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P 2022] 관찰연구서 아세트아미노펜 혈압 상승 우려 제기
메타분석 결과, 위약 대비 수축기혈압 증가…고혈압 환자도 변화 나타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타이레놀 등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가 혈압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금 떠올랐다.

아세트아미노펜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무작위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아세트아미노펜 복용 시 위약 대비 수축기혈압이 상승했고 고혈압 환자도 이 같은 변화가 관찰됐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심혈관질환 또는 위험요인이 있는 환자에게 아세트아미노펜이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보다 안전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던 상황.

이번 연구는 고혈압 또는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이 있는 환자라면 장기간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 결과는 7~10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미국심장협회(AHA) 주최 고혈압 연례학술대회(HYP 2022)에서 공개됐다.

기존 PATH-BP 무작위 연구, 아세트아미노펜 혈압 상승 위험 보고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아세트아미노펜은 NSAID의 항염증 효과가 없어 장기간 복용해도 안전하다고 간주된다. 또 혈압을 높인다고 알려진 NSAID와 달리 아세트아미노펜은 혈압에 미치는 영향이 없거나 적을 것으로 추정돼, 만성 통증 1차 치료제로 임상에서 폭넓게 처방된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관찰연구를 통해 아세트아미노펜이 혈압을 높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고혈압이 없었던 31~50세 젊은 여성 약 8만 명을 조사한 결과, 아세트아미노펜을 매달 22일 이상 복용 시 고혈압 위험이 2배 높아졌다(Arch Intern Med 2002;162(19):2204~2208).

이와 함께 고혈압이 없고 아세트아미노펜을 매주 6~7일 복용한 남성도 고혈압 진단 위험이 복용하지 않은 이들보다 1.34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Arch Intern Med 2007;167(4):394~399). 

게다가 지난 2월 발표된 PATH-BP 무작위 연구에서도 아세트아미노펜의 혈압 증가 위험이 관찰됐다(Circulation 2022;145:416~423). 

이 연구는 영국 스코틀랜드에 거주하는 고혈압 환자를 모집, 아세트아미노펜 1g을 매일 4회 복용한 군(아세트아미노펜군)과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해 2주간 약물을 투약했다. 이어 휴약기간 2주를 갖고 약물을 교차해 2주간 치료했다. 

결과에 따르면, 위약을 보정한 아세트아미노펜의 수축기혈압 증가값은 4.7mmHg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95% CI 2.9~6.6). 이 같은 혈압 상승 결과는 NSAID 복용 시 나타나는 변화와 유사하다고 평가됐다.

특히 수축기혈압이 약 5mmHg 상승함에 따라 심장질환 또는 뇌졸중 위험은 약 20%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PATH-BP 연구를 진행한 영국 에든버러대학 James Dear 교수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중요한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중 하나인 혈압을 높인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결과다. 주기적인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한다"며 "의료진과 환자, 특히 심혈관질환 위험이 있는 환자는 아세트아미노펜 장기 처방의 위험과 혜택을 고려해 치료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혈압 환자, 장기간 아세트아미노펜 복용 주의해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메타분석은 아세트아미노펜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조사해 NSAID보다 안전한 대안인지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분석에는 아세트아미노펜(1일 3~4g)이 심혈관질환 또는 고혈압 환자의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위약과 비교한 세 가지 무작위 연구가 포함됐다. 총 172명 성인 데이터가 분석 대상이었다. 평균 나이는 60세였고 남성이 73%를 차지했다.

조사 결과, 아세트아미노펜군은 위약군보다 수축기혈압이 유의하게 증가해 표준화된 평균 차이(SMD)는 0.35로 조사됐다(95% CI 0.08~0.63; P=0.01).

고혈압 환자 하위분석에서도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군의 수축기혈압이 위약군 대비 의미 있게 증가했고 SMD는 0.38로 나타났다(95% CI 0.05~0.71; P=0.02).

그러나 이완기혈압은 치료에 따른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SMD=0.18; 95% CI -0.09~0.45; P=0.19).

결과적으로 이번 연구에서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수축기혈압 증가 사이에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리하이밸리헬스네트워크(LVHN) Rahul Gupta 박사는 "출혈 위험 측면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이 NSAID보다 여전히 안전할 수 있지만,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며 "고혈압이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이 있는 환자라면 장기간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결과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하버드의대 Timothy S. Anderson 교수는 "뇌졸중 또는 심장마비, 고혈압 관련 다른 하위 결과 등에 아세트아미노펜이 직접적 위해를 가한다는 데이터는 없다"면서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 약물을 직접 비교한 헤드투헤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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