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태평양 박상현, 이준구, 이덕우 변호사 인터뷰
실제 업무 수행했음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 중요
비영상의학과 규정 미비...사실확인서 작성도 주의해야

(왼쪽부터) 법무법인 태평양 이준구, 박상현, 이덕우 변호사
(왼쪽부터) 법무법인 태평양 이준구, 박상현, 이덕우 변호사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원격으로 판독한 것은 부당 요양급여 청구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 관련 의료기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는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의료기관에 반드시 출근하지 않더라도 업무 수행을 증명할 자료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박상현, 이준구, 이덕우 변호사는 최근 의료전문지 법원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이와 같이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계약을 맺은 의료기관에 출근하지 않고 의료영상을 판독한 것은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및 업무정지 처분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그간 정부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최소 주 1회 이상 출근해야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관련 의료기관에 제재를 내려왔다.

이에 이번 판결이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고, 추후 유사한 판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해당 대법원 판결과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논리를 이끌어 먼저 승소했다.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들은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관련 사건은 일반적인 부당청구 사건과 다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변호사는 "본인이 한 진료를 부풀려서 비용을 받아내는 것이 통상 허위청구인데,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사건은 진료 및 판독이 이뤄져서 프로세스만 보면 특별히 문제 없는 사건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관련 제재를 받는 병원은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어떠한 내용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사전에 알리거나 교육해야 하는데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판결문, 의료기술 발전 반영해 원격 필요성 인정"

업무 증명할 자료 중요 "명의만 빌려준 것으로 판단할 수도"

주요 쟁점은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반드시 출근해야 하는가'였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수가 부족한 탓에 장비를 설치한 의료기관에서는 비전속으로 전문의를 둘 수 있도록 규정했고, 근무여건상 원격으로 판독하는 경우가 많았다.

복지부 내부지침은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최소 주1회 이상 근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문에 대해 "의료기술 발전을 반영해 의료영상 품질관리나 영상업무는 원격으로 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출근 여부를 떠나 실제 업무를 수행했음을 입증할 자료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기관 방문여부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쉬운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덕우 변호사는 "출근을 하지 않았을 때 자칫 자료가 미비하다면 법원은 명의만 빌려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사건을 진행하다보면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을 보여줄 증거를 찾기 힘든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반드시 출근할 필요가 없다고 단정하기 조심스럽다. 방문이 아니더라도 실제 품질관리업무를 했다는 자료를 갖춰야 한다"며 "품질관리를 한번도 안보고 한다는 것이 의심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업무 범위도 주요 쟁점이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임상영상 판독을 비전속 전문의가 아닌 판독업체에 의뢰하고 급여를 청구한 경우 부당급여 비용청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비전속 전문의가 상시에 판독하지 않고 다른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해도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박 변호사는 "복지부는 임상영상판독도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업무라고 규정됐기 때문에 전부 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의료현실에도 맞지 않다"며 "국립대병원이나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병원에선 비전속 전문의가 모두 판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행정법원 판결을 통해 비전속 영상의학과가 수행한 2차 판독은 괜찮다는 판단이 나온 것인데, 대법원 확정심이 아니라 추후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전속 판독 어려우면 가급적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맡겨야"

사실확인서,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기도..."신중히 작성"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재판독이 아닌 타 진료과 의사가 판독한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박 변호사는 "최근 판결에서는 다른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판독했으면 속임수나 부당한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비영상의학과에 대한 규정은 명확하지 않다"며 "복지부가 규정을 정비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법원 판례를 통해 범위가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서도 왜 판독을 꼭 영상의학과 전문의만 해야하는건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면서도 "만약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판독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가급적이면 다른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맡기는 것이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대법원 판결 이후 관련 법령이 개정돼 이 또한 제재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준구 변호사는 "작년 3월에 요양급여규칙이 개정되면서 운용인력규정도 추가됐다. 앞선 사례는 과거 규정 기반이기 때문에 현행 규정에서는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이 부분은 의사단체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 일선에서 병원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거나 혼란이 있으면 간극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규정을 바꿔야 한다"며 "비전속 영상의학과 문제가 비로소 대법원 판결로 정리됐지만 그럼에도 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덕우 변호사는 "결론은 비전속 전문의가 품질관리를 해야하고, 원격 또는 방문으로 수행해야 한다"며 "방문은 전혀 안하는 것보다 하는게 좋고, 다른 영상 전문의가 판독하더라도 비전속 전문의가 지나간 판독을 검토하는 것이 안전하다. 판독 관련 자료를 남겨놓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지조사 과정에서 사실확인서 작성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상현 변호사는 "위반행위를 자인하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는 한번 작성하면 뒤집기가 어렵다. 사실확인서를 쓸 때 사실과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중히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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