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원격 CT판독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부당'…원심판결 파기
장비 설치된 의료기관 출근 의무 없는 것으로 보여…업무범위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
의료법령 등 위반 시 즉시 건보법상 부당이득징수 처분 대상 되지 않는다고 본 점도 중요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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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사무장병원에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전액 환수가 재량권의 일탈과 남용이라고 판시한 바 있는 대법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부당이득징수 처분에 또다시 제동을 걸었다.

이번에는 비(非)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판독 병원들과 관련된 사건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건의 판결 의미도 중요하나, 최근 들어 대법원이 건보공단의 부당이득징수 처분과 관계된 사건에서 일관되고 변화된 입장을 보이는 것에 더욱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대법원은 최근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출근을 하지 않고 CT 판독을 했다는 이유로 건보공단이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한 것은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앞서 건보공단의 손을 들어준 서울고등법원의 판단과는 정반대의 결과로,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해당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당초 건보공단은 의료법과 보건복지부 내부지침 등을 이유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출근하지 않으면 품질관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 같은 행위를 한 병원들에 환수 처분을 내렸다.

실제로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CT 장비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1명 이상의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두어야 하고, 의료영상 품질관리 업무의 총괄·감독·평가·판독 등을 수행해야 한다.

아울러 복지부의 '특수의료장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운영지침'을 살펴보면 비전속 인력의 경우 '최소 1회 이상 근무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건보공단이 환수 처분을 내린 근거가 됐다.

하지만 건보공단의 이번 환수 결정은 소송으로 이어졌고,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의 판결이 달라지는 결과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대법원은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담당 업무는 전자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원격지에서 수행이 가능하고 반드시 출근을 해야 수행할 수 있는 업무로 보기 어렵다고 운을 뗐다.

특히 전속이 아니라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둘 수 있도록 한 것을 고려하면 전문의가 반드시 출근해야만 품질관리 및 판독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전문의의 판독을 거쳐 품질관리 적합판정을 받고 등록된 전산화단층 촬영장치 등을 활용해 요양급여비용 또는 의료급여비용으로 청구했다면 이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어 "복지부의 운영지침도 상급행정기관이 소속 공무원이나 하급행정기관에 대해 세부적인 업무처리절차나 법령의 해석·적용 기준을 정해주는 행정규칙으로 상위법령의 구체적 위임이 있지 않는 이상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세부 업무 범위 명확화해
부당이득징수 처분 변화된 대법원 입장 주목해야

이와 관련 김준래법률사무소의 김준래 변호사(법학박사, 前 건보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는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한 것 과 함께 건보공단의 부당이득징수 처분을 바라보는 대법원의 시각이 변화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영상품질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반드시 장비가 설치된 의료기관까지 출근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보지 않은 것"이라며 "이에 따라 원격지에서 영상 판독을 하더라도 비용 청구가 가능하다고 본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풀이했다.

그는 이어 "의료법령 등을 위반하더라도 곧바로 건보법상 부당이득징수 처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며 "이는 근래 대법원의 변화된 입장과 일관되는 내용이다"라고 덧붙였다.

즉, 대법원은 최근 들어 요양급여의 서비스 질이 담보되지 않았을 때만 부당이득징수 처분을 하라는 취지의 판단을 계속하고 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의견이다.

그는 "해당 쟁점에 대해서 그동안 많은 하급심 판결이 존재했지만 서로 일관되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대법원 판결로 통일되지 않았던 하급심 판결들의 법리가 정리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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