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H-BP, 아세트아미노펜 혈압 상승 위험 평가한 첫 무작위 연구
아세트아미노펜 주기적으로 복용 시 수축기혈압 약 5mmHg↑
영국 연구팀 "심혈관질환 위험 20% 높일 수 있는 결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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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고혈압 환자는 타이레놀 등 아세트아미노펜(파라세타몰) 계열 진통제 복용에 주의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트아미노펜을 장기간 주기적으로 복용한 고혈압 환자는 수축기혈압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혈압 상승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주요 위험요인이라는 점에서, 의료진과 고혈압 환자는 통증 조절을 위해 아세트아미노펜 치료를 결정할 경우 장기 복용에 따른 위험과 혜택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 이번 연구는 만성 통증 관리를 위해 장기간 아세트아미노펜 치료를 진행한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했으며, 단기간 발생한 통증 또는 발열을 치료하고자 약물을 복용했을 때 위험을 평가하지 않았다. 또 아세트아미노펜이 고혈압이 없는 성인의 혈압도 높일지는 조사하지 않아 결과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PATH-BP로 명명된 이번 연구 결과는 Circulation 2월호에 실렸다(Circulation 2022;145:416~423).

이번 연구는 아세트아미노펜이 혈압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한 첫 무작위 임상연구라는 의미가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NSAID의 안전한 대안인가?

아세트아미노펜은 만성 통증의 1차 치료제로 임상에서 폭넓게 처방된다. 환자에게 안전하고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 약물과 달리 혈압에 미치는 영향이 없거나 적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아세트아미노펜은 NSAID보다 안전한 대안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아세트아미노펜이 혈압을 높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관찰연구를 통해 제기돼 왔다. 

고혈압이 없었던 31~50세 젊은 여성 약 8만 명을 조사한 결과, 아세트아미노펜을 매달 22일 이상 복용 시 고혈압 위험이 2배 높아졌다(Arch Intern Med 2002;162(19):2204~2208).

이와 함께 고혈압이 없고 아세트아미노펜을 매주 6~7일 복용한 남성도 고혈압 진단 위험이 복용하지 않은 이들보다 1.34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Arch Intern Med 2007;167(4):394~399). 

하지만 주기적인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무작위 임상연구는 없어, 의문을 풀기 위한 관련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아세트아미노펜 복용 시 혈압 상승…치료 중단 후 돌아와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중맹검 위약 대조 교차연구로 진행된 PATH-BP 연구에는 영국 스코틀랜드에 거주하는 고혈압 환자 110명이 모집됐다. 

이들은 만성 통증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아세트아미노펜 1g을 매일 4회 복용한 군과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돼 2주간 약물을 투약했다. 이어 2주의 휴약기간을 갖고 약물을 교차해 2주간 치료를 진행했다. 

치료 시작과 종료 시에는 24시간 활동혈압을 측정했다. 1차 목표점은 등록 당시부터 치료 종료까지 평균 주간 수축기혈압 변화로, 아세트아미노펜 또는 위약을 복용했을 때 차이를 비교했다.

연구를 마친 총 103명을 분석한 결과,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할 경우 위약 대비 평균 주간 수축기혈압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 복용 시 평균 주간 수축기혈압은 등록 당시 132.8mmHg에서 치료 종료 시 136.5mmHg로 증가했다. 반면 위약을 투약할 경우 각 133.9mmHg와 132.5mmHg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이를 토대로 위약을 보정한 아세트아미노펜의 수축기혈압 증가값은 4.7mmHg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95% CI 2.9~6.6).

이 같은 혈압 상승 결과는 NSAID 복용 시 나타나는 변화와 유사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수축기혈압이 약 5mmHg 상승함에 따라 심장질환 또는 뇌졸중 위험이 20%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평균 주간 이완기혈압은 치료에 따른 의미 있는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아세트아미노펜 투약 시 평균 주간 이완기혈압은 등록 당시 81.2mmHg, 치료 종료 시 82.1mmHg였고 위약군은 각 81.7mmHg과 80.9mmHg였다. 위약을 보정한 아세트아미노펜의 이완기혈압 증가값은 1.6mmHg로 의미 있지 않았다(95% CI 0.5~2.7).

다만 고혈압 환자는 아세트아미노펜 복용 중단 후 혈압이 연구 등록 당시 수준으로 돌아왔다. 

"위험·혜택 고려해 장기 치료 결정해야"

이번 결과는 고혈압 환자가 주기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면 혈압 상승에 따라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다. 

연구를 진행한 영국 에든버러대학 James Dear 교수는 "고혈압 환자는 매일 아세트아미노펜을 주기적으로 복용하면 수축기혈압이 위약을 투약했을 때보다 약 5mmHg 상승했다"며 "이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심혈관질환의 중요한 위험요인 중 하나인 혈압을 높인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결과다. 주기적인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Dear 교수는 "의료진과 환자, 특히 심혈관질환 위험이 있는 환자는 아세트아미노펜 장기 처방의 위험과 혜택을 고려해 치료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구 교신저자인 영국 에든버러대학 David J. Webb 교수는 "의료진은 아세트아미노펜 저용량으로 치료를 시작해 통증 조절에 필요한 용량 이상으로 높이지 않는 선에서 단계적으로 용량을 늘릴 것을 권장한다"며 "아세트아미노펜의 혈압 상승에 대한 보고가 이어짐에 따라, 의료진은 만성 통증 관리를 위해 아세트아미노펜 치료를 새로 시작하는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더 면밀히 관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에 따라 고혈압 또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적인 아세트아미노펜 처방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고혈압을 진단받지 않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필요성도 제기됐다. 

영국뇌졸중협회 Richard Francis 연구책임자는 "이번 연구는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라며 "아세트아미노펜을 더 광범위하게 사용했을 때 위험과 혜택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상 혈압인 성인 대상으로 오랜 기간 진행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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