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성모병원 김주상 교수팀, 한국 결핵 코호트 데이터베이스 분석
병원 방문 후 치료 시작까지 평균 기간, 팬데믹 전 4일 vs 후 5일
코로나19 집중 발생한 지역에서 방문·치료 지연 더 나타나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주상 교수.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주상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으로 결핵 환자의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김주상 교수(호흡기내과) 연구팀은 한국 결핵 코호트 데이터베이스(Korea TB Cohort database)를 이용해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결핵 환자의 의료기관 방문 및 치료 지연을 비교했다. 

2020년 1~5월 민간·공공협력 결핵관리사업(PPM)에 등록된 결핵 환자 1557명 중 1~2월 신고된 724명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그룹(Before-pandemic group)으로, 3~5월 신고된 833명을 팬데믹 그룹(During-pandemic group)으로 각각 분류했다.

연구 결과,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상관없이 기침, 가래, 열 등의 전조 증상이 나타나면 일단 결핵 환자들은 코로나19와 무관하게 병원을 방문했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 진단과 치료를 받는 데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병원 방문 후 치료가 시작될 때까지 기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그룹이 평균 4일, 팬데믹 그룹이 5일이 소요됐다. 

특히 코로나19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서울, 수도권(인천, 경기) 지역과 대구, 경북 지역은 이 기간 다른 지역과 비교해 방문 및 치료 지연이 추가로 6~7일 더 발생했다.

아울러 병원 방문 지연 중간값은 대구·경북 11일, 서울·수도권 10일, 진단 및 치료 지연 중간값은 대구·경북과 서울·수도권 모두 6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이후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던 지역에서 환자의 병원 방문, 진료, 치료 지연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방문 지연은 증상별로 달랐다. 팬데믹 기간 14일(국내 결핵 환자의 증상 발생부터 의료기관 방문까지 중간값) 이상의 방문 지연과 관련한 다변량 분석에서 기침 증상이 있는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2.4배나 방문을 망설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팬데믹 기간에 5일 이상의 진단 및 치료 지연 역시 그 이전과 비교해 1.26배 증가했다. 특히 폐 이외의 침범이 나타난 환자들은 이 기간에 1.58배 더 높게 나타났다.

결핵은 전염력이 강하고 서서히 폐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꾸준한 치료가 핵심이다. 진단이 늦어져 치료가 지체될 경우 결핵균이 몸속에서 천천히 증식하면서 신체 영양분을 소모하고 폐 이외의 조직과 장기를 파괴한다. 나아가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김주상 교수는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나면 코로나19 확진자로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결국 결핵 환자가 심각한 상황이 될 때까지 자신의 질병을 숨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여기에 의료기관 방문 및 치료 지연까지 더해지면서 결핵 조기 진단과 치료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 인해 정부와 의료진이 그동안 꾸준히 노력해 온 결핵 퇴치 전략 목표 달성이 매우 위태로워진 상황"이라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1월호에 실렸다(J Korean Med Sci 2022;37(3):e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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