Score 2, NEWS2)가 4점 이상인 12세 이상 환자 366명이 포함됐다. 87%가 인플루엔자 A형 감염을 진단받았다. 평균 나이는 59~62세였고 절반 이상이 남성이었다. 

전체 환자군은 조플루자+NAI군(조플루자군, 241명), 위약+NAI군(대조군, 125명)에 2:1 무작위 배정됐다. 조플루자군은 80kg 미만이라면 치료 1일째와 4일째 조플루자 40mg을, 80kg 이상이라면 80mg을 복용했다. 치료 5일째 예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7일째에도 조플루자를 투약했다. NAI는 타미플루, 리렌자, 페라미플루 중 선택 투약했다. 

1차 목표점은 35일 치료기간에 매일 시행한 평가를 기반으로 24시간 동안 NEWS2가 2점 이하 또는 퇴원 시 시간으로 정의해 임상 증상 개선까지 시간을 조사했다. 대다수 조플루자군(78%)은 2회 용량의 조플루자를 복용했다.

분석 결과, 임상 증상 개선까지 걸린 평균 시간은 조플루자군 97.5시간, 대조군 100.2시간으로 두 군간 차이는 2.7시간에 불과했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P=0.467).

최대 14일까지 퇴원율은 조플루자군이 85%로 대조군(77%)보다 수치상 더 높았다. 임상 반응까지 걸린 시간이나 퇴원까지 시간은 두 군간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조플루자군은 내약성이 좋았고 새로운 이상반응이 관찰되지 않았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폐렴과 변비였다. 

중증 이상반응 발생률은 조플루자군 12%, 대조군 15%로 조사됐다. 이 중 대조군에서 보고된 기립성 저혈압 사례 1건만 치료와 관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률은 조플루자군 2%, 대조군 6%였고 모두 치료와 관련되지 않았다.

조플루자군이 대조군보다 임상 증상이 개선되지 않았지만, 병용요법을 통해 항바이러스제 내성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항바이러스제 내성 발생률은 조플루자군 2.2%, 대조군 4.2%로 조플루자군이 더 낮았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Michael Ison 교수는 "이식 환자 또는 바이러스 부하가 높은 면역저하 환자 등 항바이러스제 내성 발생 위험이 큰 이들에게 조플루자 병용요법이 유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라며 "이들은 항바이러스제 내성 위험이 높아 일반적으로 조플루자 투약을 권하지 않는다. 향후 조플루자와 NAI를 병용하면 내성 위험이 낮아지고 예후가 더 개선되는지 평가하는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